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밤 (3)

"히, 히익! 괴물!"
"....."

흑발의 남성이 가볍게 배에 주먹을 날림과 동시에 또 다시 한 명의 구성원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벌써 그 한 사람에게 많은 인원들이 쓰러진 상태다.

"젠장, 이 괴물 같은 녀석이! 죽고 싶은 거냐!"
"항상 죄 없는 시민들을 괴롭혀 온 너네가 할 말은 아닐 것 같은데? 괴물이라는 말은."

곧바로 지원군으로 많은 인원수가 검을 빼들고 몰려오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곳의 전력 또한 많았다. 기습으로 인한 공습 때문인지 초반부터 페이스를 잃어버린 그들로서는 이 상황에서 본 실력을 낼 수 있을 리가 전무하다. 거기에 모두 혼란에 빠진 상태다.

-게다가 이곳에는, 모험가의 전쟁터라고도 할 수 있는 <유메니티>에서도 유명한 총 5명의 수장들이 있었으니까.

"젠장, 이 자식들이 그 녀석이 말한 [경비 부문]에 속해 있던 놈들인가? 전부 다 현상금이 걸려있는 범죄자 자식들 밖에 없구만."
"시끄러! 너희들 같은 모험가들이 있어서 우리들의 돈벌이가 힘들어진 거라고!"
"질 낮은 녀석들이 말은 잘하는군. 이거나 먹으시지."

옆에서 달려들어오는 상대를 모두 주먹질 한 방에 정리해버리는 흑발의 남성은 곧바로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지원군들을 향해 한 가지 마법을 발사한다.

"<폭파>."

그의 손에서 하나의 무언가가 천천히 날아가더니, 그들과 충돌하자 거세게 터져버린다. 뭉쳐있는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딱 적합한 마법. 역시나 가성비가 좋은 D급 마법이다.

"우선 죽지 않을 정도로 위력을 최소한으로 해놓았다. 일단 우리들로서도 실적이 필요한 상태니까 말이야."

-이 나라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 흑발의 지난.
그는 쓰러진 조직원들을 밧줄로 묶고 있는 [멸의 지룡]의 클랜원들을 보며 그들의 수장의 행적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어이, 프리먼. 빨리빨리 움직여라! 이미 위에 녀석들은 눈치를 챘을 거다! 재빨리 잡지 않으면 놓쳐버리게 된다고!"
"알았다고, 이 망할 마스터! 아니, 근데 왜 이런 때에도 빙혈 자식에게는 한 마디도 안 하고 나한테만 그러는 거냐고, 어?"

크게 소리를 질러 물어보면, 그것보다 더 큰 목소리가 지난의 청각을 마비시켰다. 정작 흑월의 본거지에 들르자 어지간히도 쌓인 것들이 폭발한 것 같다.

(하아, 저 녀석은 쌓인 게 있으면 곧장 던전이나 마물들에게 스트레스를 풀곤 했지. 아직까지도 그 성격이 고쳐지지가 않은 것 같네.)

정말, 그의 밑에 있는 클랜원들이랑은 엄청 대조되는 행동이다. 괜히 또 이 흑월의 조직원들이 벌써 스트레스의 창구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뭐, 저 녀석의 분노를 모두 받아준다는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자, 그럼. 슬슬 쓰레기 청소를 시작해볼까. 이번에는 전부 현상금이 걸려있는 녀석들이네."

......

"젠장, 언제까지나 잔소리를 달고 사는군, 저 늙은이는."

안 그래도 이 흑월에게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프리먼이었는데, 추가타인 지난의 잔소리로 인해 더 격렬히 분노를 품는 그. 그런 위험 상태를 적들은 모르고서 무작정 그에게 온갖 무기를 들고서 달려든다.

"-좀 죽어라, 이 자식아!"

때마침 이리로 알아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
그의 기분을 어떻게 알았는지 분노를 더욱 증폭시켜줄 도발적인 대사 또한 잊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적당히 힘이 모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내 진정한 <분노의...."

