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투쟁과 평화 (2)

아밀론은 카밀라의 죽음을 발견한 뒤로, 일주일 동안 저택의 방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하지도 평소에 자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아밀론의 방에 가끔 들어갈 때면 아밀론은 카밀라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허공에 눈을 맞추고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

"한심하기도 하지..."

아밀론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결국 힘으로 제압해서라도 밥이라도 먹여야 했다. 아밀론의 팔과 다리를 하녀들을 동원해 묶고, 하인에게 입을 벌리라 시켜 입 안으로 물과 수프를 욱여넣었다. 물과 수프를 욱여 넣을 때마다 아밀론은 구역질을 하며 토를 해댔다.

"아밀론..! 제발 뭐라도 좀 먹어!"

아밀론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입에 수프를 욱여 넣고 입을 재빨리 막아 버렸다.

"우읍! 우윽..."
"제발 좀 삼켜봐... 이것만 좀 삼키라고!"

아밀론은 저항할 힘이 빠졌는지 마지 못해 수프를 한 모금 삼켰다. 아밀론은 삼키고 나서 억지로 뱉으려고 혀 안 쪽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구역질을 하려 했다. 하녀들은 아밀론은 말리며 웅성거렸다.

"하아... 헬린, 다른 하녀들이랑 하인들 데리고 나가 있으렴."
"네? 공녀님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하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구해줄 거잖아?"
"아... 네! 그럼 나가 있으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그래."

헬린이 하녀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모두 나갔다. 아밀론은 하녀와 하인들이 다 나가자 내 멱살을 부여 잡았다. 아밀론은 초점 없는 눈으로 날 원망스럽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공, 공녀... 제발... 카밀라 좀 살려주게... 난 그 애가 없으면 살지 못해..."
"...공작, 정신 좀 차리게."
"카밀라... 살아 있는 거 맞지? 그냥 장난인거지..?"
"공작! 다이애나는 죽었어! 전염병 때문에 죽었다고! 제발 현실을 받아들여!"

아밀론에게 카밀라는 죽었다고 소리를 지르자 아밀론은 가슴에 무거운 돌이 하나 내려앉은 듯, 굉장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아밀론은 다리를 벌벌 떨더니 툭 하고 주저 앉았다. 아밀론은 내 드레스 옷 자락을 부여잡고

"아니야... 아니야... 아냐... 안, 안 죽었어..."

라고 중얼거렸다. 아밀론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아밀론의 뺨을 타고 송골송골 맺혔다. 손수건 하나를 꺼내 아밀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평소라면 닦아주는 손을 뿌리쳤을 그지만 오늘 만큼의 아밀론은 정말 유했다. 어린 아이 마냥 서럽게 울었다.

"아밀론, 그만 울어."
"흐으윽... 흐아..."
"아밀론..."
"...카밀라, 카밀라야?"

어라?

"카밀라, 어디 갔었어... 나 정말 카밀라가 사라진 줄 알고 무서웠어..."

아밀론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날 확 끌어안았다. 숨이 막힐 만큼 세게 끌어안았다.

설마...

아밀론이 날 카밀라라 착각하는 걸까?

"..."
"카밀라, 왜 대답이 없어..?"
"미안해요, 잠깐 생각에 잠겨서... 저 안 사라졌으니까 진정해요."
"카밀라, 앞으로 절대 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안돼... 절대로..."
"당연하죠. 아밀론, 당신 곁에서만 있을게요."
"정말이지? 그럼 약속해."
"그래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약속."

그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이애나, 당신이 날 다이애나 라고 착각한다면

내가 기꺼이 다이애나가 되어줄게.

카밀라 다이애나로써, 당신 곁에 있을게, 평생. 우리가 말라 비틀어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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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14 14:47 | 조회 : 268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