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다 ]

※ 해당 작품은 보다 정확하고 자극적이게 표현되어 있는 유혈과 살해 행위,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내용, 가스라이팅, 성적 행위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

관람에 유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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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

귀에 울리는 소리가 선명하다.
깨진 유리병이 빛을 받아, 눈가에 정통으로 불빛을 쏘아댄다
현은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에 나머지 한쪽 커튼마저 닫아버렸다.

온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반짝이던 초록색 유리들은
빛을 잃어서 보기 싫게 널려있었고,
현은 이따위 것은 신경 쓰지 않는지
발바닥 표면에 상처가 나든 말든 부서진 거울을 향해 나아갔다.

붉은색 액체로 바닥이 더럽혀지고, 비릿한 냄새와 함께
쓴 고통이 살갗 끝에서 내부까지 퍼져 나온다.
이쯤대면 표정 한번 구길만 하다만,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멍하니 오직 거울만을 향해 가던 현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현이 멈춰 선 화장대 앞 거울의 파편은
둔탁한 걸로 세게 내리쳤는지 형태조차 알 수 없게 산산조각이 났고
겨우 얼굴 몇몇을 겹쳐 보여주는 유릿조각은 빠지직 따위의 소리를 내며 바닥을 향해 굴러간다

천천히 화장대의 안쪽에 놓인 검은색 물체를 집어 든다
귓바깥에서는 이명인지 모를 안돼, 하지 마 같은 소리가 현을 붙잡았지만 이미 굳게 결심한 마음, 내쳐버릴 생각도 전혀 없다

물체 안에 하나의 탄알을 집어넣는다
열댓 개의 탄알들이 서랍 안에 어지럽게 흐트러져있고
그 옆의 놓인 사진 한장은 현의 결심을 더욱더 단단하게 굳힌다

집어 든 물건의 내부에 탄알을 장전하고
그의 머리 언저리에 가져다단다
죽기 10초 전, 마지막으로
그의 이름 한 번만 불러보기를.


".. 원아 "


탕 -

귓가에 울리는 소리가 먹먹하다.
사방으로 핏자국이 어지럽게 튀기며
손에 쥐고 있던 탄알이 힘없이 굴러간다.

시간은 그대로 정지된 것만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가 되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몸은 오른쪽으로 점점 치우쳐갔고
아직도 선명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는
왜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냐고 말해주는 듯했다.

현의 천천히 눈이 감기기 시작하고,
몽롱한 기분과 손을 간지럽혀오는 느낌이 몸을 감싼다

....
... 잠깐, 기분이라고? 그리고 느낌?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에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거였나?
그럼 뭐야. 끔찍한 고통을 안고 죽었을 때는
생사가 완벽하게 끊어질 때까지 고통스럽게 바둥거려야 하는 거냐고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알 수 없는 통증과 함께
몸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내부 구석구석을 파고 들어갔다.
저절로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 숨만 컥컥 대며
끔찍한 고통에서 나아갈 방법만 찾았고
시야는 뿌연 연기로 가득 차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어지럽게 비친 뿌연 시야들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물체가 잠시 형태의 모습을 갖췄다

겨우 중심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
형태의 얼굴이 점점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 원? "

초점 없는 시야에서 잠시 동안 비친 얼굴은
2년 전 죽었던 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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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11 14:30 | 조회 : 1,54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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