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한 송이

오랜만에 쉬는 날, 일요일.

저는 아파트에서 사는데요. 역시 자취는 아파트지 하면서 잘 살고 있었는데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죠.

저희 아파트는 조금 낡은 아파트여서 아직도 문에 우유를 넣어두는 주머니가 있어요. 아침마다 옆집 친한 언니가 우유 주머니에 출근 하실 때마다 초코 우유나 에너지바 같은 걸 넣어주시는데
(물론 저도 감사의 뜻으로 베이킹 할 때마다 나눠드리곤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문을 열고 나와서 우유 주머니를 확인해보니까 에너지바 하나랑 검은 장미 한 송이가 있더라고요? 저는 언니가 두고 간 건가... 싶어서 집에 있는 물병에 물 가득 담아서 장미를 꽂아두었어요.

그리고 언니가 퇴근하자 마자 갓 구운 쿠키를 들고 초인종을 누르고, 언니에게 물어봤죠.

"언니, 이번에 웬 꽃이에요?"
"어? 꽃?"
"아니~ 아침에 에너지바랑 같이 꽂아둔 꽃이요~"
"어...아!"

저는 언니가 드디어 기억 났나 보네, 하면서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왜 모른 척이야~ 그거 기만이다?"
"네?"
"계속 모른 척은, 그거 니 남자친구가 두고 갔잖아."

솔직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죠. 저는 지금 남자친구도 없고, 그나마 저한테 집착이 심해서 두 달 전에 헤어졌던 남자친구가 한 명 있긴 했지만... 두 달이나 지났는데 걔가 날 찾아올까 싶었어요.

언니한테는 아직 제가 헤어진 걸 말하지 않았어서 언니가 아직도 제 남친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나 보다 싶었는데.

아니, 그럼 제 문 앞에 장미를 두고 간 건 누군가 싶었죠.

"언니, 저 그... 두 달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어? 그래? 근데 분명 아침에 걔가 장미 두고 가던데? 나랑 인사도 했어."
"아... 그래요?"

일단 상황이 일단락 되고 저는 집에 들어오자 마자 그 애한테 전화를 했죠. 걔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길래 무슨 짓이냐고 쏘아 붙었죠.

걔도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걔는 울더라고요?

"XX아, 미안해... 너무 보고 싶어서... 나 아직 너 못 잊어서... 아직 많이 좋아해서..."

처음으로 본 그 애의 하찮고, 멋 없는 모습이었죠. 조금 흔들리기도 하더라고요. 결국 줏대 없는 전, 다음 주 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죠.

검은 장미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죽음, 이별, 작별이란 뜻도 있지만,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 이라는 꽃말도 있더라고요. 다시 얘기할 때 제대로 얘기 해서 끊어내야겠죠.

그때의 저를 위해.

오늘도 더 단단해지는 연습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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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7-02 19:16 | 조회 : 255 목록
작가의 말
이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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