07. 기억

'석진아. 이제 네 동생이야. 이름은 태형이야, 김태형.'
'진이 동생이야? 태형이는 진이 동생!'
'태형이는 형인 석진이가 지켜줘야되. 그럴 수 있지?'
'응!! 진이가 태형이 지킬께!!'

태형이가 태어났을 때... 다른 평범한 애기들과는 다르게 태어난 태형이에 대해서 들었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태형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 때는 나도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동생 태형이와 노는 것을 선택했었다. 나를 볼 때마다 예쁘게 웃는 태형이를 보면 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태형이가 해달라는 것들은 다 해주었었다.
주위 어른들은 버릇이 나빠진다고 하지만 태형이는 달랐다. 크면서 예의바르고 어른들께 사랑받는 아이가 되었다.
이렇게 좋은 날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태형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 나에게도 좋지않은 일.
태형이의 눈 앞에서 부모님이 살해를 당하신 것이다. 내가 학교에 가있는 시간에.

"태형아!!!!!!"
"혀... 형아... 엄마랑... 아빠가... 안 놀아줘어..."
"형아가 놀아줄께.. 저기 형아방에 들어가있어."

태형이를 방으로 들여보낸 뒤에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시신을 자세히보니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았다. 분명히 피를 흘리고 돌아가신 것인데. 이상하리만큼 상처가 눈에 띄지않았다.
곧 경찰이 오고 나는 동생을 데리고 경찰서로 갔다. 하지만 우리는 증언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사건을 목격하지 못했고 태형이는 충격탓인지 말을 하지않았다.

"학생. 보호소에 연락 해볼께."
"아뇨. 저희 집에 돌아가도 될까요?"
"...오늘은 여기있고 내일. 우리가 정리해둘테니."
"괜찮아요. 동생이 불안해해서 빨리 가봐야할 것같아서요."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떨고 있는 태형이가 느껴졌기 때문에 서둘러서 돌아가야했다. 부모님의 피가 닦이지 않은 집이지만 빨리 집으로 가고싶었다.

"형아.. 태태... 잘래.."
"그래. 태형이 자러가자. 형아가 깨우러 올 때까지 자는거야."

어린 나이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일어나서 그런지 자러간다는 태형이를 재우고 집안을 치웠다. 몇시간동안 바닥 닦기를 반복했다. 닦은 곳을 또 닦고 계속 닦았다. 닦으면서 다짐을 했다. 태형이를 놓치지 않겠다고.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태형이를 지키겠다고. 마음 속 깊이 새겼다.

"태형아...?? 태형아!!!! 어디간거야..."

아침에 눈을 뜨니 태형이가 사라져있었다. 스스로 나간 것같은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아직 어린애인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건지.. 부모님처럼 되서 내 앞에 나타나면 안되는데..
온갖 생각을 다하고, 상상하면서 태형이가 갈 만한 곳을 돌아다녔다.

"...태형아!!! 태태야!!!!!"
"형.. 이거... 사람...."
"김남준..?? 전화번호도 있잖아.."
"부모님... 복수.. 전화..."

반정부 조직이 태형이한테 접근했나보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태형이는 이 조직에 들어갈 것같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는 어딘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비어있으면서 허락을 요구하는 눈동자.
나는 가만히 그 눈동자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갯짓을 본 태형이 그네에서 일어나자 내가 알고있던 것보다 더 자라있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태어나서 발육이 빠른 편인데 어느새 이 만큼 자랐다.
전화번호를 보면서 통화하는. 아니, 수화기만 들고있는 태형이를 보면서 가만히 중얼거렸다.

"형이... 죽더라도.. 지켜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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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10:52 | 조회 : 1,152 목록
작가의 말
nic33084725

동생덕후가 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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