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한 걸음도 큰 결심 (4)

"야, 박우연. 그거 진짜야? 거짓말 아니고?"
"어."
"...왜 나한테 그런 게 생긴건데?"
"몰라... 이상하게 너랑 떨어져 있거나 네가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너무 힘들더라고. 그래서 혹시 싶어서 진료 받았더니 우울증에 분리불안이래. 응, 너무 갑작스러워서 안 믿기지? 나도 그랬어."
"어, 하나도 안 믿겨."
"나도 너한테서 이런 거 사라지려고 노력 중이야. 치료 될 때까지만 도와주면 안됄까?"
"...생각 좀 해볼게."
"으응, 고마워!"

*

"야, 너 나랑 얘기 좀 해."
"내가? 왜?"

이것 봐라?

"어제 그 일 말이야. 그거 때문이니까 얘기 좀 하자."

내 말에 주변 아이들이 웅성 웅성 거렸다. 유하영은 귀찮은 지 뒷머리를 탈탈 털고는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났다.

유하영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체육관 뒤로 갔다.

"야, 너 진짜 담배 끊어."
"..."
"여기 애들도 쌤들도 거의 안 다녀. 말해도 돼."
"내가 담배를 끊든 말든 네가 뭔 상관인데?"
"뭐? 친구가 담배를 한다는데... 이러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친구... 그런데, 이러는 거 귀찮을 거 아니야. 그냥 하지 마."

유하영은 조용히 친구라고 중얼거렸다. 분명 그 뒤에도 무슨 말을 한 거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이런 게 뭐가 귀찮아. 사람 하나 갱생 시키는 일인데."
"그냥 네 얄쌍한 정의감이잖아. 자기 존심이랑 정의감 채우려고 이러는 거 내가 모를 거 같냐?"
"아니, 그냥 걱정이잖아!"
"난 이런 걱정 필요 없다고."
"...씨, 그래. 그거 내 얄쌍한 정의감이고 내 정의감은 기준도 뭣도 없어서 이래."
"인정 하네."

유하영은 딴짓을 하며 능청스럽게 내 말을 모두 넘겼다. 평소의 나라면 이런 식으로 능청스럽게 넘어간다면 오히려 더 좋아하며 나 또한 장난이었다, 뭐 그냥 사사로운 걱정이었다 하며 넘어가겠지만 이런 짓을 한 애가, 심지어 유하영이... 이런 짓을 했다고 하니 답답하고 기분 나빴다.

"..."
"이제 끝났어?"
"어, 그래. 이제 신경 안 쓸게."
"응."

유하영은 나를 슬쩍 흘겨보고는 유유히 떠나버렸다. 나는 분명 걱정 때문에 그런 건데... 솔직히 걱정이나 관심 따위 하나도 없었다면... 나는 유하영이 뭐 어쩌든 아무 상관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왜 걱정을 해줘도 저러는 건데..."

*

주일이라서 미사를 드리러 성당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모태 신앙인 나는 18년 째 성당에 다니고 있다 보니, 어느새 집 보다 성당이 더 익숙해졌다. 주님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 분명 노하실 게 분명하지만... 주님께 미사를 드려도, 성당에 방문해 신부님과 사제님을 만나 고민을 털어 놓아도... 결국 그 당시에 날 도와줬던 건 담배였다.

남들이 보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논리냐고 말을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도 되지 않는 논리였으니까.

"아, 안녕하세요. 사제님."
"미카엘 신도님이시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언제나 신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만나는 사제분들마다 인사를 드리고 미사를 드리니 그동안 내가 저질렀던 모든 악행들이 용서 받는 기분이였다.

"..."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딱히 달갑진 않은 사람이였다.

"이서호?"
"어? 뭐야, 유하영? 너도 성당 다녀?"
"...어. 너도 가톨릭인가 보네."
"아니, 난 가톨릭은 아니고, 친구가 가톨릭이라 걔 좀 데리러 왔지."
"아..."

순간 적막이 맴돌았다.

"야, 하영아."
"응?"

이서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내게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잠깐 시간 되냐? 중요하게 얘기할 게 있어서 말이야."

ⓒ 2022. 이멷 All Rights Reserved.

0
이번 화 신고 2023-03-31 23:45 | 조회 : 38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