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이 많이 나는 중년 아재랑

나는 연상을 좋아했다. 그도 그럴게 연하는 너무 애같아서 싫었고, 나와 동갑내기는 친하게 지내는 관계로서는 좋지만 막상 사귀자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싫었다. 그래서 나보다 연상인 대학선배이자 같은 과 소혜누나와 사귀었었는데 며칠 안 가 헤어지게 되었다. 이유는 즉슨 나랑 같이 데이트를 하면 주변에서 아줌마같은 처녀가 젊은 애랑 같이 다니고 있다는 말소리가 들려와서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나랑 헤어졌다. 다른 누나들이랑도 많이 사귀어봤지만 역시 거의 같은 이유로 날 꺼려하다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애같아서 연하가 싫다고했던 나 역시 너무 애같았던 탓이었을까 결국 나에게 이것이 인과응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아.”
“사내놈의 자싁이 뭔 한숨을 그렇게 땅이 꺼져라 쉬고 있어? 누가 보면 빚져서 어찌해야 허나 답이 없어 고민하는 줄 알겠다야.”

공원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소년을 보고 저 멀리서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와 자연스럽게 소년 옆에 앉아 말을 건다.

“···?!”

소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젊은 놈이 공원에 앉아서 한숨 푹푹 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뭐, 네가 너무 애같아서 여친이 헤어지자고 말한 건 아니지?!”

전자로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화가 나지만 후자로 말한 부분에서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신내림?!”
“신은 무슨, 아저씨 신 안 좋아한다. 그리고 그냥 찍은 것 뿐인데 진짜일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어안이 벙벙했다. 찍어도 이렇게 잘 맞추는 사람은 드물었는데.

“제가요, 여친들을 사귀면서 들은 말 중에 가장 속이 상한 게 뭔지 아세요?”
“뭔데?”
“ ‘너랑 데이트를 하다보면 애늙은이 취급받는 게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 에요. 그 말 듣고 제가 얼마나 상처받고 속이 상했는지 여친하고 헤어진 바로 다음 날 술로 풀었어요.”

건장한 남자는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바지 주머니에 담배갑이 들어있던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꺼내 틱틱하고 불을 켜 담배를 불에 살짝 가져다 대고는 입으로 가져가 스읍하고 빤 뒤에 후우하고 담배연기를 내뱉는다.

“그렇다고 술로 풀어버리면 네 속만 안 좋다. 근데 혼자 먹었니? 아니면 친구랑 같이 먹었니?”
“친구 1명이랑요. 물론 친구도 아저씨랑 똑같은 말을 했어요. 그런데도 자꾸만 술이 술을 부른다고 입으로 넘어가지네요.”

남자는 벤치에서 일어나 담배피우고 있던 재를 털고 다시 입으로 가져가 피운다.

“술은 독이지. 많이 먹지 마라. 엄밀히 말하면 술은 마약이나 같은 거니까.”
“그러는 아저씨는 술은 안 드세요?”

담배연기 때문에 숨이 조금 막혀 잔기침을 하게 되지만 담배 피우시는 아저씨를 보며 살짝 궁금해졌다.

“난 안 먹는다.”
“아··· 그럼 아예 술을 입에 못대세요?”
“아니, 먹은 적은 있었지만 내 취향은 아냐.”
“엥?”

남자는 담배를 다 피웠는지 담배꽁초를 벤치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고 다시 소년에게로 온다.

“근데 꼬마, 넌 이름 뭐냐? 난 한성만.”
“아, 저는 뮤한하에요. 성이 좀 특히하죠? 성이 워낙 특이해서 친구들이나 학과 선배들이 놀려요.”

성만은 한하를 보며 잠시 아무말없다가 한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특이하다기보단 귀엽네 이름도 그렇고 무슨 뜻인데?”

성만은 무뚝뚝한 말투로 물어보았다.

“한자뜻은 아니지만 대범한 마음을 지닌 높은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셨어요.”
“좋은 뜻이네. 아! 맞다.”

성만은 오버핏 자켓 안쪽에 있는 주머니를 손으로 넣어 한하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준다.

“? 이걸 왜?”
“고민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나 거기서 일한다. 그럼 난 간다.”

성만은 한하에게 명함을 주고 쿨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 갔다. 한하는 성만이 간 후 건네준 명함을 자세히 본다.

“아저씨가 여기서 일하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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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5-25 16:07 | 조회 : 1,195 목록
작가의 말
アキラ-じゆ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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