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투쟁과 평화 (3)

아밀론이 아마 환영 비스무리 한 것을 보는 것 같다.

에밀리아 프뢸리히를 카밀라 다이애나로 본다라... 이거 곤란하게 됐는데... 그래도 아밀론을 계속 붙잡고 있으려면 다이애나인 척 해야겠지.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아밀론이 그동안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다이애나가 아니라 프뢸리히 라는 걸 깨닫게 되면 그땐... 프뢸리히를 사랑해 주지 않을까?

사람들이 그들을 보면 우스꽝스럽다고 여길지 모른다. 아밀론은 에밀리아 프뢸리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카밀라 다이애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지만 에밀리아 프뢸리히는 아밀론이 자신을 다이애나라 착각해 날 사랑한다 해도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 자체로도 너무 행복해서 익사할 것만 같았다.

*

"하... 시민군에게 가장 방해되는 귀족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꼭 한 가문만 말하라면 다 알지 않습니까?"
"그쵸... 그 가문은 정말 영악하고... 악질입니다."
"아니, 그 가문이 뭐길래 그럽니까? 좀 알려주십시오."

시민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원이 짜증을 내며 물었다.

"계속 그 가문, 그 가문... 그가 대체 누구길래 그럽니까?"
"...프뢸리히."
"네? 프뢸리히 가문이요?"
"그렇습니다. 시민군에 방해되는 가문은 프뢸리히 가문 외에도 올리에 가문, 카틀로우 가문, 빈센트 가문등... 굉장히 많지만 그 중 가장 방해되는 가문은 프뢸리히 가문입니다.
"왜죠..? 실은 제가 저번에 프뢸리히 공녀를 잠깐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굉장히 좋은 사람인 것 같았는데..."

시민군 대표는 그 일원을 힐끔 쳐다보았다. 얼굴도 반반하고 키도 훤칠하니 프뢸리히 공녀가 좋아할만한 상이긴 했다. 근데 저런 사람이 대체 왜 시민군에 들어온 거지?

"프뢸리히 공녀의 정체를 아직 잘 모르나 보군... 뭐... 그럴 수 있네. 근데 프뢸리히 공녀와 만났었다면 공녀가 굉장히 잘 해 주었을 텐데... 왜 시민군에 들어온 거지?"
"그게... 프뢸리히 공녀가 헤어질 때 1000달러를 주었습니다. 자신과 잠시 만났긴 해도 그동안 만나준 부분에 있어 고마움이 있어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렇군."

그 일원은 손톱을 이로 까득 까득 물어 뜯으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대부분 시민군에 들어오는 일원들은 그저 그냥 귀족들의 비리에 분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꽤 많은 일원들이 프뢸리히 가문에 앙심을 품어 시민군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서 역시 명문 가문은 헤어질 때도 그 명성에 맞게 헤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여러분 말씀을 듣다 보면 프뢸리히 공녀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그거 아나?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프뢸리히 공녀에게 사랑 받았다 버려진 이들이네. 그쪽처럼 이렇게 마지막까지 좋은 대우를 받은 사람은 또 처음인데..."
"..."
"근데 정말 대체 왜 시민군에 들어온 거지?"
"그게... 저희 부모님이 제가 프뢸리히 공녀에게 1000달러를 받은 그 날, 제가 프뢸리히 공녀에게 받은 돈으로 부모님 선물을 사러 간 그 시간에, 돌아가셨습니다... 괴한의 습격이라고 하더군요."
"아..."
"괴한은 주변 사람들에게 잡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2명이 프뢸리히 가문의 하녀 둘 이더군요. 처음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하 둘도 입을 끝까지 다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조사 내용을 듣다 보니 수지가 딱 딱 맞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프뢸리히 공녀를 만나 보아야 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어찌저찌해 프뢸리히 공녀와 잠깐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뢸리히 공녀는 만나자 싱긋 웃으면서 제게 정말 잘해주었습니다. 그런 공녀의 모습을 보니 절대... 공녀는 그런 짓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요.

그리고 제가 시민군에 들어온 건 프뢸리히 공녀 때문이 아니라 제 부모님을 살해한 괴한 둘이 큰 후작과 자작 가문 영애더군요. 그래서 제가 시민군에 들어온 겁니다. 그들에게 복수하려고요."

"이런... 멋진 생각이군."
"그렇게 봐 주셨다면야... 감사합니다."
"그럼 프뢸리히 공녀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다는 거군."
"네, 여러분께는 죄송할 따름이지만... 그렇습니다."
"...자네, 이름이 뭔가?"

그자의 이름은...

"제 이름은 롤랜드 바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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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19 12:11 | 조회 : 276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