그가 자주 사용하는 시전자가 가진 분노의 감정으로 힘의 크기를 바꿀 수 있는 마법. 물론 시전자의 실력에 따라 그 기본 크기의 양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지금의 시전자는 다른 나라도 아닌 <유메니티>에서 당당히 하나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 클랜 마스터.

"-주먹>이다, 이 쓰레기들아!"

그 속에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적에게 크게 한 번 휘두른다. 분명 그것만 해도 적들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힘으로 바꾸는 [멸의 지룡]의 수장, 프리먼.

그의 마법은 벽까지 닿을 정도로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먹이 벽에 닿자마자 약간의 진동이 울린 후, 곧바로 사라진 것으로 보아 역시 이 흑월의 건물에는 마법 대책이 충분히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침입하기 전에 [푸른 칼날]의 마법사들이 쏜 마법들의 효과가 경감했던 거였나.... 크크, 오랜만에 그 녀석의 분한 표정을 봤으니 썩 괜찮은 시추에이션이었지만."

맨날 자신의 아래라고 생각했던 프리먼의 앞에서 벌어진 클랜원들의 부진. 나중에는 이걸로 자기의 클랜이 빙혈의 클랜보다 더 위라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놀릴 수도 있을 테고.

"오, 빙혈 녀석에게 할 모든 놀릴 거리를 생각하고 있으면 이번에는 더 많은 샌드백들이 몰려오는군. 마침 딱 스트레스 해소용이 더 필요했는데, 잘됐어."

방금 전 사태를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저들도 바보는 아닌지, 다들 자신들의 방패를 쥐고 조금씩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딱 전형적인 방패벽을 그들이 만들고 있다.

"호오.... 한 번 해보겠다는 거냐? 오케이, 버텨보던지. <분노의 주먹>!"

하지만 그들의 빼곡히 모인 방패벽도 결국은 그의 주먹질 한 방을 견뎌내지 못하고 전부 날아가버린다. 상사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고 했었나, 그만큼 아직까지도 쌓여있던 짜증들이 그들 앞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빙혈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하겠어. 그러니 좀 가만히 있어라, 도망치지 말고."

......

"...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좀 나빠지려고 하는데...?"

밑에서 클랜원들을 쳐부수고 다니는 두 사람과는 다르게, 단독 행동을 허가받은 빙혈은 맨 최상층을 목표로 하여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계단 주위에는 횃불들이 일정 거리마다 떨어져 있어 이 조직의 이름만큼이나마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점은 그 거리라는 것이 그리 멀지가 않아 적이 보이지 않는 사각 지대의 형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었다.

(뭐, 그만큼 내가 적에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좁아지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프리먼 녀석, 지금쯤 잘해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네.)

사실 가장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것을 원한 인물은 그의 동기인 프리먼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그나마 성숙하다고 판단된 자신이 가장 먼저 앞장서기로 한 것이다.

(길드 마스터는 일단 다른 클랜원들과 군사들을 도와 모조리 잡아들이겠다고 했고, 프리먼은 그 보조인 건가. 여러모로 불쌍한 녀석이네.)

그만큼 자신이 길드 마스터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불만은 없다. 실력적으로도 나쁘지 않을 테고.

"저기, 또 다른 모험가가 있다. 죽여라!"
"우리들이 훨씬 인원수가 많다고! 가서 다굴하자!"

저기 또 사회적인 범죄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수배서에서 본 것 같은 얼굴들만 모여 있었으며, 모두 야만적인 표정으로 가지각색의 무기들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푸른 칼날]의 마스터인 내가 직접 흑월의 본거지에서 날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까 전의 실수를 만회하려면 열심히 해야겠지."

침입하기 전, 바깥에서 [푸른 칼날]의 클랜원들이 마법으로 흑월의 외벽에 구멍을 뚫어보려고 했지만, 예상 외로 그 어느 마법사들도 이 벽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것도 프리먼의 눈앞에서 굴욕을 당한 이상, 이 기회를 틈타 만회해야 할 것이다.

