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moonstruck

(돈은 한화로 나타내겠습니다./1파운드 환산은 편의상 현재의 기준으로)
"...이게 무슨 병인지 알겠느냐?"
"아, 아니요. 무슨 병일지는 의사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하여..."
병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냐...
에밀리아와 가지 못한 곳이 많다, 함께 하지 못한 시간도 수두룩하고, 에밀리아의 소원 또한 들어주지 못했다. 정말... 정말... 그녀를 떠나보내기 싫다. 그녀를 떠나보내면 그녀를 평생 잊어버릴 것 만 같다. 제발 그녀가 나 만은 떠나지만 않았으면...
"...수 있느냐?"
"예?"
"에밀리아를 내 저택으로 비밀리에 옮길 수 있나 물었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그... 공녀님께선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공작님의 저택에 모셔두는 것인지..."
"3000파운드(한화 약 600만원)."
"예?"
"각각 3000파운드를 주도록 하지. 어떤가?"
"..."
역시나 돈으로는 모든 게 가능하다 이건가. 하녀 둘은 에밀리아의 시체를 조심스레 옮기고 있다. 둘의 얼굴엔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기쁨과 잘못하다가는 자신이 병이 옮거나, 시체를 손상 시켰다간 자신들의 돈이 날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 두 가지의 감정이 섞인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볼 만한 얼굴이군."
하녀 둘 이 저택에 에밀리아를 옮겨두었다.
"2층 손님 방에 뫼셔 두었습니다."
"그래, 여기. 일을 잘 처리해주었으니 100파운드 (한화 약 20만원) 를 더 얹어두었다. 이 일은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는 거, 잘 알고 있지?"
"네..."
하녀 둘이 저택을 나가고, 그녀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그녀는 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잠잠히 누워있기 만 했다.
벌써부터 푸석푸석해진 그녀의 피부가 안쓰러웠다.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잠시 나의 얼굴에 대고 있다가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방을 나갔다.
"하아..."
일단 그녀가 있으니 청소를 하는 하녀들을 최대한 줄인 뒤, 내게 충섬심 있는 하녀 몇 만 남기고 그 중에서도 비밀을 잘 지킬 만 한 하녀를 남겨두어 최대한 단 2명만 남겨둘 것이다. 실행은 바로.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남자 하인 한 명과, 여자 하녀 한 명만 남겨둔 채 남은 하녀들과 하인 몇 은 다른 저택에 소개 시켜주거나 원래 알고 있던 그들의 약점 몇 개를 꼬집은 채 쫓아냈다. 뭐, 그들에겐 미안하긴 하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하인과 하녀에게 그녀가 있는 방은 절대로 출입하지 말라 해야 한다. 물론 언제나 그녀의 방은 잠궈 둘 것이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공작님, 무슨 일로 저흴 부르셨는지요?"
"아, 1층에 맨 끝에 위치한 방을 알지?"
"네, 물론입니..."
"그 방은 절대로 청소하지 말거라."
"예? 그게 무슨 말인지... 그쪽은 심지어 고위 인사들을 모셔두는 방 아닌가요..?"
"하지 말라 하였다."
강압적으로 나가자 하녀가 대답했다.
"아, 예, 예. 그 방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녀의 대답을 듣자 조금은 안심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그녀의 방에선 언젠가 악취가 날 것이다. 일단 임시로 향수를 뿌려두긴 했지만... 역시나 불안하다.
집무실에 들어가자 업무 서류 덩이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건 질병에 관한 것이었다.
"질병?"
언제부턴가 질병에 관한 서류 처리 업무가 자주 드나들었다.
분명 질병이 퍼지기 시작한 몇 달 전부터 시내와 시외, 그리고 나라에 쥐가 들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허나, 그 쥐 몇 마리가 병을 옮겼을 리 없을 터인데...
내일부터 바빠지겠지.
업무를 모두 마치고 정신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피로해져 그녀가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방에 들어가자 그녀의 몸이 약간 움직였다.
"어?"
순간 그녀가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에 휩싸였다.
그녀의 입술에 붙어있던 피가 녹아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정말 그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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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2-14 23:32 | 조회 : 89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