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전투 (5)

"프리먼, 너는 저자를! 나는 저 경비 부문장이라는 작자를 공격한다!"
"닥쳐, 빙혈! 저번에 내가 저 녀석을 혼자서 이길 뻔했다고! 외부자인 네 녀석은 빠지시지!"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이 말하고 싶은 대화만 나눈 채 동시에 경비 부문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세히 보면 저번 밤의 습격 때에 직접 싸워봤던 모험가라는 것을 확인 가능했다.

(칫, 이 흑월에 위협이 될 만한 자가 아니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저 녀석의 기억만은 확실하군. 그나저나 지금 저 녀석들.... 나를 깔보고 있는 건가?)

그들이 크게 나누는 대화의 내용을 보니, 앞다투어 자신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어딘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올라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감히.... 이 흑월 최강의 전력인 나를 우습게 여기는 거란 말이냐!)

이윽고 그 분노가 한계를 넘어서자 폭발하여 마치 활화산과 같은 행동을 취한다. 그 두 사람이 달려오는 것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근육질의 거한이 앞으로 돌진했다. 예상치도 못한 그의 무모함에는 두 사람도 약간 놀랄 정도였다.

"뭐, 그따위 공격! 하수들에게는 통하겠지만, 나에게는 안 통한다고!"
"너뿐만이 아닌, 우리라고 해야지. 어찌 됐든 이대로 꼬치구이로 만들어주겠어."

프리먼과 빙혈 모두 그의 행동에 이번에는 정면 승부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팔에 마력을 담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격으로 적이 단번에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조절해야 했다.

이윽고, 서로 간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이때쯤이면 될 거로 생각한 두 사람은 각자가 발현한 마법을 동시에 발동했다.

"<창격>!"
"<근력 강화>!"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우선 두 사람 모두, 약한 마법으로 일단 상대의 기세를 파악해보도록 했다. 저번의 그 싸움은 흑월의 일방적인 시간 벌기 및 탈주였기에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보지 못했다. 그와 더불어 장소 또한 넓어졌으니 어떠한 짓을 할지 몰랐기에 신중하게 탐색전을 시작했다.

또, 아직 그 날 밤의 부상이 완치된 것은 아니기에 더욱더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행동해야 했다.

그들이 따로 예상한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는 오른쪽 주먹을 들어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낌새를 보인다. 두 사람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생각인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라고 단언할 수 있겠지.

"그리고 거기에 맞아줄 만큼 착한 모험가가 아니라고, 우리는!"

상대의 무른 판단을 비판하듯이 프리먼이 강화된 근력으로 뻗은 주먹과 함께 일갈한다.

그런 그의 말에 경비 부문장은 동참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신체를 숙여 아슬아슬하게 회피한다. 이제 프리먼의 상태는 무방비이다. 오른팔을 뻗기만 한다면-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이 <유메니티>에서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두 클랜 마스터의 협공을 받고도 말이야."

아슬아슬하게 피해진 주먹 다음에는, 예리하고도 기다란 칼날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프리먼은 남은 오른팔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

그 모습은 뒤의 빙혈이 공격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필히 이러한 협동 공격에 능숙했기에 가능한 공격이리라.

각자가 서로의 일격에 맞춰 이런 포지션을 취하는 데에는 서로 간의 호흡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개인으로서도 클랜 마스터라는 직책답게 충분히 강했지만, 팀으로서도 그들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그런데 어쩌나.

"-그건 너희들만이 아닌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경비 부문장은 숙이고 있던 그 자세 그대로 오른쪽 팔을 바닥을 향해 떨구었다. 아니,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아 원래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했다.

엄청난 타격음이 울리면서 날카로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더불어 땅이 흔들리면서 균형에 영향을 주었다. 예측 못 한 그의 행동에 당황하지만, 그 정도로는 행동을 제지할 수 없다.

(-크으윽! 하지만 그렇다 해도 공격에는 문제가-!)

휘청거리던 빙혈이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피어의 창격을 발동시키려는 그 순간이었다. 이미 발동되었던 마법을 억지로 취소해 자세를 찌르기에서 휘두르는 것으로 바꾼다. 그러나 손에 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튕겨내지 못한 탓에 살짝 베이고 만다.

그와 동시에 프리먼이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로써 억지로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는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후속타로 날아오는 경비 부문장의 주먹을 직격으로 맞았을 테니까.

한 합을 겨뤄보고 나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한 면은 저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어떤 기습을 걸어올지도 모르니 경계는 해야겠지만.

"이봐, 프리먼. 방금 봤냐?"
"아아, 똑똑히 봤어. 상대가 흑월인 이상, 당연히 불리한 싸움을 하려고는 하지 않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솔직히 예상외인데...."

