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한 걸음도 큰 결심 (2)

"뭐, 뭐야..?"
"아..."
"너 손에 그거 설마 담배야?"
"...응."

그걸 또 왜 수긍해?! 유하영이 담배? 유하영이?! 말도 안돼!

"야, 야! 너 미쳤어? 무슨 담배야!"
"하... 신경 쓰지 마."

유하영은 익숙히 담배 불을 끄고 내 손에 들린 자신의 폰을 낚아 채 갔다.

"폰 주러 온 거지? 고마워."
"어? 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정말 담배 피는 거야?"
"방금 봤잖아, 그리고 네 알 바 아니야."
"... 담배는 왜 피는 건데?"
"그냥... 스트레스 때문에.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웬만하면 담배 끊어."
"네가 무슨 상관이야?"
"그게... 아냐, 못 들은 거로 해. 잘 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사고가 정지된 것만 같았다. 유하영은 내가 아파트 로비로 들어가자마자 날 등지고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허, 어이 없어... 유하영에게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 모범생인 줄 알았던 유하영이 담배를 핀다니... 솔직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담배를 끊으라는 둥 했던 말이 어떻게 보면 간섭에 오지랖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뭐야... 담배? 담~배?"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폰을 보았다. 벌써 8시네. 갑자기 닥친 일에 배고픔도 잊고 있었다. 아... 배고파... 나는 편의점에 들려 라면이라도 사 먹을까 하다가 아직도 입구에 떡 하니 서서 담배를 피고 있는 유하영 때문에 편의점에 들리기는 포기했다.

"그냥 배달이나 시켜 먹어야지."

배달 어플에 들어가 볶음밥을 시켰다. 내가 요리를 할 줄 알아야지...

*

"아! 또 톡이야!"

박우연의 차단을 풀어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박우연은 쉴 틈 없이 내게 톡과 전화를 했다. 피곤해 죽겠어...

뭐하냐는 연락부터 만나자, 어디냐, 내가 가겠다. 설마 지금 다른 사람이랑 있냐 라는 내용. 그리고 가끔 보이는 나 너무 힘들어, 네가 없으면 안돼. 등의 집착 섞인 내용까지.

얘는 예전부터 계속 이랬다.

"이서호, 나랑 사귈래?"

그 날의 일은 갑작스러운 고백이 그 시작이었다. 그저 지나가다 한 번 본 적 있던 다른 반 여자애의 고백. 명찰을 보니, 이름이... 박, 우연... 이름 예쁘네. 솔직히 딱히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냥 볼만한 외모에 꽤 큰 키, 그리고 날 바라보며 홍조를 띄고 있는 얼굴. 그 모습이 신기하고 흥미로워서 받은 고백 이였다.

"그래."

내 나름대로 짧고 명쾌한 대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후로부터 시작되었다. 박우연의 병적인 집착이.

"서호야, 너 방금 저 여자애랑 무슨 얘기한 거야?"
"그냥, 체육대회 얘기."
"그거 말고 다른 얘기는 안 했어?"
"응, 딱히 다른 얘기는 안 했는데... 왜?"
"음... 알겠어."

처음엔 간단한 설문 조사였다. 내가 어디서 누구랑 무슨 얘기를 얼마 동안 했는지. 경찰이 하는 취조 마냥 하나 하나 꼬치꼬치 캐묻는 박우연이 솔직히 조금 신기했던 건 사실이다. 이런 애는 처음 이였으니까. 그저 날 사랑해서 나오는 하찮은 질투심인 줄 알았다.

"야, 야. 너 어디 있다가 왔어? 어? 나랑 있기로 했잖아... 왜 연락은 안 받아?"
"아, 미안. 친구가 갑자기 다쳤다고 해서."
"너는 나보다 네 친구가 더 먼저야? 어? 내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아니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는... 나는... 흐윽..."

박우연은 내가 친구 병문안을 가느라 고작 10분 늦은 것 가지고도 요란스럽게 굴었다. 그때는 그냥 조금 시간 약속에 예민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일 거라 절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야! 개*발! 너 방금 쟤랑 뭐 한 거야? 방금... 쟤랑 손 잡은 거 맞지?"
"뭐? 체육 대회잖아. 이어 달리기 하려면 바통을 넘겨야지. 그리고 손 잡은 거 아니야, 그냥 손이 스친 거라고."
"손이 닿긴 닿은 거잖아! *발... *발..! 넌 나한테 이 정도밖에 안돼? 너 노리는 새*들 졸라 많다고! 그러니까 내가 불안하겠어, 안 불안하겠어?"
"그걸 나 보고 뭐 어쩌라는 거야? 그럼 뭐 손 닿았다고 내가 지*발광을 할까? 그렇게 체육 대회 분위기 곱창 내?"
"흐으윽, 너 왜 화 내..?"
"뭐?"

박우연은 진짜 미친 싸이코 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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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28 06:54 | 조회 : 34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