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이 많이 나는 중년 아재랑 2

성만 아저씨와의 짧았던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바지 주머니에 넣은 명함을 다시 꺼내어본다.

“조금 의외다. 첫인상은 되게 무섭고 조폭같아 보였는데··· 상담사 일을 하신다니.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한성만이라는 이름과 함께 명함을 지긋히 보고 있던 도중 전화 진동음이 울려댄다. 한하는 책상 위에 있던 휴대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한이? 나야, 나. 유진. 진유진. 요즘 잘 지내?]

전화에서 들려오는 밝은 톤의 인물, 한하의 고등학교 친구였다.

“아! 유진? 거꾸로 말해도 진유진? 야~ 반갑다! 나야 잘 지내지. 넌 요즘 뭐해?”
[난 고졸하고 바로 미국으로 유학간 건 알고 있지?]
“그럼. 알고 있지. 네가 떠났을 땐 얼마나 내 마음이 무너지는 줄 알았냐? 그 때만 생각해도 진짜 다시 눈물난다. 힝.”
[ㅋㅋㅋㅋ 진짜 너, 나 떠난다고 하니까 가지말라고 내 손을 잡고는 질질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윽··· 내 흑역사.”
[ㅋㅋ 나 오늘 귀국해서 지금 너희집으로 오랜만에 가려고.]

유진이 귀국했다는 말에 깜짝놀라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하고 일어났다.

“뭐? 지금?!”
[왜, 안돼? 괜찮아, 난 너의 베스트 프랜드로서 네 방이 엉망진창이었던 것도 이미 알고 있어서 지져분해도 상관없어.]
“아··· 그래도 네가 온다니까 정리는 하고 있을 게.”
[그래그래. 아아~ 내 친구 빨리 보고 싶네. 이따가 너희집 근처에 도착하게 되면 연락할게 이따봐.]
“응!”

유진은 한하의 대답을 들은 후 통화를 종료하고 화장실에서 남자에게 펠라를 받고 있다.

“하아··· 시발. 야, 맛있냐? 내게 그렇게 좋아?”

남자는 펠라를 하던 입을 떼고 유진을 야릇하게 쳐다보며 입을 조심스럽게 연다.

“네헤··· 주인님. 너무 맛있어요···.”
“시발 ㅋㅋㅋㅋ. 다리 벌려.”

***

한하는 유진이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했던건지 1시간 동안에 청소기를 돌리고, 어지러진 옷들은 차분히개서 옷서랍장에다가 차곡차곡 넣고 밀려있던 설거지도 순식간에 해버린다.

“후우··· 이게 얼마만에 청소를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 했으면 누가봐도 깨끗하게 보일거야.”

한하는 스스로 했다는 만족감에 뿌듯해함과 동시에 초인종이 울린다.

“어라? 누구지?”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자 유진이가 있었다.

“어? 도착할 때쯤 우리집 근처에서 미리 전화를 준다더니 급했구나?”
“미안. 내가 급하긴 했나봐. 내 친구 빨리보고 싶어서 인내심은 갔다버리고 이렇게 먼저 와버렸넹? 데헷★”

유진을 보며 못말린다는 표정을 하면서 동시에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에 서로 껴앉은 후 현관문을 닫고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온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미국생활은 나쁘지 않았어?”
“그럼. 내가 또 한 잉글리쉬하잖아? ㅋㅋㅋㅋ. 회화를 너무 잘해서 태어난 국적이 사실 미국이 아닌가하고 다들 의심했다니까? ㅋㅋㅋㅋㅋ.”
“ㅋㅋㅋ 그랬구나.”
“한이 넌 요즘 뭐 하면서 지냈는데?”
“난····.”

한하는 그 동안 전여친들과의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며 유진에게 하소연하듯 털어놓았다.

“그런일이 있었구나··· 한이 네가 많이 힘들었겠네. 그래도 술은 먹지마. 속상하다고 술로 푼다는 건 안 좋은 버릇이야.”
“웅···.”
“그래서 이제 연상 누나들이랑은 안 사귀게? 그런 말들 들어서? 아니면 내가 소개시켜줄까?”
“아냐,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고마워···.”
“한이 네가 그렇다면 뭐. 근데 너 요즘 고민은 없지? 방금들은 그 일 말고는.”

유진은 살포시 한하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응. 없어. 근데 유진은 오늘 귀국했다고 했는데 그럼 오늘부터 쭉 우리집에 있는 거야?”
“음··· 솔직히 한이 집에 계속 있고 싶긴한데 그럼 내가 너무 양심은 없는 것 같으니까 한이 옆집을 좀 샀어. 자주 놀러갈 수도 있고 헤헤.”
“뭐? 바로 옆집?!”
“왜? 내가 불편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척한 거야? 그럼 좀 배신감드는데? ㅋㅋㅋ.”

유진의 눈은 웃고 있지만 뭔가 오싹한 오라가 뿜어져나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건 아니지만 너무 갑작스럽다고 해야 하나··· 당혹스러워서.”
“그래? 난 네가 보고 싶어서 집까지 사서 자주 놀러올 생각이었는데 한이 넌 나랑 노는 게 싫구나?”
“아, 아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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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5-25 16:09 | 조회 : 888 목록
작가의 말
アキラ-じゆ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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