"클랜원들의 실수는 클랜 마스터인 내가 책임져야겠지. 그러니까 너희들은 내 실적을 올리기 위한 도구가 되어줘야겠어."
"이야아아아!"

휙, 맨 처음 들어오는 칼날을 눈으로 보고 피한다. 그 반동으로 남자는 앞으로 중심이 기울어져 있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제일 강한 놈이 기껏해야 E등급 정도일 것이다.

(역시 이 녀석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무기를 든 용병 정도군. 다수의 모험가들이 E등급에 포진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딱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전혀 문제될 것은 없겠지.

우선 달려든 남성을 칼등으로 가볍게 쳐버린 후에 곧장 검을 빼어들어 앞으로 달려나간다. 현재 눈앞에 있는 인원수는 총 5명, 그리고 계단 위에서 그들의 후방 지원을 하는 자들이 2명 정도 분포되어 있다.

(검 둘, 도끼 하나, 창 둘, 화살 둘인가.... 제일 거슬리는 녀석들은 당연히 뒤에서 보조해주는 화살 녀석들이군. 거기에다 모두 기본적으로 방패까지 들고 다니고 있고.)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화살을 아무런 방어 없이 직격으로 맞으면 큰 부상을 입고, 심지어 급소에 맞아 사망할 수도 있다. 거기에다 저 녀석들은 거의 기본적인 화살 강화 수단인 그 마법을 쓸 테니, 그러면 위력은 더욱 더 증폭하게 된다.

"<가속의 화살>!"
"<가속의 화살>!"
"이제 전장에서는 그 마법 너무 봤거든? 이미 그것들에 대한 파훼법은 모험가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저 약한 귀족들이나 시민들과 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험이 쌓여 생존을 이루게 되는 직업인 모험가들은 단 하나의 위험 요소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통해 여러 가지를 학습한다.

그리고 쌓인 노하우들은 모두 <모험가 길드>에서 모험가들에 의해 공유되고, 다른 이들까지도 학습하게 만드는 일종의 모임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은 모두 공유되고 있다.

"이 녀석은 도대체가 왜 이 방패를 유용하게 쓰지 않고 있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네."

자신들의 상사가 이런 것을 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걸 이렇게 낭비하다니.

빙혈은 방금 전에 나가떨어진 남자의 방패를 주워 재빨리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낸다. 그 다음 곧장 틈을 노려 달려들어오는 그들의 행적을 무시하면서 위로 크게 점프한다. 자신 정도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해낼 수 없는 도약.

"너희들, 계속 뒤에서 나대더라? 자, 선물이야."

곧이어 자신의 왼쪽 손으로 잡고 있던 방패를 그들 중 한 명에게 힘차게 던져버린다. 그리고서 또 다른 한 명을 향해 돌진하며 칼날을 내비친다.

순식간에 뒤의 두 사람이 쓰러지자 분노와 당혹, 그리고 경계심이 그들에게서 한층 상승한 것 같다. 밑에 있는 두 사람과는 달리 자신의 기술들은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부적절하기에 이런 귀찮은 수를 쓰는 방법밖에 없으니까.

"프리먼이라면 그냥 <분노의 주먹>! 이러면서 한 번에 정리했을 텐데.... 쯧, 나도 더 노력해서 광역기를 배워야 겠네, 진짜. 매번 이렇게 싸우는 것도 불편하고."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평범한 모험가라면 이렇게 강할 리가 없어!"

여유롭게 헛소리를 하는 빙혈에게 패닉했는지 도끼를 든 남자가 무심코 물어보게 된다. 그들이 말하는 평범한 모험가들이 바로 자신들과 비슷한 실력일 테니까. 그러므로 그냥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줄 알았겠지.

