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 (完)

(강하다고 해봤자, 과연 소녀가 저 덩치를 이길 수 있을까?)

아니, 피지컬부터가 확연히 다르잖아.
단순히 거대할 뿐만 아니라, 온몸을 덮은 근육만 봐도 저 대머리는 강하다. 필히 털을 깎는 노력을 했을 테지.

그와 비교하면 소녀의 체구가 비교적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 그만큼 두 사람의 차이는 크다.

(그게 아니면 마법을 쓰려는 건가? 하지만 가게 안에서 위험하게 마법을 쓰는 녀석이 있을 리가···.)

아니구나. 분명 방금 전에도 저 녀석은 마탄석으로 모두를 위협했었지. 휘말리지 않도록 뒤로 물러나야겠어.
하지만 그녀의 자세를 보아 마법을 사용하려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정면에서부터 마주하며 주시하는 중.

(정말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흥, 그 허약한 몸으로 뭘 하겠다는 거냐. 지금이라도 조용히 물러난다면 나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건데?"
"아까 제가 했던 말은 전부 잊어버린 겁니까? 당신한테 질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의미 없는 자신감이라고 판단했는지 소녀의 말을 그는 대놓고 비웃었다. 적어도 동급의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터.

확실히 저 거대한 대머리는 기술이고 뭐고 다 버텨낼 것 같긴 하네. 마법이라는 변수가 없다면 무조건 자신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는 거겠지.

"저···. 스톤 씨. 단순히 쫓아내는 흉내만으로도 충분히···."
"참나, 저 녀석의 태도를 봐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이런 녀석은 귀족이고 뭐고, 무작정 대우해주면 안돼.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알려줘야 하는 법이지."
"그, 그렇지만···. 가게에 영향이 가니까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되려 스톤이라 불린 거한을 끌어들인 직원이 그를 말리는 지경까지 왔군. 그만큼 평소에도 난폭하게 굴었다는 뜻인가.
내 생각이 맞는지 그 이름을 들은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주로 안좋은 시선으로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톤이라면 그 <모험가 길드>에서···."
"···맞아, 문제 행동을 일으켜서 강등당한 녀석이지."
"저런 녀석이랑 연관되면 좋을 게 없어···. 가자."

(어떻게 한 사람도 좋은 얘기를 꺼내지 않냐.)

아무래도 큰 사고를 친 모양인데.
나한테 있어선 저기의 마탄석으로 협박하는 소녀가 더 무섭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

"평소에 무슨 짓을 했길래···. 당신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걸 보면 무의미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 같네요."
"뭐, 저리 떠들어봤자 나한테 있어 불이익은 없으니까. 그래서 뭐, 이제 와서 겁이라도 먹은 거냐?"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 당신한테 질 생각 없다고."


-그 순간, 스톤이 급히 선제공격을 가한다.


"···말이 짧네?"

스톤은 한순간에 소녀에게 다가가더니, 오른쪽 주먹을 이용한 묵직한 일격을 그녀의 머리를 노려 휘두른다. 마치 거대한 망치가 힘으로 밀어붙이듯.

방향은 위쪽에서 밑으로, 아예 짓누르려는 생각인지 압도적인 힘으로 몰아붙인다. 강력한 위력에 비하면 공격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런데도 위협적인 공격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

(···정작 그 공격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만.)

소녀는 그 자리에서 살짝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스톤의 강력한 일격을 가뿐히 회피한다. 동시에 곧바로 돌아 오른발을 이용해 그에게 뒤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이 새끼가···!"

스톤만큼의 묵직함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일격. 곧장 자세를 다잡은 그가 재빨리 방어했기에 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한 공격이다.

확실히 잠깐의 공방만으로 그들에게서 심상치 않은 힘을 느꼈다. 아무리 봐도 둘 다 평범하지 않구나.

"흥, 큰소리칠 정도는 된다는 건가. 내 기습에 대처한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하다니. 뭐, 전혀 피해가 없었지만."
"하지만, 그런 당신이야말로 저를 스치지도 못했습니다."