프리먼과 빙혈, 서로 각자의 감상을 듣기 위해 거리를 좁혀 정보를 주고받는다. 저쪽은 그럴 필요도 없는지 체력을 온존한 채로 두 사람의 틈만 노리고 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시선은 그에게로 집중되어 있었다. 경비 부문장.... 이 아닌, 그의 뒤에 있는 한 남자에게.

"저 뒤의 어리바리한 놈.... 표정은 저런 식으로 짓고 있지만, 분명히 아까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너에게 도끼를 던졌어. 저래 보여도 나름 강하다는 거냐...."
"그래, 저래 보여도 저자도 흑월 소속의 범죄자야. 방심할 수는 없겠어."

어느새 자신의 양손에 도끼를 들고 있는 남자. 직접 나서지 않고 멀리서 투척한 것으로 보면 원거리 타입인가. 아니, 아직 저자의 전력을 모르는 이상 어떠한 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의심해보라는 것이 길드 마스터의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무기를 가진 네가 저 도끼 녀석을, 나는 저 거구를 상대한다."
"흐음, 너도 한 저 정도 크기니까.... 드디어 자신이 저렇게 보인다는 건 알았구나?"
"-농담은 서로 살아 돌아가서 하도록 하지!"

빙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프리먼이 먼저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 말에 빙혈도 씨익 웃으며 레이피어를 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


누군가가 죽는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또 다른 누군가가 공격을 받아 차가운 길바닥임에도 불구하고 풀썩 쓰러지는 장면이 보인다. 그렇게 몇 분이 소모되면 움직이지 않는 고깃덩어리가 되어있겠지.

그런 급박한 광장의 상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7각성들을 비롯한 유망주들은 각자의 실력을 뽐내면서 적들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다. 그중 단 한 사람만은 무언가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시민들에게서 도움이 되기도 하니, 그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 이걸로 시민들은 전부 대피했군. 다음은 우리 차례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싸우고 있는 자들에게 민폐를 끼칠 셈인가, 라고 생각했던 시민들이 드디어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우리 학생들도 슬슬 대피해야 할 타이밍이다.

한참까지 방어전을 하고 있던 기사나 경비병들의 수가 많이 준 것은 아직 불안 요소이긴 하지만, 다른 강자들의 활약으로 흑월 조직원들의 수도 줄었다.

"그까짓 일로 고민할 정도면 알게 모르게 내가 수를 줄이면 그만이다만-"

문제는 조금 전 다수의 시민과 같은, 아니 그 이상으로 거슬리는 존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대피할 수라도 있지, 저기의 불쌍한 꼭두각시들은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지금도 그들은 쉬지도 못한 채로 계속해서 무고한 모험가들과 기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공격을 받는 그들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반격을 하지 못하고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을 뿐.

"으아아아아아아!"

또다시 쿵,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번에도 한 사람의 얼굴이 죽음으로 물들었다. 조금 전 독을 바른 암살자와 싸우고 있던 D등급 파티의 리더였다.

크게 울린 고통의 목소리와 함께 새겨진 부상의 위치를 볼 때,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창 같이 날카로운 것에 심장을 찔려 사망한 모양이다. 그 증거로서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암살자는 왼쪽 손에는 장창을, 오른쪽에는 아까와 같은 단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조금 전처럼 단검을 휘둘러 무언가를 툭툭 털어내더니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고는 시체 옆에서 고통으로 자신의 복부를 잡고 있던 한 거한을 발로 차면서 중얼거린다.

"...제길, 독으로 중독시켜 놓아도 역시 D급인가.... 내게 이만큼의 상처를 낼 줄은.... 야!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있을 생각이냐!"

대충 봐도 저 암살자 녀석보다는 훨씬 더 커 보이고, 강해 보이는데 어째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저리 쓰러져 있을까.

문득, 그의 다리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핏 그의 목에 검은색의 목걸이가 장착된 것이 보인다. 또한, 거한의 복부에서도 붉은색의 액체가 밖으로 튀어나온 것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약화하였다고는 해도 자신보다 강할 터인 모험가를 쓰러트린 거나, 저 전투 노예의 복부가 무언가 날카로운 무기를 통해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행동. 결정적으로 그가 들고 있는 창.

(그렇다면 저 암살자는....)

"기껏 나를 위한 방패로 삼아줬더니, 무엇을 하는 거야! 빨리 안 일어나냐? 그 정도 상처가 뭐가 어째서?! 찔린 정도로 게으름 피우지 마!"

고통에 몸부림치는 거한을 발로 찬다. 왼손으로 들고 있는 창에 그의 시선이 머문다. 반항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실력자도 손을 쓸 수가 없겠지.

그가 한 행동은 분명 전투에서는 합리적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윤리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꼼수를 부린 것치고는 잔상처가 많긴 하다만, 못 움직일 정도의 중상은 하나도 입지 않았다.

