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한 걸음도 큰 결심 (1)

"쨔잔! 여기가 내 집이야!"
"와~ 집 예쁘네."
"그치? 내가 다 인테리어 한 거야!"
"인테리어 좋아해?"
"응! 인테리어도 좋아하고... 디자인도 좋아하고... 그냥 꾸미는 걸 좋아해."

하영이는 조심스럽게 집에 들어왔다. 한껏 긴장한 눈치였다. 와... 진짜 귀여워!

"그럼 밥부터 먹을래, 아님 공부부터 할래?"
"난 상관 없어, 넌?"
"음... 난..."

꼬르륵...

아뿔싸! 내 배에서 밥 시계가 천둥 소리 마냥 크게 울렸다. 유하영은 고개를 휙 돌리고 끅끅 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한 순간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으아... 부끄러워...

"야! 웃지 마!"
"끕... 크흡..."
"... 웃을 거면 그냥 대놓고 웃어, 그러는 게 더 재수 없거든!"
"풉, 푸하하하! 너 지금 배고프구나?"
"어, 진~짜 배고파."

유하영은 한 번 더 크게 웃더니 웃느라 흘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집에 음식 만들 재료가 있냐 물어보았다. 뭐야, 요리해 주려는 거야?

"왜? 요리라도 해주게?"
"응, 나 요리 잘해."
"오오~ 일 등 신랑감인데?"
"푸흐, 뭐래."

나는 냉장고로 향해 음식을 만들 만한 게 있는 지 보았다. 어제 장을 봐 온 탓에 냉장고는 꽉 채워져 있었다. 음...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오, 재료 많네."
"응, 뭐 만들까?"
"글쎄... 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 나 볶음밥 먹고 싶은데... 어때?"
"좋은데? 볶음밥이야, 쉽지."

하영이는 손을 툭툭 털더니 냉장고에서 볶음밥 재료를 꺼냈다.

"도와줄게, 난 뭐 하면 돼?"
"됐어, 집 초대해 준 거에 대한 내 보답으로 알아."
"그게 뭐야... 그리고 애초에 내가 집에 초대한 건 나 때문이잖아. 내가 음료수 먹으면서 공부하고 싶다 해서..."
"나 요리 잘 해,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앉아 계셔."
"..."

나는 아무 것도 안 하기엔 좀 눈치도 보이고 내가 불편해서 식탁에 수저를 놓고 컵에 물을 따라 올렸다. 의자에 앉아 하영이가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요리 하는 것도 멋지네... 하영이는 불을 쓰는 요리를 하느라 그런지 더워 보였다. 하영이는 긴 앞머리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지 고개를 훅훅 흔들었다.

나는 하영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하영이의 앞머리를 걷어 주었다.

"어!"
"아, 놀랐어?"

하영이는 많이 놀랐는지 프라이팬에 손을 데이면서 까지 날 피했다. 하영이는 다시 앞머리를 내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아, 또 내가 잘못했나 보다.

"미안해, 머리가 거슬려 보이길래..."
"괜찮아, 앉아 있어."
"너 화상 입었잖아."
"아..."
"기다려 봐, 일단 물에 손 좀 대고 있어 봐. 그래도 크게 화상 입은 것 같진 않으니까..."
"...그냥 연고만 바르면 돼."
"아냐, 병원 가야지!"
"됐어, 내가 더 잘 알아."

하영이는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대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영이는 생각보다 아픈지 가끔 움찔 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뭘 잘 알아, 네가 의사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병원 가자."
"아 됐다고! 한 두 번 이런 거 아니니까 제발 그만 좀 해."
"...한 두 번? 너 많이 다쳐봤어?"
"..."

한 순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나는 식탁에 화상 연고와 면봉, 반창고를 두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내가 잘못한 것 맞지, 백 프로 내가 잘못한 거다. 하지만... 내가 걱정 되어서 병원에 가자고 설득한 건데... 이렇게 까지 화낼 일인가..? 그리고 한 두 번 이런 게 아니라는 건 대체 뭔데? 많이 다쳐 봤다는 건가? 아니, 화상을 많이 겪어 봤을 사람이 어딨어... 그것도 학생이 말야...

험악해진 분위기를 뒤로 하고 하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하영아."
"왜."
"지금 이 상황에 뭘 먹고, 공부 하고 그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그냥 집 가서 푹 쉬어. 택시는 내가 잡아 줄게."
"...알았어. 택시는 내가 잡을게."
"...응."

평소라면 내가 잡겠다고 생떼를 썼겠지만 지금 상황에는 생떼를 쓰는 것보다 하영이 말에 수긍하고 따라주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영이는 외투를 입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

"잘 가."
"어, 내일 보자."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곧 이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 오늘 하영이랑 친해지려 했는데... 오히려 처음보다 더 어색해진 것만 같다.

"어?"

식탁에 하영이의 폰이 떡 하니 있었다. 두고 간 건가? 아직 하영이가 가진 않았겠지? 그럼 폰을 건네주러 가야겠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 늦을 거 같아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아파트 로비에 도착하자 입구에 서 있는 하영이가 보였다. 아, 아직 안 갔구나!

"유하...영?"

내가 본 하영이의 모습은 짝다리를 짚고 담배를 피고 있는 하영이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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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27 13:59 | 조회 : 31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