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밤 (2)

"지금, 뭐라고 한 거죠?"
"...폐하께서도 이 사건을 알고 계시다고?"

두 사람은 단번에 믿지는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지난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진지한 그의 성격을 알고는 마지못해 수긍한다.

실제로 이 상황은 누구도 조작하거나 거짓을 말하지 않은 순수한 진실, 그러나 일개 모험가인 두 사람으로서는 이 영역은 저 너머의 세계다. 그러므로 지난이 그 사실을 직접 그들의 귀에 때려 박아주는 역할을 자처하면서 그들에게 현실을 가르쳐준다.

"물론, 흑월이라는 국제적 범죄 조직은 이미 왕가에서도 위협적이라 판단해 오래전부터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 사태를 재빨리 끝내버리기 위해 군을 움직인 것도 무리는 아니지."
"뭐라!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행동이 기사 단장에 의해 모두 감시받는다는 말이냐! 제길, 이렇게 되면 개별 행동을 할 수가 없게 되잖아!"
"당연히 그걸 노린 거지, 이 멍청아. 역시나 길드 마스터, 벌써 프리먼의 목에 잠금장치를 채웠군요?"
"아까부터 뭐냐, 너는! 빙혈, 너 진짜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냐?!"

프리먼의 분노와 빙혈의 깐족 사이에 생긴 아슬아슬한 분위기에 김승호는 내심 곤란해진다. 두 사람의 목줄을 쥐고 있는 지난이 곁에 있어도 이 정도인데, 거의 아무런 관계도 형성되지 않은 자신의 말을 두 사람이 들을 것인지가 걱정되었다.

"우선은 기사 단장이 오면 본격적으로 우리가 짠 작전의 설명을 할 텐데, 만약 부족한 점이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물어봐 줘. 만약 우리로서도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거 필요 없다. 계획은 너희가 알아서 다 짰을 테니, 우리 [멸의 지룡]의 클랜원들한테 맡겨놓으면 저 정도 녀석들쯤은 단번에 무너트릴 수 있다고."
"훗, 너의 그 촌스러운 클랜명은 아직도 안 바꾸나 모르겠네. 하지만 그거야 둘째치고, 당연히 우리 [푸른 칼날]의 클랜원들이 너희들보다 더 우위이지 않겠어?"
"너희들.... 그런 거로 좀 경쟁하지 마라. 이것은 진지한 작전이라고."

각자가 클랜 마스터로서 자신들의 클랜을 자랑하면서 자만하지만, 실제로도 그들은 그럴 만한 실력이 되는 전력이었다.

[멸의 지룡]은 프리먼이 창시한 클랜으로서, 현재 이 작전에서 23명의 클랜원이 밑의 <모험가 길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주로 마력을 감아 뛰어난 신체 스펙을 이용한 공격을 자주 사용하며, 마법 역시 신체 강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에 반해 [푸른 칼날]은 빙혈이 창시한 클랜으로, 현재 18명에 해당하는 클랜원이 마찬가지로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법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수단을 쓰며, 여러 유능한 마법사들이 가입되어 있었다. 분명히 이번 작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대단한 클랜들의 수장이라는 놈들이 이런 꼴을 보이니.... 휴.)

그러나 지금 눈앞의 두 사람을 본다면, 영락없는 어린아이들의 다툼이었다. 과연 저 녀석들의 부하들은 이런 두 사람의 실체를 알지 궁금하기도 하다.

(워낙 다른 진지한 상황에서는 둘 다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의 전이라 이렇게나 해이해진 건가? 도저히 저 두 녀석이 지난이 키워낸 수재들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군.)

김승호는 내심 저 둘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지난의 손을 거쳐 간 만큼 실력만큼은 확실할 것이다. 게다가 실적으로도 모험가의 경쟁터인 이곳에서 한 클랜의 마스터 자리까지 온 이상 더는 말할 것도 없고.

종합적으로 그들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일에는 집중해주었으면 하는 거다. 자신 또한 매사에 진지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업무에서만큼은 그 지난 만큼의 진지함을 유지하니까.