(이봐, 이봐. 저 정도 상처는 근성으로 일어날 정도의 수준이 아니잖아. 역시나 흑월의 조직원답게 인질의 가치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가.)

거기에 그 사실을 알고도 저렇게 자비 없이 전투 노예들을 다루면서 다른 기사들과 모험가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동시에 그들의 사기를 떨어트린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보게 된, 이 모든 상황을 수습해야 할 다스 에이나 폴로의 사기까지도 말이다.

자아, 여러모로 저렇게 고통받고 있는 노예들이다. 저들도 저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차라리 죽음으로서 편하게 해주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것을 빠르게 결정했던 그로서도 이번에는 판단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군.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나 조언을 줄 수 있을 지난과 기사 단장도 각각 사정이 있어서 싸우지 못하고 있는 이상,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곧, 그가 주먹을 다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디어 말하기로 한 건가.

(자, 지난 대신 내가 <확성> 마법을 걸어줄 테니까 이야기해 보라고.)

이 나라의 왕은 자신에게 <확성> 마법이 다시 걸러졌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와 각오를 다진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 목소리가 들리는 모든 이들이여! 다들 명령하도록 하겠다.... 전투 노예들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겠다. 단, 지나치게 잔인한 행보는 제재하도록 하겠다. 안타깝지만, 저들을 편하게 보내주도록 하자."

다스 에이나 폴로는 그 말만을 마치고 다시 용사 일행의 뒤쪽으로 걸어가 다른 이들의 눈에 띄도록 했다. 그가 지닌 위치와 현재의 행보를 볼 때, 적어도 짐이 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있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결국, 당신이 끌어낸 해답은 그것인가.
아니, 그 판단은 옳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위험하게 될 테니까. 하나라도 희생하는 것이 옳겠지. 다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끌어버렸다.

"크헤헤헤헤.... 아직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가. 조금 저 녀석한테 분수를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군."

들고 있던 창을 아무 데나 던져놓고서는 암살자는 단검에 새로운 독을 바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망토 사이로 손을 넣으면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제 슬슬 시간이 다 되었나. 좋아, 플랜 B의 시작이다."

......

"전투 노예들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한 듯하군. 당신의 주군께서는."
"-닥쳐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지난은 검을 휘둘렀다.
저번에 전부 패턴을 파악하여 문제없이 쓰러트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으나, 예상외로 시간이 좀 걸릴 듯하였다.

"제길, 여전히 귀찮은 녀석이야. 특히나 이 검에 붙는 이것들의 느낌이 최악이로군."

첫 번째로, 저번에 싸웠던 와이어가 수 배는 더 많아졌다. 아까부터 계속 검에게 달라붙는 와이어는 몇 번을 떼내어도 몇 번씩이나 다시 달라붙는다. 어쩔 수 없이 떼어내는 것은 포기하고 검을 휘두르지만, 위력이 약해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다시 한번 더 검을 휘두른다. 수호자인 지난에게 있어 이 정도의 와이어는 귀찮기는 해도 마치 종이를 자르는 것과 같이 바로 잘라버린다. 그러나 사신에게 있어서도 그 정도는 저번에 접해서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방어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게 문제였다.

두 번째로는 공간이 저번과 다른 넓디넓은 광장이다. 아까부터 와이어를 방패로 삼아 그것을 베는 동안 후퇴하여 전황을 다시 잡아 공격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안 그래도 그 와이어는 공격 거리조차 넓어 주변의 다른 이들을 지키는 것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것도 짜증 났다.

그 두 사람의 주위에 있는 모험가들과 흑월의 조직원들은 피아구분 없는 와이어를 피하지 못해 모두 잘려나간 시체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지난이라도 모두를 구하는 것은 힘들다.

(마음만 같아서는 <격리 공간>을 사용해 이 녀석과 단둘이서 결판을 내고 싶지만.... 이 녀석들, 분명히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언제라도 폐하를 노릴지 모르는 이상, 계속해서 내 시야에 두는 수밖에.)

아무리 용사 일행 중 몇 명이 지키고 있다고 해도, 이 녀석이라면 한순간의 빈틈을 노려 왕을 죽이는 것이 가능할 테다. 그 증거로서, 눈앞의 적도 <격리 공간>을 쓰지 않고 있다.

용사들의 힘을 빌리고 싶긴 하지만, 그들도 필요 이상의 힘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용사의 힘은 같은 인간을 상대로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마법사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궁수도 확실히 적이라고 인식한 사람만 활을 움직일 뿐이다. 용사와 전위 정도만 전체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들로서도 이곳은 타국이니,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기사 단장은 왕녀와 이니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지원군은 몰살당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 혼자서 이 녀석을 빨리 쓰러트리고 도우러 가야 하는데.)

