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47화





내 영양제를 보면서 나를 닥달하는 백승호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백승호만 있는게 아니라 은호 형도 있었기에.. 병이 있는 척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아예 모든 사실을 말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어때..


"나 요즘 몸이 약해져서, 그냥 영양제랑 편두통 약들이야. 별거아니야."
"....."


나는 백승호가 들고 있던 약통을 뻇어들면서 얘기했다.
조금 과장된 진실을 말해줬는데, 백승호도 그렇고 은호 형도 그렇고 믿지 않는 듯 했다.
사실을 말해달라는 표정을 하고있는 그 둘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실을 말했다니까 그러네..


"설아."
"네?"
"...."


은호 형도 내 얼굴을 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백승호도 백승호지만, 은호 형의 시선을 견디기가 조금 힘이들어서 얼른 화제를 돌려보려고 했다.


"어... 두 사람 다 집에 안가도 돼요?"
"....안가려고."


백승호는 내 말에 집에 가지않겠다고 말하며 내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나..피곤한데.."


나는 누워있는 백승호를 내 침대에서 내쫓기 위해서, 누워서 꼼짝하지 않는 백승호에게로 다가갔다.

그런데 순간 내 몸이 기울어지더니 보고있던 시선이 바뀌었다.


"뭔데.. 비켜"
"피곤하다며. 누워."


백승호가 나를 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아무리해도 도저히 말이 통하지가 않을 것 같아서, 더 이상 말을 안하고 그냥 일어나려고 했는데, 힘차이 때문인지 놓아주지 않을 듯한 백승호의 기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잡고 있던 손이 치워지고, 몸이 일으켜졌다.
은호 형이 나의 어깨를 잡아서 일으켜준 듯 보였다.


"그만해야지. 설이 놀랬잖아. 승호야."
"하.. 안하던 짓 그만좀하지?"
"뭐가."

"...그만 싸워요 좀!"


사람을 중간에 끼워두고는, 둘이서 얘기를 빙자한 싸움을 하는 모습에 나는 화를 내면서 둘을 떨어트려놨다.

내 말을 들은 둘은 그냥 서로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정적이 지속되었다.


(똑-똑-똑)


정적을 뚫고 노크소리가 들렸다.


"설아?"


윤 철이었다.

정말로 질리게 하는 스타일인 윤 철에 그냥 무시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건지 백승호와 은호 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우리가 자는거라고 생각한건지,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안 잠궜는데...

나는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윤 철을 상상했는데, 돌아가는 문고리와는 다르게 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는데 앞에 있던 은호 형이 자신이 문을 잠궜다며 손짓으로 설명을 했다.


"설아.. 너 안자고있지? 은호랑 승호도 집에 갔다며. 형이랑 얘기 좀 할까?"


....은호 형이랑 백승호가 집에 간 줄 알고, 이때다 싶어서 내 방으로 오려는 윤 철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나 뿐만이 아니라, 옆의 둘의 얼굴도 굳어지는 듯 했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은호 형이 문고리를 잡고, 문을 아주 조금 열었다.


"아, 씨.. 형 왜 깨우고 그래요?"
"...너네 아직 안갔어? 아닌데... 아저씨가 가셨다고.."
"우리 아버지 술 버릇이 아무말이에요. 피곤하니까 가줄래요?"


말은 매우 다정하게 하는데, 말투가 엄청 무섭게 느껴졌다.
윤 철은 자는지 몰랐다며 자기 방으로 얼른 가버렸다.


"....."


윤 철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백승호가 잡아세워 물었다.


"저 새끼 아직도 저지랄이야?"
"....뭐가?"
"하.. 아니, 후.. "


백승호는 제대로 된 말을 해주지 않고 그냥 혼자 화를 내고 있었다.


"..아.."
"설아?"


백승호의 말을 듣자 갑자기 머리가 엄청 아파왔다.
한동안 안그러더니 갑자기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너무나 충격스러운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에 펼쳐졌다.