(참.... 골치 아프겠어.)

"...그나저나, 마스터. 그 흑월이라는 녀석들은 오늘 우리가 침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야? 그 녀석들이 아무런 행동도 안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문득, 프리먼이 갑작스레 떠오른 듯이 이 흑월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을 지난에게 물어본다. 정작 그도 다른 수호자한테서 부탁한 정보를 받아온 것이지만, 저들이 거기에 대해서는 알 리는 없으니까.

"게다가 그 기사 단장은 웬만하면 거리에 잘 나오지 않잖아? 나온다고 해도 외출할 때는 갑옷은 벗고 나올 테고. 그렇지만 지금은 갑옷을 입고 군을 끌고 올 거 아니야. 그러면 흑월 녀석들, 설마 우리들의 침입을 눈치채는 거 아닌 건가?"
"오~올, 네가 어쩐 일이냐? 그런 중요한 일도 알아채고."
"...이제는 화낼 여유도 안 생긴다."

지난은 생각해보지도 못한 질문에 잠깐 고민하기 시작한다.
흑월의 정보망은 과연 이 나라의 어디까지 뻗쳐 있을지, 그리고 상층부에서도 어떤 자들이 그 조직과 관련이 되어있는지를 알아야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 그가 도움을 청한 '그 녀석'이다. 그로서는 추측을 통한 가설만을 낼 수 있을 뿐, 확실한 답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들키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흑월의 주 사업 수단은 안타깝게도 이 나라의 상층부를 상대로 하는 것 같거든. 게다가 중독성이 강한 마약 따위도 있다고 하니, 귀족들이나 기사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정보를 유출하게 된다면 숨겨봐야 무용지물이겠지."
"-역시, 우리나라도 완벽히 깨끗한 나라는 아니었군요.... 어디에나 부패한 나라는 있다더니, 좀 충격입니다...."
"치잇! 자기들의 입맛에 따라 일을 키우고는 우리에게 치우라고 하는 건가! 정말로 열 받는구먼!"

국가에 속해있는 직업이 아닌 모험가로서는 그들의 행동에 시민으로서 분노할 따름이었지만, 경비 대장인 김승호에게는 그 말의 무게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자신이 평소에 알고 믿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속여버린 셈이니까.

"거기까지 관여하고 있었나, 우리 <유메니티>는...."
"안타깝게도 말이지, 김승호."

평생을 이 나라의 경비대로서 치안을 지켜왔건만, 제일 거대한 위협을 자신들의 나라가 키웠다는 말이므로, 그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몇 시간 전, 지난이 정보를 얻었다면서 사실을 말해주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의무를 포기할 정도로 절망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급히 폐하께 이 정보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 <전언>을 보내려던 찰나, 옆에 있는 지난이 천천히 손으로 그를 막는다.

"흠, 너무 그렇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김승호. 이미 폐하께 전부 알려드렸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정보를 듣고도 이리로 군을 보내신 것도 폐하의 결정이셨고. 분명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실 거야."
"...그런가. 철저한 너라면 알려드렸겠지. 그렇지만-"
"-아니, 어차피 이 정도의 정보는 빠져나가도 괜찮아. 오늘 우리가 오늘 그들을 놓치더라도 아마 흑월에 쌓아놓은 자신들의 정보를 그들도 모두 회수하진 못할 거니까. 그러면 최소한 그것들을 다시 쫓을 정보가 모이겠지. 어떻게 해도 우리의 승리야."
"...!"

그 녀석은 흑월이 가진 각각의 정보는 몇 년간 쌓인 만큼 방대할 것이라고 답을 내놓았다. 아무리 그들이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아마 전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이니까.

"녀석들이 기껏해야 가져갈 것들은 자신들의 밑천인 개인 도구들, 돈, 중요 정보들뿐일 거야. 그리고 그 양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측되니, 이제 거의 다 흑월의 꼬리를 잡은 거나 마찬가지야. 이 위기가 곧 기회라고."
"이 위기가.... 기회가 된다고...?"
"그래, 그러니까 그 상실감은 넣어두고, 부디 지금은 이 작전에 집중하도록 하지, 김승호. 이번 작전에서 같이 힘내보자고."

