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46화



그렇게 이도하는 버스에 타서 우리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로 걸었다.

굳이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닫고 했지만, 또 울어버릴 것만 같은 얼굴을 하는 듯해서, 뒷말은 다시 도로 집어넣었다.


"잘 가, 고마워."
"......."
"...안갈거야?"


이도하는 내가 인사를 해도 발걸음을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기.. 도하야?"
"..하지마."
"응?"
"연락 하지마. 백승호랑.."
"...."
"그거 싫어."


지금 그것때문에 아까부터 우물쭈물거린건가....

한 번 눈앞에서 울었다고,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그냥 웃음이 났다.


"연락이 오는데 어떻게 안 받어.."
"....."
"그렇게 싫다는 얼굴 하지말고.. 도하 너가 연락해도 꼭 받을테니까."
"...."
"응?"
"..알았어."


정말 애같은 모습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너 이런 컨셉 아니었잖아.. "
"...그래서 싫어? 나 오늘만 어리광 부리면 안되...는거야?"
"...뭐? 흐흫.. 괜찮아. 이런 것도 꽤 좋잖아."
"....."


이도하도 자기가 하는 행동이 웃긴건지, 크게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안될텐데...아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왔으면 빨리 들어오지, 밖에서 무슨 소란이야?"
"....."


오늘은 웬일인지 그 여자가 있었다.

그 말은 윤 철도 있다는 건가..
하..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어머. 도하아니야?"
"..안녕하세요."
"그래. 도하도 잠깐 들렸다 갈래? 안에 너도 아는 사람이 왔는데.."
"..아.. 아니에요. 오늘은 일이 있어서요. 설아, 학교에서 보자. 연락할게."

"...어, 그래."


이도하는 얼른 돌아가보라는 내 눈치를 알아챈건지, 그 여자의 말을 거절하고 내게 인사를 하고는 발을 돌렸다. 이도하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그 여자의 눈빛이 변했다.


".....왜 그러세요?"
"하.. 오늘 손님 오신다고 하질 않았니?"
"..몰랐는ㄷ"
"아는게 뭐니. 철이는 벌써 샤워도하고 옷도 갈아입고 준비도 마쳐서 손님 맞이하고 있는데, 너는 참.."
"...죄송합니다. 다음주가 시험이라서.."
"성적이라도 좋으면 말을 안하지. 얼른 올라가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내려와."
"네.."


샤워라도 할 걸 그랬다.. 저렇게까지 사람한테 비아냥거릴 줄이야..

손님 앞에서도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보이는 레퍼토리에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가 슬쩍 올라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옷을 대충이라도 깔끔해보이는 셔츠와 바지로 갈아입고 밑으로 내려갔다.
부엌에 모여있는건지 생각보다 시끄러운 부엌분위기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아까 그 여자가 그렇게까지 환영할만한 손님이라면, 나랑은 진짜로 안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어쩔수가 없으니까..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허?"


진심으로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 했다.
....뭐냐고 대체..


"너는 이제야 오니? 철이 좀 본받아."
"....."
"인사는 안하니?"
"....."

"죄송해요.. 둘 쨰 아이가 조금 막나가는 편이라서요."


옆에서 계속 앞담아닌 앞담을 하고 있는 사람을 신경쓸 수가 없었다.
부엌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은호 형과 백승호 때문에.. 아무말도 귀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사를 했다.


"설아, 안녕?"
"...은호 형?"

"윤 설"
"백승호..."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건지 싶어서 옆을 두리번거리니까, 아버지와 백승호와 은호형의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우리 애들이랑 윤사장 애랑 이렇게 친한줄은 몰랐네.."
"그러게. 나도 몰랐군."

"그래. 설이라고?"
"...네, 안녕하세요."
"그래그래. 설이한테는 아저씨가 고마운게 많지."
"네?"
"설이 덕분에 우리 첫째랑 둘째가 절대 안하겠다던 ㅎ"

"아버지!"


아저씨가 말하자마자 은호 형과 백승호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는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저렇게 온화한 분한테서 백승호같은 애가 태어나다니... 아닌가.. 은호 형을 보면 뭐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둘쨰아이가 큰 폐를 끼친건 아닌가 싶네요."
"....."


그새를 못참고 끼어든 어머니의 행동과 말투에는 여전히 나를 욕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나도 바로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인데.. 그 말을 듣는 아버지와 은호 형과 백승호의 얼굴도 굳어지는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도 어머니라는 사람은 계속 내 험담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윤 철의 자랑도 빠지지 않고 했다.


"아~ 이번에 우리 철이가 과탑했다지 뭐에요. 정말 수석입학정도만 해도 괜찮았는데, 매번 과탑을 놓치지를 않으니까.. 오히려 스트레스 받을까봐 걱정이네요."
"그렇구나. 대단하네. 철이도."


아저씨는 어머니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아마 그 누구도 반응을 해주지 않는게 무안해보여서 해준듯 했다.


"어머니, 어른들끼리 대화하실래요? 저랑 설이는 올라가있을게요."
"아~ 그럴래? 승호랑 은호도 데려가지."
"아.. 승호랑 은호는 아까 집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곧 시험이라서 피곤한가봐요. 일단 은호 승호는 집에 보내고, 어른들은 밑에서 한잔하세요."
"그래야겠다. 우리 철이가 이렇게 성숙합니다."


..지금 뭐라는거야? 나랑 같이 2층으로 가자는건가?
돌았나? 진짜 미친건가...

나는 얼른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뭐라 말하려는 듯 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말보다 백씨 형제의 행동이 더 빨랐다.


"아~ 저 괜찮아요. 형. 저 이미 공부 다 끝내놓아서, 윤 설이랑 얘기 좀 하려구요."
"저도 괜찮아요. 아버지랑 같이 돌아갈테니까, 너무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 그나저나 철이 형, 내일 일찍가셔야하는거 아니에요?"

"...어?"

"아.. 제가 아는 형도 형이랑 같은 학교잖아요. 내일 단체 봉산가? 한다고 하던데..? 얼른 가서 주무세요."

"...그래. 저 먼저 올라가볼게요. 놀다가세요."


윤 철은 저 형제를 이길수 없는지 그냥 인사를 하고는 자기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럼~ 저희도 올라가볼게요."
"윤 설 방에 있을게요."
"......?"


진짜로 내 방에 온다는거야?
둘을 말릴 틈도 없이 둘은 위층계단을 걸어가서는 내 방 문을 열었다.

꽤 복잡한 길인데... 어떻게 내 방을 바로 찾는거냐고...


"저기.. 은호 형, 승호야. 내 방에 딱히 놀거 아무것도 없어. 그니까 먼저 돌아가는게 낫지 않아? 아저씨 술 엄청 마시던데.."
"...놀게 많아서 온 적 한번도 없어. 그리고 아버지 못 돌아가면, 여기서 자면되지 뭐. 한 두 번도 아니고."


뭐라는거야.. 너가 언제 이 집에서 잤는데...

하.. 머리아파죽겠네.. 은호 형은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백승호는 하.. 미쳐버리겠네 진짜..


이미 골치가 아파서 돌아가시겠는데, 둘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벌써 방에 들어간건가./...

그런데 갑자기 내 방에서 화가 난 백승호가 나오더니 내 손목을 잡고 내 방으로 끌었다.
들어가니까 은호 형도 아무말도 안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뭔데...

...? 갑자기 백승호가 물었다....


"야, 이거 뭔데?"
"......?"


아.. 내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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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05 23:59 | 조회 : 1,668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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