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61화









내가 뽑은 번호를 확인하고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살펴보니까 김태겸은 7번이었고, 윤지는 언제 뽑은 건지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윤지야, 많이 피곤해?"
"..응? 아니야..괜찮아."
"그래. 얼른 더 자"


나는 윤지의 손에 얹어져 있는 종이를 슬쩍 가져가서 펴본후에 다시 자리 위에 올려서 필통으로 덮어놨다.
윤지의 종이에는 20번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면서 하여운의 표정도 보게 되었따. 그런데 표정을 보니가 앞 번호인 듯 했다.
저렇게까지 좋아할 정도면.. 방해하는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자, 이제 역할이 뭐가 있는지 말해줄게."


이도하가 얘기하면서 칠판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준비물이나 배경 준비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연기한다고 설치다가 망하는 것도 싫고.

'윤지한테 같은 거 하자고 얘기해야겠다.'


"종치기전에 빨리 정해보자. 그래야지 연습도 최대한으로 빨리 시작할 수 있잖아. 1번 누구야?"
"나야"


아니나 다를까 1번이 적혀있는 종이 쪽지를 뽑은건 주인수인 하여운이었다.


"그래, 뭐하고 싶은지 나와서 적어."


하여운은 슬쩍 나와서 공주옆에 자기의 이름을 적었다.
아이들이 환호를 했다.
앞에 말한 것 처럼 하여운은 이쁜게 맞았기에 다른 애들도 다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 했다.

그래도 저 역할을 스스럼없이 한다고 하다니, 역시나 주인수는 다른건가 싶었다.

'작가니까 실제 하여운이랑은 다른 성격이라고 봐야하는건가, 그럼 실제 하여운은 저 더러운 성격을 가진 건 아닌건가..'

지금 상황이 계속 원작소설대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 같진 않았지만, 역시나 주인공들은 공들이 아니랄까봐 다들 순서가 8번 아래였다.


"너무하네 진짜."
"응? 왜 그래 설아"
"아.. 아냐. 그냥 주인공들에 대한 대우가 참 남다르다 싶어서."
"주인공?"


딱히 비중있는 역할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
엑스트라는 엑스트라라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악역서브수면 꽤 비중있는 거 아닌가 이 소설 속에서는? 모르겠다.

슬쩍 짜증나서 그런지,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내 걱정을 해주는 김태겸에 나도 모르게 속에 있던 말이 튀어나왔다.

2번을 뽑은건 성 준이었다.
기껏 2번을 뽑아놓고는 성 준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준비 담당을 맡겠다고 얘기했다.
성 준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공들도 연기를 할 생각은 없는지 다 준비 역할을 맡았다.

나처럼 하여운도 뒤에서 이 상황에 놀란 것 같았다.

'놀란게 아니라.. 화가난건가'

생각하던 찰나에 내가 뽑은 15번이 이도하의 입에서 불렸다.
칠판을 보니까 이미 왕자와 중요역할들은 다 찬 듯 했다.
굳이 뭐 그 역할들을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나는 그냥 배경준비하는 것에 이름을 넣었다.


"잠깐만!!"


이제는 아주 익숙했다.
나는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안 보고도 알 수 있었다.


"하....왜?"


이도하도 슬슬 지쳤던 것인지 늘 달고 있떤 웃는 표정을 굳혓다.
그럼에도 하여운은 자기의견을 계속 표출했다.


"아니, 우리 반에서 얼굴 되는 애들이 왜 전부 준비담당만 맡는거야?"
"...그게 뭔소린데"
"이거 잘하면 사금있다고 했었지 않아? 상금받으려면 조금 잘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여운의 말은 한 마디로 주인공들을 바꾸라는 소리였다.
하여운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상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슬쩍 김태겸에게 물어보니까, 상금의 금액이 생각보다 컸다.
조금 솔깃할 정도 인데, 내가 돈이없진 않으니까 딱히 그런 걸 목숨걸고 하고 싶진 않았다.

하여운도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잘 모르는 채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엄청나게 무례한 말들을 내뱉었다는 것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아니야."


이제야 주변의 싸한 상황들이 눈에 들어온 것인지 하여운은 진정하는 듯 했다.
내 생각처럼 다른 배역들을 맡은 애들의 얼굴 표정이 안 좋았다.

그제서야 하여운도 자기의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다시 28번까지 맡을 역할들을 정하고 나서야 종이 알맞게 울렸다.

종이 울리는 동시에 하여운은 문을 열고는 나갔다.


-------------



그렇게 하여운은 동아리 시간전에도 한 번도 교실에서 볼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선생님들도 뭘 알고 있는지 딱히 아무말도 없이 수업을 진행했다.

쉬는시간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갔다.
나는 동아리 가기전에 잠시 엎드려있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엄청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여운 대체 어딨는거야"
"...?"


반 아이들이 하여운을 애타게 찾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나는 슬쩍 한 아이쪽으로 다가가서 상황설명을 부탁했다.


"뭐야? 다들 하여운을 왜이렇게 찾고 있는거야?"
"어? 하여운이 주인공이잖아. 이번 동아리 시간 축제 준비하라고 했던 거 기억안나?"
"아... 그랬나?"
"축제 얼마 안남아서 그러기로 했잖아. 너도 빨리 하여운 찾아봐."


반 아이들은 하여운이 있어야지 회의를 하던지 연습을 하던지 한다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딱히 편을 들려는건 아니었지만. 대본 먼저 짜는게 순서 아닌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갑자기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자. 일단 대본부터 짜는게 우선이잖아. 우리가 원작을 그대로 표현할 건지, 조금 우리 방식대로 바꿀건지 이런 거 먼저 회의해보자. 다들 앉아."


이도하는 역시나 반장인건가, 바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
반장이 얘기하는 것들은 잘 들어주는 반 아이들 덕분에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급 조용해졌다.

'그나저나 하여운이 안 들어온지 몇 시간이 되었는데, 이제까지 몰랐던 얘네들도 참..'

나는 반 애들이 조금 바보같이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반인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안쓴다는게 참.. 그랬다.


---------


일단 다들 각자 자리에 앉아서 연극에 대한 내용들을 생각해보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의 원작대로 가는 대신에 조금식만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


"근데 일단 공주랑 왕자랑 합을 봐야하는거 아니야?"


반 아이 중 한 명이 갑자기 의견을 냈다.
그러자 나머지 애들도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왔다.


"얘들아 다들 앉아봐라."

선생님의 표정을 보니 조금 심각한 얘기를 하실 생각인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조용히하고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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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2 22:49 | 조회 : 1,48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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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im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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