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여는 소설가게 #03

소년은 몸속으로 깊숙히 들어온 짧고도 강렬한 쇳덩어리와 더는 들리지 않는 환각과도 같은 어미의 목소리가 현실이 아니길 바랬다

자신의 머리끝에서 지켜보고 있는 붉은 달의 강렬한 색감만큼 순수하고도 맑은. 그리고 강렬한.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그 붉은액체가

핏물과도 같은 붉은 빗물이 담긴 웅덩이를 흐려주길 바랬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 붉은 웅덩이에 비춰진 저 여유만만한 붉은달에게 닿기를 바랬다

내 한계까지도 시험하는, 아니 즐기는 저 달이 너무나 미웠다





'알게 된다

알게 되었다

나의 어미는 돌아오지 않아...'

낮고도 잔잔한 저녁하늘의 별과같았던 그목소리.

그 환각을 들은 그순간부터 나는 느낄수 있었다

'저 붉은 달은 나의 어미를, 나의 눈을 줄 생각이 없다'는것을...





소년은 이윽고 복부에서부터 거슬러오는 역겨운 비린내를 거부할수 없었다

소년은 끈적하고도 아직은 맑은 핏물을 쏟아내었고





소년은, 웃었다

소년은 미친듯이 웃고 또 웃었다

가릴게 뭐있겠는가 이제 이곳에는 자신과 저 붉은 달뿐일터인데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생물처럼

소년은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팔을, 심장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찌르고 찔렀다





이것은 소년의 마지막 도전이었고

해볼테면 해보라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남은 왼쪽눈마저 도려내어

텅비어 공허한 눈동자에 붉은 달을 담았다





분노와 증오만이 남은,

깊게 패여진 두눈에

소년은 붉은 달을 담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것인가 붉은 달이여

그 아름답고도 강렬한 붉은 색으로 나를 유혹할수 없으니

나는 너를 내눈에 담고 너를 증오로 품으며

기어이 너를 잡아먹고말테다'





'자, 답을 주거라 붉은 달이여

이 어린소년에게서 더 무엇을 앗아갈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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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20 10:03 | 조회 : 1,275 목록
작가의 말
nic35019076

..새벽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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