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분노

형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 늘 나를 보며 웃어주던 입은 굳게 닫혀있고, 나를 따스하게 바라봐주던 눈이 감겨있다.
나에게 영원할 것같았던 형이.. 바스라지고 사라지려고 한다. 부모님의 자리를 채워주던 형이.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아마 이 감정은 형이 싫어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형!!!!!! 석진이형 옮겨!!!!!!!!!!!"

갑작스레 닥친 상황에 알 수 없는 감정까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당황해 버린 것같았다.
형을 업고 주위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뛰었다. 내 귀에서는 괴로워하는 형의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끊길 듯했다.

"....형.. 죽지마... 진이형..."
"안 죽을거야. 석진이형은 살아서 웃어줄거야."
"석진이형... 김석진... 진형..."

내 몸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든다.
검게 물들어있는 그 무언가는 붉은색도 띄고있는 듯하다.
그 날로부터 몸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같으면 신경쓰지않기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내 소중한 사람이고, 하나뿐인 가족이어서 그런지 그 다짐은 무너졌다.

"여기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석진이형은 병실에 있고, 수술은 잘 됬다더라. 가봐."
"정.. 호석... 진형... 싫어..."

내가 싫어하는 정호석이 보였다. 정호석이 나타난 이후부터 모든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왠만해서는 다치지않던 형이 잘 다치고, 가끔씩 말을 제대로 못 할때도 생겼다.
완벽하던 형이었는데. 그리고 원하지 않던 실전 때에도 다치지않던 형인데. 이렇게 다쳐버렸다. 그냥 뚫린 줄만 알았던 상처는 내부가 심각한 상처로 다가왔다.
서서히 식어가는 내 눈빛을 알아챈건지 뒤돌아서 나가버린다. 살짝 웃으면서 가버렸다. 정호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느껴지고 곧바로 석진이형한테 갔다.

"이제 오냐. 눈떴을 때 너부터 찾더라. 너 걱정하고. 그리고 다시 자고있는거고. 우리 갈테니까 옆에 있어."
"아. 호석이형이랑 화해 좀 해라. 안 싸운건 알겠는데 좀 친하게 지내라. 간다."
"태태!! 화이팅!! 낼 보자~!!"

눈 뜨고 자기 아픈건 신경도 안 쓰고 눈 앞에 없던 나부터 신경썼다니. 바보같이 자기 몸이나 걱정할 것이지.
옛날부터 바보인건 알았지만...

"...형.. 바보... 걱정.."

사실 나는 걱정을 안 받아도 되는 몸이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 내가 태어날 때에도 이 도시는, 세계는 회색 빛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가끔씩 아주 희귀하게 태어나는 애들이 있는데 그게 나였다. 로봇처럼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 나는 빠른 스피드와 높아지는 공격력이 있다. 물론 실전에 투입될 때만 드러나지만.

"태태야..."
"걱정... 하지... 형...."
"걱정 안 할수가 있겠나.. 하나뿐인.. 동생인데.."
"....사람.... 아파..?"

형과 단 둘이 있는 이 병실인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목소리. 우리 중에는 없는 말투와 톤.
빠르게 적이란 것을 눈치채고 형을 등지고 섰다. 소리는 창가 쪽에서 들려왔기 때문에.
형이 내 뒤에서 얼굴을 내밀더니 갑자기 환히 웃는다. 그리고 손을 흔드는데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나를 살짝 보더니 미동 없는 나를 보고는 그 낯선 사람에게 다가갔다.
형만을 보다가 시선을 옮겼을 때는. 창문에 로봇이 있었다.

"...김석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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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10:43 | 조회 : 1,371 목록
작가의 말
nic33084725

삼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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