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때린다.

09.하지만 난 때린다.

그때 가게 문이 열렸다. 비슷한 레퍼토리의 전개였다. 봄이 들어왔다. 가끔 봄은 나갔다가 일찍 들어오는 날이 있었다. 좋은 타이밍이었다. 봄은 진상 쫓아내기기의 신이었다.

“민구, 왜 가게 쓰레기봉투 밖에다 안 내놓고 그러고 있어?”
속에 천불 나 아주 다 불타고 있었다. 봄이 들어오자마자 민구는 불타는 속이 급속 냉동되는 것 같았다. 끓어오르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네?”
무슨 말인가 싶어 가게에 안을 둘러봤다. 가게 안에 쓰레기는 없었다. 민구 앞에 두 사람과
봄뿐이었다. 다음 봄의 행동은 두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종이 뭉치를 재희의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이었다! 마치 자기 바지 주머니 안에 손 넣듯이 자연스럽게 말이다. 낯선 남자의 손이 들어오자 재희는 화들짝 놀라 그에게서 떨어졌다.
“뭐 하시는 거에요?!”
재희가 당황했다. 늘, 침착하던 얼굴은 어디 갔는지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맨들거리던 가면이 벗겨졌다.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
“요즘 세상은 쓰레기도 스마트구나, 말을 하네?”
봄은 능청스럽게 그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이 사람은 뭐야? 미친 거야?”
“…?”
재희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놀랐고 화가났다. 멋대로 침범했던 그 손이 소름돋았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민희는 첨 보는 광경에 당혹을 금치 못했다. 초파리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입을 벌리고 멍때리는 게 다였다.

“저기, 지금 저보고 쓰레기라고 하신 거에요?”

“얼른 이거 밖에다 치워. 왜 이런 걸 가게 들여. 가게 더러워지게. 우리 가게 ‘큐티’의 신조에 아주 어긋나는 더러운 물건이로구나. 핵폐기물보다 위험해.”
재희의 말을 얇은 뻥튀기보다 가볍게 씹어버리는 봄이었다. 그런 봄이 민구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네.”
민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봄의 말 한미디, 한마디가 민구의 입에다 사이다를 털어넣었다.
아주 그냥 속이 시원했다.
“당신 뭐에요? 당신도 여기 알바생이에요? 진짜 미쳤네. 여기 사장은 왜 이런 사람을 고용한 거야?”
사장님인데.... 봄이가 젊기도 했지만, 동안이라서 알바생으로 보였나 보다.
“그만해. 재희야. 미안해, 민구야 우리 빨리 나갈게..”
민희는 다급히 재희를 끌고 가게유리문 앞으로 걸어갔다.
“나다, 이 새끼야.”
“뭐라고요?”
거의 반 억지로 민희에게 딸려가던 재희가 뒤로 돌아봤다. 그가 뒤로 돌아보자마자 그 얼굴 위로 말린 꽃이 날아갔다. 명중이었다.
팍, 소리내며 말린 꽃 묶음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른 잎들이 부스러져 바닥에 어지럽게 굴렀다. 봄은 재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태백산 호랑이보다 위풍당당했다.
“내가 사장이라니까? 왜, 뭐.”
“아니, 사,사장이라고요? 당신이? 아니, 사장이 지·지금 저한테 꽃 던진거에요? 뭐 이런 가게가 다 있어!”
“감히 손님 나부랭이 주제에 왜 우리 알바생 괴롭히고 지랄이야. 안 꺼져?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지만 난 때린다. 또 맞고 싶어?”
봄은 손에 쥐고 있던 꽃으로 한 번 더 두 사람을 두들겨 팼다. 가만히 있던 민희도 맞았다.말린 꽃이라서 그들이 꽃에 맞을 때마다 파삭파삭 하는 소리가 났다. 꽃이 바스러져 바닥에 가루들이 떨어졌다.
“지금도 때리고 있으면서…!”
“뭐! 뭐 이 새끼야. 뭐! 꺼져!”
봄은 두 사람이 가게에서 나갈 때까지 손에 쥔 말린 꽃이 아주 바스러질 때까지 두들겨 팼다. 민구는 봄 뒤에서 그 둘이 두들겨 맞는 걸 지켜봤다. 그 둘이 사라진 자리엔 다 바스러져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이 나뒹굴었다. 깔끔하던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조용히 빗자루를 들었다.
“사장님..”
“어유 재수 없는 상판대기들 하고는. 야, 쟤네가 너 괴롭힌 거 맞지?”
봄은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내뱉진 않았지만,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아 굉장히 험악한 욕을 하고 있었다.
“그거 말린 꽃 중에 가장 비싼 건데…”
“아.”
봄은 부스러기밖에 남지 않은 손을 봤다. 그리고 두 손을 찹찹 손뼉 치며 남은 가루들을 털어냈다.
“싼 걸로 때릴 걸 그랬네. 아잇, 아까워.”
“….”
“뭐야, 왜 그렇게 웃고 있어? 방금 쟤네랑 시비 붙은 거 아냐?”
“사장님 진짜 너무 웃겨요.”
민구는 처음으로 가게에서 보통 사람들처럼 크게 웃었다.
“진상은 바로 밖에 내보내라니까 뭐하러 상대하고 있니? 저 남자애가 그 네 조원이었고 옆에 여자애가 전 여자친구지? 남자애가 더 재수가 없네. 못생겨선 나가라면 곱게 숙이고 나갈 것이지 끝까지 바락바락 안 나가는 저 고집 뭐야? 으유 재수 털려.”
가끔 봄의 특이한 면모가 아추 찬란하게 빛을 발할 때가 있다. 특히 진상들엔 아주 특효약이었다. 그저 빛, 봄은 진상들을 쫓아내는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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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16 22:02 | 조회 : 813 목록
작가의 말
최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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