스톤의 비꼬는 말에 소녀도 지지 않고 말했다. 방금 전부터의 그녀의 언동을 생각하면 아마도 자존심이 강한 편.

그렇다 해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는 데서 대놓고 싸울 줄이야. 자칫하면 경비병이 올지도 모르는데. 둘 다 어지간히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구나.

(어차피 경비병이 오면 전부 해결되겠지만···. 생각보다 늦게 오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가게 측에서 해명할 때까지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평행선이군. 나도 너를 강제로 내쫓을 때까지 공격할 생각이니까. 후회하지 말라고."

뚜둑 소리를 내며 다시 그녀에게 접근하는 스톤.
아무래도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계속 반복할 요령이군.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날 기색이 없다.

스톤은 살짝 한쪽 무릎을 꿇은 후에, 곧바로 소녀를 향해 튀어 나갔다. 이번에는 단순한 돌진 공격인 건가.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피해 보라고!"

강하게 움켜쥔 오른쪽 주먹은 빠른 속도로 소녀에게로 다가간다. 펄럭이는 로브 속의 눈빛을 보아하니 그녀는 이미 이 공격을 인지한 것 같지만.

-그때, 스톤은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은 여러 개의 날카로운 파편. 처음 그녀를 공격했을 때 바닥에서 떼어져 나온 나무 조각이다.

(아까 무릎을 꿇었던 건 몰래 저걸 주우려고 했던 거였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에 띄게 반응이 느려진 게 보이는군. 갑작스레 눈앞에 위험한 게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큭···!"

동시에 스톤은 악랄한 표정으로 다시 오른쪽 주먹을 들어 올렸다. 과연 이 상태에서도 그녀가 저 주먹을 보고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만큼 허점을 찌른 행동.

하지만 소녀도 그가 공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곧장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비록 그로 인해 자세가 무너졌다 해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큰 피해를 차단한 셈이다.

"어떻게 된 거냐? 나한테 지지 않는다면서?"
"이런···. 비겁한 수를···!"

소녀가 뻗은 발차기를 손쉽게 피하는 스톤.
동시에 왼손으로 그녀의 하얀색 로브를 꽉 잡는다. 적어도 아까처럼 회피하기는 힘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어떡하나. 더 비겁한 짓을 할 건데."

그는 잡고 있던 후드 부분을 얼굴을 덮을 정도로 내렸다. 이걸로 그녀의 시야는 차단된 상태.
그제서야 스톤은 방금까지 들고 있던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직격하는 주먹.

엄청난 크기의 소리와 함께 그대로 소녀는 반대편 벽까지 날아갔다. 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소리. 저건 진짜 제대로 얻어맞은 건데.

(절대 순간적으로 나올 수 있는 공격이 아니야. 처음부터 저걸 노리고 있었던 건가.)

역시 실전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데 능하다. 게다가 피지컬적인 차이까지.
이래서야 저 소녀가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 지금이라도 조용히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봐, 설마 이 한 방으로 죽은 건 아니겠지? 이래 봬도 나름 살살 친 거라고. 빨리 일어나라."
"....."

스톤의 물음에도 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가려진 하얀색의 로브 때문인지, 현재 그녀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어쩌면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네.

하긴, 저 공격을 직접적으로 맞으면 아무리 나라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멀리서 보면 시체로 착각하게 될 정도다.

(어쩌면 방금 일격으로 진짜 시체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
"참나, 언제까지 죽은 척하고 있을 셈이냐. 조금 전의 감촉은 딱딱한 금속을 때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네가 직접적으로 얻어맞은 게 아니라는 거지."

서서히 그녀에게로 다가가는 그.
눈앞의 참상을 본 탓일까, 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막지 않는다. 아니, 막을 수 없다는 편이 정확한가.