"음.... 당연히 평범한 모험가가 아니니까. 생각해봐라, 너희들 같은 거대 범죄 조직을 잡으러 가는데 실력도 없는 모험가가 미쳤다고 혼자 앞으로 돌진하겠냐?"
"...제길."
"그리고 말야, 너희들 방패 사용법을 모르는 것 같더라. 보통 쓰임새인 방어용으로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말이야, 아니면 이렇게라도 하던가."

또 다시 가볍게 방패를 주워 그들에게로 던져버리는 빙혈. 그러나 눈앞의 프로 모험가와는 달리, 평범한 인간인 자신들이 무거운 중량의 방패를 저리도 쉽게 던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냥 눈앞의 녀석이 괴물일 뿐.

그리고 지금 그 중량의 방패가 나름대로 빠른 속도로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큰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잘못해서 머리에 맞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흉기다.

"제기랄, 이 녀석이!"
"크윽! 야, 모두 방패로 막던지 아니면 피해!"

예상치 못한 방패의 돌격에 몇몇 구성원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방패를 이용하거나 피하려고 하지만, 당연히 그런 걸로는 부상 없이 저것을 막기가 불가능하다. 몇몇 구성원들이 무게를 못 이겨 뒤로 쓰러진다.

"...이런 녀석들한테 검을 쓸 필요도 없었네. 자, Dead or Alive 잖냐? 한 번 미치도록 날뛰어 보라고?"

혼란해져 엉키고 쓰러진 녀석들에게 벽에 걸려있는 횃불을 집어 들어 던진다. 이미 인간으로서 실패한 자들인 녀석들에게 가지는 죄책감 따위는 전혀 없다.

<모험가 길드>에서 날뛴 프리먼의 경우를 보면 알겠지만, 모험가들의 경우, 대부분은 이 흑월이라는 존재를 깨닫고 매우 혐오스러워 한다. 실제로 자신의 클랜원들도 이 흑월의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한 전적이 적지 않기에 그야말로 분노가 마음 속에 차있는 상황.

"프리먼, 나도 네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날뛸 상황은 그때가 아닌 지금이야. 부디 이 상황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을 거다."

-적에게는 단 하나의 자비를 주지 않는 그가 바로 [푸른 칼날]의 수장, 빙혈이다.

저 멀리 불타고 있는 범죄자들의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빙혈은 다시 계단 위로 나아간다. 큰 난동을 벌인 1층에 예상대로 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는지 방금 전에 나온 저들 말고는 조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걸로 재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어. 이 흑월의 권력을 쥐고 있는 녀석들 중에는 거의 전투 인원이 없을 테니까."

길드 마스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곳에는 6명의 부문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다 불법적인 일을 하여 돈과 권력을 탈취한 이들이 대부분이며, 강한 전투력을 이용해 그 자리까지 올라선 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제일 조심해야 하는 녀석이 분명 [경비 부문]이었나.... 우리들에게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질 좋은 부하들을 데리고 있는 걸 보니, 본체는 아마 더 강한 녀석이겠지."

이 뒷세계의 많은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자이므로 맨 꼭대기에서 그들을 통제하는 경비 부문장은 강력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로서도 조심해야 하는 존재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법이다.

"그럼 그 녀석 외에는 이 상황에서는 도움이 안된다는 뜻, 재빨리 경비 부문장을 쓰러트리고 나면 전부 체포할 수 있겠어."

그들도 가만히 상황을 지켜볼 바보는 아닐 테니, 분명 비밀 통로를 이용하여 움직이고 있는 중일 것이다. 서둘러 쫓아가야지 늦지 않을 테니, 더욱 더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이 흑월에는 그 남자뿐만이 아닌 또 하나의 전투직이 있다는 것을-


"...내가 외부에서는 그렇게 여겨지는 건가. 그것 참 미안하군."
"-!"


그때,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빙혈이 다소 늦게 그의 존재를 눈치챘을 무렵에는 이미 그 그림자는 자신의 눈앞까지 와서 보이지 않는 자신의 한쪽 팔을 휘두른다.

