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나

푸른 색의 물. 나는 그 속에서 태어났다. 나의 어머니는 실험용 관과 푸른 색의 물.
나는 태어나자마자.. 아니, 만들어지자마자 실험을 당했다.
이름도 없이..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말은 있었다.
'940218'이라고. 모두가 나를 이렇게 불렀고 이미 이 숫자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실험체가 되어서 몇십년이나 살고 난 후에는 숫자가 아닌 다른 이름이 만들어졌다. 'JH'.
나는 이 두 단어의 이름을 받게 된 후부터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은 그들이 죄를 지었기때문에 죽어도 된다고 끊임없이 얘기했다.

"빛난다... 밝아.."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봤었다. 밝게 빛나는 사람을. 나는 그 뒤로 그 사람을 잊을 수 없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고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는데도 계속 생각이 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나는 새로운 명령을 받고 사람을 죽였다. 죽이고 돌아선 순간 한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 순간 밝게 빛나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 애는 그 사람의 가족이란 것을 눈치챘다.

"어.. 엄마.. 아빠... 태형이.. 태태랑 놀자아.."

엄마와 아빠. 나는 그 사람과 이 아이의 부모님을 죽인 것이다. 도저히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 없어서 본부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내가 만들어진 그 곳으로.
내가 다급하게 들어서는 것을 본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모두를 죽였다.

"왜.. 왜!! 왜 죽여!!!"
"그들은 죄가... 죽어 마땅.."
"죽어버려!!!"

나를 만들어 낸 사람. 나를 키워준 사람. 그리고 보호해 준 사람들까지. 남김없이 죽였다.
모조리 흔적도 없이 끊임없이 난도질했다. 이러면 그 아이에 대한 괴로움이 사라질 것같아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 그렇게 나는 울면서 본부안에 있는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 나를 표현하고 담고있는 모든 문서들을 불태웠다. 나의 존재 자체를 지우기 위해서.. 본부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 낙인.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낙인을 파냈다. 정확히는 손으로 피가 날 때까지 긁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정호석'이라고.
피로 물든 본부를 벗어난 뒤 나는 어둠 속에 몇 년간 숨어지냈다.

"태형... 태태... 찾아야해.."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바깥에 익숙해지고 말도 보통 인간처럼 할 수 있고, 음식같은 것들도 먹을 수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나는 반정부 조직을 찾아나섰다. 태형이라는 아이와 밝게 빛나는 사람이 있는 조직으로. 물론 그 두 사람이 조직에 들었는지 들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무작정 찾아나섰다. 잠은 최대한 줄이고 계속 걸어다녔다.

"찾았다. 빛나는 사람."
"...저.. 남준아..!! 누구 왔는데..??"
"올 사람이 있.. 진형 들어가 있어."

남준이라는 사람이 나오고 그 사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길거리에 서서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의 기류만 알아보고 있었다.

"반정부 조직을 찾고있다."
"신고자인겁니까."
"동료. 난 꽤 많은 기밀을 가지고 있어서 도움이 될거다. 정부를 없애버리는데 도움을 주지."

나를 감시하는 내 몸 속 칩은 제거한지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비롯한 본부의 기밀은 내 머리속에 저장되어있다.
나는 그 남준이라는 자와 몇마디의 대화를 더한 뒤에 조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안으로 따라 들어가자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를 제외해서 6명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찾던 애도 있었다. '태형'이 이 조직에 있었다.
남준이 모두에게 내 소개를 해주는 순간까지도 나는 태형을 봤다. 이제 몇 년전의 그 어린아이에게 했던 약속을, 다짐을 지킬 때가 왔다.

'엄마랑 아빠는 아저씨랑 어디간거야. 이제 아저씨가 엄마랑 아빠 대신해서 태형이랑 형을 지켜줄테니까...'

'...계속 밝게 빛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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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10:47 | 조회 : 1,060 목록
작가의 말
nic33084725

본격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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