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48화





갑자기 걸려온 하여운의 전화에 나뿐만이 아니라,옆에 있던 백승호와 은호 형도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고있었다.

그렇게 쳐다만보고있다가 울리던 휴대전화가 끊겼다.
백승호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 계속 쳐다봤다.

하긴..가까이 지내지말라고 했던날이 어제였었으니까.. 이해는 가는데 저렇게까지 째려볼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여운이 왜 전화를 거는데?"
"..몰라. 나도 안 받아봤는데 어찌 알어.."


째려보다말고 거의 협박식으로 물어보는 백승호에 모르겠다고 말하던 도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
"잠시만 둘 다 조용히 해봐요."


나는 전화를 받기 전에 내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조용히 시켰다.


"...."
"여보세요?"
"....왜"
"우리 하던 얘기 마저 좀 해야하지 않아?"
"난 너랑 할 말 없을 것 같은데."
"하..야 윤 설."
"...."
"너 아까 이수한이라고 했잖아!"
"너야말로 대체 이수한이 뭐 어쨌다고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건데."
"....이수한은 여기에 있으면 안되는데 왜 이수한을 너가 알고 있는건데?"


하여운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해도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애초에 내 얘기를 들어줄 생각도 없어보이고, 어제부터 자기만 알아듣는 얘기를 하면서 무작정 따지듯이 물어보는 하여운에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순간 옆에 누가 있는지도 까먹은채로...


"이수한을 내가 어떻게 아는지 니가 알아서 뭐할건데. 친군데?"
"하. 뭐? 친구? 이수한이랑 윤 설이랑 친구라고?"
"어. 완전 친한 친구야."
"윤 설, 그만 거짓말하지 그래?"
"...."
"내가 여기서 모르는게 있다고 생각해? 너랑 이수한이랑 나이도 다른데 친구라고? 그것도 제일 친한친구?"
".....넌 그걸 어떻게 아는거야"
"아~ 나 그것도 알고있어. 너 이수한이랑 만난적도 없을건데?"
"........"
"윤 설. 난 너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거든? 그냥 평소대로만 한다면 말이야,"
"평소대로?"


하여운이 말하는 윤 설의 평소대로라는게 대체 어떤거지?

나는 화도나면서 억울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와 얼굴 표정이 이상해졌던 것 같다.
옆에서 백승호와 은호 형은 아까 내가 소리를 질렀을 때 부터, 자신들이 더 놀랬었는데, 지금 내가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자 무슨일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이 둘한테 하여운이 했던 과거행적들을 하여운이 스스로 직접 까발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번 더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내 행동에 그 둘은 알아들은 눈빛을 보냈다.
나는 음성통화를 한뼘통화로 바꾼 후 얘기를 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윤 설"


나는 한동안 얘기를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여운이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


"어"
"내 말 들었어?"
"하.. 알아들으라고 지껄인 말이었어?"
"와.. 너 요즘 내숭 존나 떨더니 나랑 전화할 때는 얼마 전이랑 똑같네?"


하여운의 말에 기가찼다.

내숭이라니 웃기고 앉아있네.

하여운은 욕같은걸 해본적이 없는 애라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아마 백승호도 은호 형도 하여운이 욕하는건 본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과 같이 백승호의 표정은 정말 놀라보였다.

하긴 하여운이 학교에서 하는 행동이랑 말투랑은 지금 전화해서 나에게 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틀렸기에 나는 백승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여운은 당연히 나 혼자서 전화를 받은 줄 알고 열심히 욕을 하면서 얘기했다.


"내가 이 정도로 했다고 내숭이면, 너는 뭔데"
"그래. 그 성격 그대로 학교에서 평소처럼 다녀."
".....뭐?"
"솔직히 어제 니가 이수한 얘기했을 때는 당황스럽고 놀라움이 너무 컸는데,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금방까지만 해도 상관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수한이 지금 무슨 상관이냐 싶어."


내가 백승호와 은호 형에게 조용히하라는 사인의 몸짓을 보내고 있을 때, 하여운은 이미 생각을 끝낸듯 했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생각이 끝나나?


"....그래서 뭔 말이 하고 싶은건데?"
"말했잖아. 옛날처럼 해. 내가 너한테 시비를 걸면 너가 반응만 옛날처럼 잘 해주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하여운의 말에 놀란 표정의 백승호와 은호 형이 보였다.

확실히 내가 하여운을 괴롭히지 않았다고 생각은 했겠지만, 딱히 그 때의 일들을 알지는 못할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지금 하여운이 직접 내뱉는 말이 가져다주는 파장은 클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기서 조금만 더 끌어내보는게 좋겠다고 느꼈다.


"싫어."
"...뭐?"


나는 목소리를 떨어가며 대답했다.
사실 윤 설이 겪었던 일들을 조금 더 심각화시키기 위해서 떨려고 했던건데.. 얘기를 하면서 점점 진심으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싫다고 했어. 나는 정말로 힘들었는데, 아무도 없어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전부 너 때문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나한테 해?"
"...내가 그랬어? 어?"
"...."
"야, 대답을 해. 내가 그랬냐고. 내가 애들한테 너 무시하라고 시켰냐고. 반 애들이 내 말만 듣고 너한테 지랄한거고,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내친구들이 너한테서 그냥 나 떨어트려놓은건데, 그게 뭐 잘못된거야? 누가봐도 니가 괴롭힌 것처럼 상황을 만들긴 했어도, 난 너한테 괴롭힘 받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는데. 그냥 조금 불쌍한 척 정도만 했는데. 그게 잘못인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잘못한게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하여운에 순간 나도 하여운의 말이 맞는거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여운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야. 그리고 애들이 지랄한다고 너도 똑같이 지랄한거 아니었어? 내 기억으로는 그런데. 안 그래? 근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네."
"야.."
"내가 잘 못한건 있긴 있다. 너한테 괴롭힘 당하지 않았다고 얘기한거? 정도.. 아니면 일부러 반 애들 다 오해하게 한거? 아니면 뭐.. 너가 그렇게 좋아했던 백승호가 너를 생각하면 치를 떨게 한거정도?...에이 근데 백승호랑 애들 일은 내 잘못은 아니다."
"...."
"애들이 니 말을 안들은걸 왜 내 탓을 해.. 뭐 걔네 탓도 아니긴 한데.."
"뭐하자는거야?"


하여운이 말을 걸다가, 자기 혼자서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나는 하여운이 하는 말을 듣는데, 내가 봤던 과거들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윤 설의 잘못으로 다 떠넘기는 모습에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최대한 진정한 상태로 말을했다.


"야. "
"근데 윤 설, 너 그거 알아?"


하지만 끝까지 내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어보이는 하여운에 나도 더 이상은 감정싸움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내가 목표했던 일은 끝냈으니까, 백승호랑 은호 형이 자세하게는 아니더라도 대충이라도 알았으니까, 된거겠지...

나는 스트레스성 혈압때문에 돌연사할 것 같아서 얼른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만 전화끊을게."
"그래. 근데 윤 설. 나는 주인공이라서 너가 아무리 무슨 짓을 해도 안될거야. 잘 자."


하여운의 마지막 말에 은호 형과 백승호는 무슨소린가 싶었지만 나는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여운 쟤도 나처럼 빙의된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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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09 16:37 | 조회 : 1,402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 댓글 다 잘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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