그 정보에 대해서는 어느 사람한테서 얻은 건지 모르겠지만, 길드 마스터인 그가 자신 있게 말하고 있으므로 의심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의 무뚝뚝하지만, 진심을 담은 말. 그 지나치게 진지한 표정과 말에 김승호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피식 웃어버렸다. 저 얼마나 위로라는 것과 어울리지 않은 사람인가.

(하지만 덕분에.... 조금은 우울한 기분이 나아졌네. 하하, 나중에는 저 녀석이랑도 술 한 잔 기울여야겠는데?)

그의 사소하지만 작은 조언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면서 김승호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려고 다시 용맹한 눈빛을 띠면서 눈앞의 사람들을 쳐다본다.

"음, 왜 갑자기 쳐다보는 거냐? 됐고, 빨리 정신이나 차리라고."
"너나 정신 차려. 혼자서 돌진하다가 너 홀로 다치지나 말고. 이번에는 폐하의 감시가 있다고."
"마스터, 이거 다 치웠습니다. 커피 더 타드릴까요?"
"응, 그러면 부디 부탁하지. 아, 슬슬 기사 단장도 올 예정이니까 만약에 가능하다면 더 타줄 수 있을까?"
"예, 알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혼자 우울해하던 자신이 바보 같을 정도로 눈앞의 자들은 모두 여유로운 상태를 유지했다. 지금부터 흑월이라는 강적과 상대한다는데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다.

(...그래, 우리들의 전력도 흑월에 절대 지지 않아. 이런 강력한 모험가들을 앞에 두고 나는 무슨 걱정을 하는 거냐. 게다가-)

이미 폐하가 알고 계신다면 배신한 귀족들의 정체들도 서서히 알아갈 계획을 생각해내셨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이 말한 정보도, 확실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지금까지도 계속 완벽한 실적을 내었으니까. 그러니까, 문제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늦어서 미안하다. 내가 가장 마지막인가."

때마침, 문 앞에 모두가 기다리던 그 남자가 도착했다. 거대하고 단단한 갑옷을 착용한 그 남성은 허리에는 장검을 착용했으면서도 오른손에는 기다란 장창을 들고 있었다. 평소의 경비병들이 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좀 더 묵직하면서도 두꺼운 형태였다.

(-우리에게는 이 나라 '최강의 방패'인 기사 단장이 있으니까.)

자, 이제 연락을 받았던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지금부터는 이 작전을 설명해줄 경비 대장인 자신이 활약할 차례다.


★★★


"그러면 한 번, 모두가 성과 보고를 하도록 할까. 누가 먼저 할 거냐?"
"...그럼, 나부터 먼저 말해보도록 해볼까. 내가 정보 담당이니 말이야."

암살 부문장의 그 말을 시작으로 가장 먼저 정보 수집 역할을 맡은 노예 부문장이 대답한다. 과연 이 이틀 동안 어디까지 정보를 모았을까.

"일단 내가 거래하는 귀족들에게서 어느 정도 정보를 알아내기는 했는데, 전부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었던 같아. 다들 정확한 정보에 대해서는 모르고 그 길드 마스터라는 작자에게 들은 내용의 개요밖에 모르나 봐."
"흐응, 저 녀석이 용사 후보 암살에 실패한 이틀 전의 사건에 대해서만 말이냐? 하아, <유메니티>의 상층부는 정말 이 나라의 귀족들로서도, 우리들의 정보역으로서도 글러 먹었군."

정말 그렇다고, 경비 부문장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 비록 이 나라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지만 정작 자신들에게도 유용한 정보 하나 뱉어내지 못하다니, 양쪽의 시선으로 살펴봐도 왜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개돼지들이다.

