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무슨……."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 느껴졌던 낯선 기운에 긴장을 잔뜩 하고 들어선 것이 허무하게 내 방에 누워있는 것은 익숙한 얼굴의 소년이었다.

서브 방으로 침대 하나만 달랑 둔 방에는 죽은 듯이 눈을 감은 연호가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비릿하게 밀려었던 피 냄새는 침대 곁으로 한 발 다가서자 코가 구겨질 정도로 진동했다.

가까이 다가서 보자니 어둑한 방안에서도 짙은 색의 이불이 피로 물들어 있는 게 보였다. 덕분에 코끝과 함께 내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뭐야, 이 새낀."

바로 앞에서 코를 틀어막으며 중얼거렸으나 정말 죽기라도 한 건지 녀석은 미동도 없었다. 덕분에 당혹스러운 마음은 순간 걱정스러움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집에 갑자기 시체가 놓여 있다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불 속에 파묻힌 연호의 어깨를 건들기 전 뒤로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섰다.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은 다급하게 입술 위에 올라간 손가락에 가까스로 멈췄다.

"조, 조용… 쉿!"
"…뭡… 니까, 이건."
"아, 그게. 도련님 일단……."

험상궂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아버지의 오른팔 격인 청당 아저씨가 방 바깥을 향해 팔락팔락 손짓을 했다. 흘긋 다시 한 번 침대 위의 연호를 돌아본 나는 아저씨의 손이 빠져 날아가기 전에 떨떠름한 얼굴을 한 채 밖으로 향했다.

"후우……."

내가 밖으로 나와 친절하게 문까지 꾹 닫아 내자 그제야 아저씨가 한숨을 돌렸다. 나는 가슴을 쓸어 내리는 아저씨를 보며 엄지를 펴 뒤에 있을 문을 가리켰다.

"죽은 건 아니죠?"
"…죽을… 뻔 했죠."
"진짭니까?"
"예."

청당 아저씨의 설명에 순간 확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다면 정말 제 침대에 시체와 다름 없는 것이 누워 있다는 말이 아닌가. 녀석이 어디서 저런 시체 꼴이 되어 왔는지도 왜 시체 꼴로 내 집에 있게 된 것인지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혼란감만 더 해졌다.

나는 약한 한숨과 함께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래서… 저건 왜 제 집에 있는 건데요."
"보스께서 전하신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이 조금 위험해서요."
"그래서요?"
"도련님께선 그래도 노출이 적었으니까. 이 집이 제일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을 때까지 당분간만 좀 여기에 두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아… 누구 마음대로 제 집에요? 저 위험한 걸?"

미간을 강하게 구기며 불쾌한 티를 팍팍 내자 청당 아저씨가 난감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연호 녀석 생각만큼 위험한 녀석 아닙니다. 엄청 얌전하고 말도 잘 듣고 조용한 녀석입니다."
"…전혀 안 믿기는 데요. 특정 사람 말만 잘 듣는 거 아닌가……."

그 특정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것이다. 나는 녀석이 아버지 뒤에서 내게 보였던 눈초리를 다시금 떠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안 된다는 뜻으로 여겼는지 굳게 닫힌 문을 돌아보았던 청당 아저씨가 덥석 내 손을 움켜잡았다.

"저 녀석 나가면 이번엔 정말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원래 누구랑 같이 못 살아요. 아버지도 알 텐데. 이러면 굳이 저 혼자 나와 사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냥 다른 집을 구해 주시면 될 걸 왜……."
"지금 저희 여력이… 믿고 맡길 만한 애가 없습니다."

청당 아저씨의 간절한 말에 살짝 고민해 보던 마음 속에 순간 아저씨의 말 하나가 불쑥 신경을 건드렸다.

"그러니 도련님께서 잠시만 맡아 주시면……."
"잠깐……."

손바닥을 펴며 아저씨의 말을 제지하자 아저씨가 불안한 얼굴을 하면서도 말을 뚝 멈췄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그러면 그냥 집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제가 저 녀석을 돌봐야 한다는 말입니까?"

황당하다는 얼굴로 따지자 청당 아저씨가 손사레를 쳤다.

"아니요, 아니요. 그냥 혹시 위험한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그때만… 저한테 연락 좀 주십쇼. 그 외에는 제가 시간 날 때마다 사람 보내서 돌보게 하겠습니다. 도련님 안 계실 때만요."
"……."

아저씨는 다시금 내 손을 살짝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보다 연장자인 그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그득한 불만이 입 밖으로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몇 년이나 혼자 산 집에 갑작스럽게 산송장같은 녀석 하나가 들어 온다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더욱이 연호 녀석은 내가 좋아하지 않던 녀석이지 않던가.

눈밑을 살짝 찌푸리고 고민하는 사이 청당 아저씨가 슬쩍 뒤로 발을 빼냈다.

"그럼 도련님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저는 이만……."
"예? 아니, 잠깐… 청당 아저씨!"
"이미 보스께서 결정하신 일이라서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아니……."

당장 손을 뻗어 아저씨를 붙잡으려 했으나 아저씨는 놀라운 속도로 몸을 돌려 집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허무하게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어며 나는 허공에 남은 손을 밑으로 떨궈냈다.

"하아……."

걱정스러운 고개가 굳게 닫힌 문으로 향했다.

"저거… 괜찮은 거야?"

방에서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짙은 피자국이 부르르, 몸이 떨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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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4-05 02:34 | 조회 : 2,10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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