"···걸음을 멈추세요."
"오호라? 역시 깨어있었군. 이제서야 밖으로 나갈 생각이 든 거냐? 그게 아니면-"

그녀에게로 다가가던 발이 순간 멈춘다.
그러고선 잠시 자신의 주먹을 보더니, 이윽고 무언가 깨달았는지 눈앞의 소녀를 보고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에 반응하듯 쓰러져 있던 하얀색 로브도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공격을 맞고도 일어설 수 있다니 대단한데.

"그렇군···. 이제야 알겠어. 비싼 갑옷이라도 입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계속 신경 쓰였다고. 어째서 너를 공격한 내 주먹에 상처가 생겼는지. 그것도 날카로운 뭔가에 베인 것처럼."

(그래서 방금 자신의 주먹을 확인한 거였나.)

아까도 스톤은 딱딱한 금속을 때린 것 같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갑옷을 쳤다고 생각했던 거고.
무엇보다 갑옷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해서 베인 상처가 나오지는 않을 테니까. 거기서 의구심이 들었다는 거군.

"이건 아무리 나라도 예상하지 못했어. 설마 모험가도 아닌 평범한 아가씨가 내 주먹을-"


-단순히 검으로 막았을 줄이야.


그의 앞에는 검을 든 소녀가 로브를 펄럭이며 서있다.
아마 스톤이 공격했을 당시 칼집에서 뽑은 거겠지. 그것도 후드로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평범하게 생각하면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스톤의 공격을 예측해서 막았던 거라면···.)

에이, 설마. 너무 깊이 생각한 거겠지.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아무리 그래도 내게 상처를 낼 줄이야. 비록 그게 가느다란 일격이라고 해도."
"....."
"그런데 알고 있어? 무기를 들고 있으면 더는 봐줄 수 없다는 것을. 가게를 폭파하려는 범죄자가 흉기까지 들고 있다니, 죽여도 무죄일 것 같지 않아?"

과연, 이번에는 그렇게 나온다는 건가.
어디까지나 자신은 가게를 위협하는 범죄자를 잡을 뿐. 그러므로 이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유메니티>의 법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

비록 그녀의 목적이 불량품에 대해 항의하는 거라 해도,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적어도 다른 모두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쓰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한 점에서 소녀에게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

게다가 스톤은 그녀가 무기를 들었음에도 자신만만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아마 검을 든 상태에서도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

"···다시 한번 말합니다. 걸음을 멈추세요."
"쳇, 짜증나게 자꾸 명령을 내리는군. 아직도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거냐? 그게 아니면-"

그녀에게로 다가가던 발이 다시 멈춘다.
그러고선 잠시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윽고 무언가 깨달았는지 눈앞의 인물을 보고서 입꼬리를 내렸다.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막혔다는 게 큰 차이점이지만.

"뭐야, 네 녀석은."

그를 가로막은 자는 밝은 연두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한 손에는 신문을 든 채로 둘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편안한 얼굴.

그러나 무엇보다 스톤의 저 험악한 얼굴을 보고도 싱긋 미소 짓고 있다는 점이 제일 대단하다고 생각되는데. 마치 조금도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군.

"저 녀석의 친구냐? 이제부터 네가 상대해 줄 생각인가?"
"아니요.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내 앞을 막고 있는 거지? 이건 우리끼리의 문제니까 상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귀찮다는 듯이 손을 저어 그를 쫓아내려는 스톤.
적어도 아무런 명분도 없이 손님을 때리지는 않는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쉽게 비켜줄 거라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지.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의 앞을 막은 걸까.)

가장 가능성이 큰 건 싸움을 말리기 위해 나섰다는 거지만, 지금의 스톤은 흥분 상태. 말이 통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저 소녀가 물러날 리도 없을 테고.

"아, 저는 그저 찾는 물건이 있어서 이 가게에 왔을 뿐이에요. 싸움을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무슨 물건을 찾으려고 온 거지? 여기는 너 같은 꼬맹이가 가볍게 올 만한 곳이 아닌데."
"그건 말이죠. 분명 그 물건의 이름이···."