-------------


"설아, 안녕. 나는 이제부터 니 형이야. 윤 철이라고해."
"안녕하세요.."


뭐야.. 윤 철? 저게 무슨 상황인거야..


"설아, 오늘 어머니가 많이 혼냈어?"
"...아뇨,,"
"원래 어머니가 조금 엄격하셔. 앞으로는 조심해."


"설아. 벌써 초등학교 입학하네. 형은 설이가 형한테만 의지하면 좋겠어."
"......."


"설아, 언제 친구 사귄거야? 형만 있으면 되는거 아니었어? 왜 대답을 안해?"
"나.. 오늘 놀러가기로 했어, 그니까 형 그만해.."


내 기억속에서 윤 철은 싫다는 윤 설에게 계속 달라붙었다.


"설아. 괜찮아? 많이 다쳤어? 형 알아보겠어? "
".....건들지마."


"설아, 너 요즘 왜이렇게 막나가? 형이랑 대화 좀 할까?"
"썅, 꺼져. 왜 몸의 대화라도 하려고? 생긴건 넙치처럼 생겨놓고 지랄하지 말고 말걸지 마."


내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로 보자면, 윤 철과 윤 설은 친형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윤 철이 윤 설을 어떤 눈으로 보고있는지도 확신하게 되었다.

....아니 아무리 친형제 아니라고 해도, 동생이잖아.
더러운 느낌에 다시 한번 몸에 소름이 돋았다.


"...ㅇ...아... 설아... 설아?! 윤 설!"
"...."


눈을 뜨니 침대에 있었다.

나 기절까지 한건가...

이때동안 내가 모르는 생각이 나거나 익숙한 상황에 닥쳤을 때, 머리가 아프긴 했는데.. 기절은 처음이라서 당황스럽네..


"괜찮아?"
"아..ㄴ..."


그런데 굳이 괜찮은 척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BS기업이 얼마나 대단하면 그 아줌마가 꼼짝을 못하나 싶기도 하고, 윤 철이 너무 거슬려서 집에서도 맘 놓고 못있기도 하니까..

나는 괜찮다고 하려는 말을 조금 바꿨다.


"..,아.. 괜찮아요.. 괜찮은데..."
"....."
"....."


딱 타이밍이 좋게 눈물도 떨어졌다.

나 그냥 연기자나 해볼까...

그런생각을 하면서 몸을 떨었다.
솔직히 지금 내 감정으로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화가나서 몸이 떨리는게 컸지만, 제 3자가 보기에는 내가 충분히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은호 형은 내 사정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고, 백승호도 말하는 걸 들어보면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기에 나는 조금 많이 무서워했다.

눈물이 더 이상 안나와서 고개를 파묻으려고 숙이려는데, 갑자기 얼굴이 잡혔다.
언제 가져온건지 은호 형이 휴지로 내 얼굴을 닦았다.
너무나 조심스럽게 닦아주는 형에 웃음이 나왔다.


"제가 도자기에요? 뭘 그렇게 조심히 닦아요."
"이제 좀 괜찮아? 더 자는게 좋을 것 같은데.."
"네, 괜찮아요. 고마ㅇ"

"둘만 있냐? 나도 엄청 걱정했어."


계속 궁시렁거리는 백승호에 너무 우리끼리만 얘기를 했나 싶기도 했고, 아까 일어났을 때 마주친 백승호도 엄청 걱정을 하는 듯 했으니까...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백승호의 머리를 쓰다듬해주었다.
솔직히 나도 순간적으로 나간 손이라서 내팽김 당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제지가 없길래 그냥 몇 번 쓰다듬해주고는 내렸다.


"오랜만이네.."
"뭐?"


중얼거리는 백승호에 뭐라는지 물었지만 백승호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또 정적이 흘렀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하여운-


"....?얘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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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07 16:13 | 조회 : 1,592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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