지난이 이자에게 질 일은 없었다. 수호자인 몸으로서 절대 질 수가 없는 게임이었다. 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그들의 목적을 이루게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미 시민들은 대피했다. 자신보다 약한 모험가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다들 어느 정도는 훈련되어 있을 것이다. 저번의 흑월 때에도 신경 쓰지 않고 나름대로 고위력의 마법들을 썼으니 이제부터는 제한을 조금 느슨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마법을 발동시킨다.

"-<길이 증가>, 그리고 <근력 강화>."
"-<길이 증가>, 그리고 <근력 강화>."

우선 검의 길이와 자신의 힘을 늘린다.
그러자 사신은 자신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듯이 와이어의 길이를 늘이면서 근력을 강화했다. 그렇다고 해도 승패에 영향은 없겠지만.

다시 한번 눈앞을 닥쳐오는 와이어를 전부 베어낸다. 더불어 작게 <폭파> 마법을 써 검 주위에 있던 와이어들을 제거한다. 또다시 적은 와이어들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지만, 검의 길이와 강해진 근력이 있어 손쉽게 잘린다.

"-<창격>!"

후퇴하려는 사신이 뒤로 가는 것을 보고 날카로운 찌르기를 보낸다. 전에 그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던 그 마법에 흠칫하는 사신은 자신도 모르게 위로 높게 점프한다.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높은 도약. 저 정도의 도약은 몸이 가벼운 빙혈 정도가 간신히 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그러나 땅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상황은 좋았다.

"이봐,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아, 이 장면?"
"-!"

손에 가득 실린 마력을 위로 올려 <폭파> 마법을 주창한다. 저번과는 다르게 벽이 없어 어딘가 잡을 곳도 없고, 위력도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즉사 급의 일격이었다. 그것은 마치 용사가 만들어낸 빛의 기둥만큼이나 두꺼운 붉은 기둥이었다.

"-이건 아까 그 와이어로도 막지 못한다고, 사신."

승리를 확신하긴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시체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태워버렸지만, 어디선가 기습 공격을 할지도 모른다. 곧장 <위치 탐색>으로 그의 위치를 확인한다.

(우선 그 녀석이 뿜어내는 엄청난 마력의 기운이 아무 데서도 느껴지지 않는군. 그럼, 정말로 죽은 건가?)

물건이 아닌 사람을 찾는 거라면 <위치 탐색>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으나, 그만큼의 힘을 가진 존재가 주변에 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발동했을 뿐이다.

대신 누군가가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량은 변치 않지만, 나름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재빨리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사신과 같이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자였지만,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그 얼굴에는 연륜과 경험이 많은 노인이라는 것을 짐작게 했다. 손에는 무언가 낡은 종이 같은 것을 들고 있다.

"-플랜 B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혹은 <전언>을 거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얼거리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그저 단 한 마디의 말이었지만, 지난은 본능적으로 그를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속> 마법으로 빠르게 도약하여 건물을 밟으며 잽싸게 움직이는 그의 앞을 가로막아 검을 휘두른다.


"미안하지만 명령인지라."


치이잉! 금속과 금속이 만나 생기는 불쾌한 마찰음이 생겼다. 아까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와이어가 그의 공격을 막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방심한 순간, 그 와이어의 주인이 발차기를 날려 지난을 멀리 날려버린다. 조금의 피해도 없이 바닥에 착지한 지난이었지만, 내심 마음속으로는 혼란이 생긴다.

(뭐, 뭐야. 갑자기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지...? 분명 마력의 흐름으로도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기색과 다르게 마력은 숨길 수가 없다. 그건 그가 모시고 있는 주군을 제외한 다른 수호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아니, 지금으로서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둘러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목적이 있을 터, 지금이라도 빨리 이동해서 막지 않으면은-

"무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도약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주위의 모든 사람이 사라지더니 눈앞의 암살자까지도 사라진다. 기분 탓인지 배경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것으로 보인다.

아니,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 또 한 사람이 건물 위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공간에는 그와 이 마법을 사용한 사신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바로....

"또 <격리 공간>이냐. 어째서 네 녀석은 항상 중요한 순간에만 이렇게-!"
"...나도 당신 같은 괴물과 싸우는 건 극구사양이지만,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는 처지인지라."

저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눈앞의 적도 각오를 다진 것 같았다. 이미 자신의 승률이 낮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그럴 각오조차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한 것일까.

"그래, 그렇다면...."

하지만 그와 별개로, 현재 지난의 분노는 그때보다 더욱 분노가 차있는 상태다. 이번에는 지켜야 할 대상이 있으므로 최대한 빠르게 그를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전력으로 상대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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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04 18:22 | 조회 : 8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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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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