(뭐, 그런 녀석들. 돈벌이로서는 아주 유용한 쓰레기지만. 어차피 정보원으로 유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나의 창관에 들른 남자들에게서도 중요한 정보는 아직 들리지 않았어. 이 정도로 정보가 안 나온다는 것은 무언가 발 빠르게 손을 쓴 건가?"
"...내 마약 거래 상대들도 좋은 정보들을 토해내지 못했다. 분명히 상층부가 무언가 수를 쓴 것이 분명할 거야."

귀족들과도 많은 거래를 이루는 창관 부문장과 마약 부문장의 의견도 노예 부문장과 같았다. 한 부문의 부문장으로서 조사했건만,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말은 정말로 왕이 귀족들을 상대로도 무언가의 통제를 걸어놓았을 것이다.

(정보 부족인가.... 젠장, 이거는 좀 안 좋은데.)

비록 자신들에게도 많은 전력이 있고, 이곳에 쳐들어오면 미리 준비를 기울여둔 함정과 환경들이 이쪽에 유리해진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사태로 계속 이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나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유메니티>의 전력은 확실히 강대하니까.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점은 반대편의 세력 또한 자신들의 진정한 정보를 모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이 수가 잘 통할지는 잘 모른다. 우선 침입 여부를 대비해서 준비는 마쳤다고는 해도 강력한 전력이 적 세력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다가 그 길드 마스터 자식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침범하려고 올 것은 분명하니.... 내가 그 녀석의 정보를 모아온 결과, 우리 부문장들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비 부문장, 아무리 너라도 말이야."
"...그 정도인가. 카프 녀석을 쓰러트린 녀석은."

본래 자신의 힘을 가지고 조롱하는 녀석들을 혐오하는 경비 부문장.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몇 바퀴는 상회한 실력을 갖춘 강자를 두고 무모한 싸움을 벌이지는 않는다. 그랬기에 자신이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니까.

그리고 암살 부문장이 말한 그 길드 마스터라는 작자의 실력은 지금의 그의 표정을 보기만 해도 명확한 사실이라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 남자의 표정이 아주 잠깐이지만, 옛날의 저 사신을 처음 봤을 때의 표정과 완벽히 일치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위험도가 저 썩을 녀석과 적어도 동급이라는 말이 되는 건가. 흥, 인정하긴 싫지만, 저 그림자 자식도 나를 상회할 정도로 강하니까 저 녀석의 말이 맞나보군.)

"뭐, 그래도 당신이 시킨 대로 이 흑월에 왕이 개입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해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어. 사유는 흑월이 언제라도 당신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명분으로 말이야."
"...솔직히 이 나라의 왕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하는 녀석이 있다면, 오히려 나는 그 녀석을 표적으로 삼을 테지만. 그런 미친 소리를 하는 자식은 이 세상에 없는 게 나아."

한 나라의 왕을 목표로 한다는 말은, 그 즉시 자신의 모든 주위 환경이 적이 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경비대, 군을 포함한 전국에 그들의 수배서가 날아다닐 것이다.

"하아.... 정보는 전무. 그러면 우리로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럼, 이곳에 별다른 도주로 같은 건 더 없는 거야?"
"후후, 저 정도나 있는데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부디 <유메니티>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루트를 모두 파악해서 막아놓지는 못하겠죠. 이건 우리밖에 모르는 정보니까요."
"하긴.... 그렇긴 하겠지만."

도박 부문장의 마지막 말에 나머지 부문장들도 동의하는 것에는 다 의미가 있었다.
다른 불법 조직과는 다르게 이 흑월에는 도주로만 해도 두 자릿수였으므로, 모두 찾지도 못할 것이다.

어쩌다가, 만약 정말 극소의 확률로 모두 찾는다고 해도 전력은 분산되기 마련이다. 모두 모여있는 흑월의 거대한 전력을 그들로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그 길드 마스터만 아니라면.

"역시, 모든 수를 따져봤을 때 그 길드 마스터의 존재가 너무나도 큰 변수군. 그 녀석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들의 운명이 걸려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아직도 불안 요소가 남았다는 말이잖아. 어떻게 할 셈이냐."

마약 부문장의 불만스러운 표정에 암살 부문장은 잠시 밑의 손을 움찔했지만, 심호흡한 뒤에 곧이어 의자 뒤에 있는 한 인물을 돌아보는 그.