(이런! 갑자기 기습인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을 노리다니!)

-무기는 뭐지? 어째서 자신에게 말을 건 거야? 저 한쪽 팔을 휘두른 이유는 뭐지?

여러 가지 의문이 그의 뇌를 여러 번 휩쓸고 갔지만, 현 상황은 그리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빙혈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감을 믿어 그쪽으로 검을 휘두른다.


-치이잉!


"...!"

곧이어 철과 철이 서로 부딪치는 금속음이 났다. 다행히도 그의 직감이 맞았는지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무기의 정체를 알아낸다.

(이, 이것은.... 와이어?)

그래, 그것은 은사(銀絲)라고도 불리는 금속의 와이어였다.
앞의 그림자는 이 무기를 사용하여 자신을 공격한 것이 실패한 것이 꽤나 놀랄 일이었는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곧장 뒤로 물러나 서로 간의 거리를 벌렸다.

(와이어.... 사용하려면은 적어도 엄청난 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면서도 무기의 상태가 좋아야 할 텐데....)

눈앞의 이 자. 절대로 아까 전과 같은 약골들과는 현저히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횃불의 범위가 닿지 않는 천장에서의 기습. 정확히 그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의 기습을 그는 성공시켰다. 그 말은 자신과의 실력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것.

(이 자식.... 강해...!)

"흐음. 생각보다도 더 강한 녀석이었군. 역시 너무 오랜만에 나서서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건가. 여전히 나이는 먹지 않는 게 좋은 것 같군."
"....."
"과거에는 [선혈의 광란]이라고 불린 내가 이렇게나 몰락하다니.... 이제 슬슬 은퇴할 때인가...."
"!"

음영에 가려져서 한동안은 그 그림자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해 경계만 하고 있던 빙혈이었지만, [선혈의 광란]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암살자는 알고 있다. 그 예전의 길드 마스터가 한 번 알려줬던 적이 있었던 그 최고위 암살자.

"...네가 그 [선혈의 광란]인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음, 날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있었나? 뭐, 이제 와서는 그냥 한 명의 책임자인 암살 부문장이라는 이름뿐이지만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던 망토를 벗고, 그의 앞에 본모습을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여러 곳에 분포된 주름들이 그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빙혈이 알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이 눈앞의 남자가 직접 보인 약해보이는 모습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빙혈이 이길 수 있을지 없을 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강자. 아니, 오히려 자신의 승률이 눈앞의 남자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너희들만 실력자들이 있는 줄 아는데, 이렇게 격한 침입을 받으면 우리들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반격은 당연하다."
"흐, 흐응. 자신들이 언제나 목이 노려지고 있는 범죄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 보지? 이 사태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어."
"...그건, 그렇군."

사실 이미 같은 본거지에 몇 년 이상 있으면 보안 유지를 위해 장소를 옮기는 것은 당연했다. 단지 이번에는 최악의 형태로 그 기지를 옮기게 되었을 뿐.

(하지만 정작 다른 녀석들의 신뢰도도, 부하들도 잃었으니 손해는 극심한 건가.)

그러나 과정이 좋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입증해내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실적이 필요했다.

"그리고 너는 내 실적이 되어줘야겠다. 좋은 돈벌이에 내쫓기기는 싫거든. 그러니까 오늘의 나는 암살 부문의 보스가 아닌, [선혈의 광란]으로서 너를 상대하겠어."
"누가 할 소리야. 내가 단독 행동을 맡았을 때, 이미 이런 상황이 한 번쯤은 벌어질 거라고 생각은 했다고. 오히려 당신이 내 실적이다."
"젊은 놈이 패기는 좋군. 그러나-"

<가속> 마법으로 순식간에 빙혈의 뒤로 이동하는 암살 부문장.

"너는 경험이 없어. 항상 죽을 각오를 하고 상대를 무참히 죽여본 경험이. 거기에서부터 너의 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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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1-03 21:37 | 조회 : 5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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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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