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게임을 하다가 잠든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저 내가 운이 나빴던 걸까.
그 이유가 뭐가 됐든지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고 반갑지 않은 불행이 날 찾아왔다.
그 불행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답변을 드리겠다. 이게 무슨 엉뚱한 답변이냐 열변을 토해낸다면,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대답을 못 할 것이다.
나조차도 이 상황이 혼란스럽고, 믿기질 않았다. 내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그대처럼 웃어넘기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으리라. 하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니, 딱히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 나는 빙의했다.
온갖 의심과 불안, 공포가 뒤섞인 핏빛의 향연 속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