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여는 소설가게 #02

소년의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한 것이었다.
아니,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제 스스로마저도 잊어가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여리지만 강인했고
한 없이 깊은 애정을 품고있었다.

제 어미의 목소리.
앞으로 평생 들을 리 없다고 생각한 그것이 귓가에 울리고 머릿속에 울리는 그 때
앙상하지만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굳건한 걸음을 이어가던 다리는
어느새 무너져 바닥에 닿아있었고

굳어있는 마냥 한번 휘지않던 허리는 한껏 웅크려져있었다.
소년은 상처받은 짐승마냥 웅크려 절망을 내뱉었다.




-

붉은 달은 자신을 살려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하고도 일방적인 힘에 얼마나 발악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생명을 깎고 심장을 내놓아 힘겹게 가는 한걸음한걸음은 그저 유희에 지나지않았다는 사실에 소년은 다시 한번 절망했다.

애초에 의지로 극복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사실 소년은 길을 떠나기 첫걸음부터 어렴풋 깨달았을 지도 모른다.

언제나 머리 위로 떠올라 기묘한 붉은빛을 내는 달에게 자신은 저항 할 수 없다고. 애써 외면한 그 사실을 뼈 아프게 느낀 소년은 고개를 치켜들어 달을 응시했다.





-
손바닥에 고여있는 핏물인지 빗물인지 구분도 가지않는 붉음을 이미 더러워지고 너덜거리는 옷에 한번 비벼 닦고 단도를 고쳐 쥐었다.

고고히 떠있는 붉은 달을 바라보며 소년은 심장을 향해 날을 누르니 근육이 말려들어가는 감각이 생경했다.

심장이 찢어지고 혈관이 헤집어질 때에도 소년은 고통을 느끼지않았다.
빌어먹을 붉은 달은 소년이 패배하는 순간에서야 자비를 베풀어 준 것이다.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넘어간 소년의 얼굴은 패배자의 그것이었다.
빛을 잃은 두 눈은 붉은 달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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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19 22:46 | 조회 : 1,241 목록
작가의 말
nic35019076

새벽에 여는 소설가게는 릴레이입니다. 아그리고 요즘 새벽에 누가 제정신입니까! 뇌대신 손이 써준거니... 그냥재미있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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