"아, 드디어 저의 실력을 인정해주신 건가요? 후훗, 알겠습니다. 저 포어, 부문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미안하지만 지금은 네 차례가 아니다. 네 옆에 있는 녀석한테 볼 일이 있다."
"....."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믿는 그가 자신을 제지하자, 포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가 암살 부문장보다, 심지어는 저 경비 부문장보다도 강한 길드 마스터라는 작자를 이길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단 한 번을 노린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자신의 상사가 전력을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 테니 그의 말에 순응하기로 한다. 충성을 다한 그 날부터 계속 그가 자신을 키워준 거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사신.... 가능하겠나?"
"....."

모두가 불안한 표정으로 보이지도 않는 그의 안색을 살펴본다. 뒷세계에서만큼은 강한 자가 위인 법이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들의 질문에 답을 보인다.

"저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됐어!"

항상 냉정하던 암살 부문장이 박수를 한 번 치면서 내심 기뻐했지만, 이미 많은 자가 그의 속마음을 간파했다. 저 정도의 격한 반응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지금으로서는 이 자의 감정이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쉽게 보였다.

사실, 그렇지 않나? 아무리 냉정한 자라도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레 희망에 손을 뻗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전체적인 사활이 걸려있는 그로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본능적으로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자! 방금 들었겠지? 이걸로 이제 모든 불안 요소가 사라졌다. 작전에 실패는 없다."
"너....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냐."

경비 부문장이 은근슬쩍 불만을 표출하지만, 이미 모든 큰 그림을 완성됐다는 기쁨을 가진 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며, 아예 지금은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나는 저 녀석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짜증 난단 말이야.)

비록 이 계획의 성공이 흑월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왠지 짜증 나는 경비 부문장이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이틀 후의 계획을 다시 점검해 보도록 하자. 그러면 우선 나는-"


-파아아앙!


갑자기 건물이 잠시 흔들리더니, 밑에 층에서 무언가가 크게 파괴되는 소리가 들렸다. 맨 위층에 있는 흑월의 회의장까지 선명히 들릴 정도로 거대한 파괴음이 난 것으로 보아, 분명 심상치 않을 일임에는 틀림이 없을 터....

"뭐냐,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밑에 애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
"경비 부문장! 이곳의 수비는 네가 맡고 있잖아! 네 부하에게서 무언가 오지 않았어?"
"시끄러워! 나도 지금 확인해보고 있다고! 그저-"

그가 창관 부문장과 말다툼을 벌이자마자 1층에서 흑월의 모든 경비를 맡은 자신의 부하에게서 <전언>이 걸려온다.

{-뭐냐, 아.... 드디어 연락이 온 건가. 야! 너희 지금 어떻게 된 거냐!}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이 이곳 흑월에 쳐들어왔습니다.... 거기에는 전에 주의하라고 했던 그 길드 마스터까지 보입니다!}
{뭣이! 너네들, 그럼 빨리 가서 막아!}

우려하던 일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터지자, 그들로서는 당황할 뿐이었다. 제일 중요한 회의 내용이 담긴 이 타이밍에 쳐들어오다니, 미쳐 환장할 노릇이겠다.

"제길! 염려했던 일이 터진 건가!"
"게다가 예상했던 시간보다도 더 빨리 쳐들어 왔군! 어서 빨리 움직여야 한다!"

최악의 타이밍에 닥친 최악의 사태. 하지만 그들에게 닥친 최악의 조건이 하나 더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지금, 현재 기사 단장까지 쳐들어왔습니다! 지금은 빠른 속도로 부문장님들이 계신 최상층까지 달려가는 중입니다!}
{...뭐라고?}

그리고 그 침입자 중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손님이 그들을 패닉으로 이끌었다.
이 나라 최강의 방패라 불리는 기사 단장인 그가, 이 흑월 사태를 진압시키기 위해 직접 군을 이끌고 왔으니까 말이다.

"여기가 흑월의 본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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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1-03 21:36 | 조회 : 4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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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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