잠시 생각에 빠진 그는 이내 해답을 찾아냈다.


"맞아, 확실히 마탄석이라고 불렸던 것 같은-"


소년은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로 멱살을 잡혔다.
안 그래도 저들이 다투게 된 원인이 되는 물건인데, 그걸 가볍게 입 밖으로 내뱉다니. 경솔하기까지 한 발언이다.

(의도치 않게 명분이 주어진 셈이 됐군.)

"이봐, 장난치는 거라면 그만둬.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픈데, 일부러 도발하는 거냐?"
"아니요, 저는 딱히 그럴 생각이-"
"거짓말하지 마. 다툼이 벌어졌을 당시에 분명 너는 이 가게에 있었어. 그건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강력한 힘을 지닌 거한이 그를 한순간에 들어 올린다. 저항할 틈조차 없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버렸군.
그 행동을 전혀 예상 못 했는지 들고 있던 신문을 떨어트리기까지 한다. 그만큼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

-허나, 이렇게 되면 소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스톤의 말대로 다툼의 원인을 알았다면, 굳이 마탄석이라는 단어를 꺼내 그를 자극할 필요는 전혀 없었을 터.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 움직였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불필요한 행동인데···. 그게 아니면 혹시 도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도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지? 너도 나랑 싸우고 싶은 거냐?"
"···신문이 떨어졌는데, 혹시 주워주실 수 있을까요?"

멱살을 잡힌 와중에도 이상한 소리를 하는 그.
지금 자신을 붙잡은 인물의 감정을 알면서도 일부러 도발하는 듯한 행동을 계속 보인다니, 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저···. 스톤 씨. 아무래도 이 이상은 다른 손님들께 폐가 될 것 같으니···. 슬슬 마무리 지어주셨으면···."
"이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아무리 봐도 이 녀석, 지금 우리를 기만하고 있잖아!"

다시 한번 직원이 스톤을 말리려고 시도했으나 가볍게 무시당했다. 분노한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겠지.
방금까지 합을 주고받았던 소녀조차 지금의 그를 감당할 수 없는지, 조용히 뒤에서 상황을 관전할 정도니까.

(단순히 내쫓으려고 했던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했는지 진심으로 화난 것 같군.)

그 와중에도 소년은 미소를 거두지 않는다.
목덜미를 잡혀 호흡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잘도 그렇게 웃을 수 있구나.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네.

"저기, 직원분···. 괜찮다면 신문을 주워주실 수 있나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래도 제가 여기 있으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이것만 주워주신다면 저는 곧바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의 요구가 이번에는 가게 직원을 향했다.
신문을 주워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는 스톤에 비해, 싸움을 원치 않는 그에게 있어 이 제안은 절호의 기회.

(그렇구나. 아까부터 계속 부자연스럽게 신문을 주워달라고 유도했던 이유가 바로 이래서였어.)

지금, 이 상황에 한정해서 저 신문은 싸움을 멈추자는 의미를 내포한 하나의 장치가 된 셈이다.
이러한 점을 저 직원이 눈치챘는지 몰라도, 그는 잠시 스톤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바로 바닥의 신문을 주워들었다.

"야, 너는 주워달라고 해서 그걸 또 주워주냐?!"
"그, 그래도···. 이걸로 서로 싸울 필요가 없어졌잖아요···? 스톤 씨도 화낼 이유가 사라졌으니 오늘은 이 정도에서-"

변명을 꺼내려던 그의 입이 갑자기 멈춘다.
딱히 스톤이 제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조짐도 없이 말문이 막힌 채로 뒤에 있는 소녀를 슬쩍 바라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스톤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했다.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정보를 전달하는 중이겠지.

(문제는 그 정보가 뭐냐는 건데···.)

마찬가지로 심상치 않은 정보를 들었는지 순식간에 눈썹을 찡그리는 스톤. 게다가 어쩐 일인지 그를 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아예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방금 그 말은 사실이겠지?"
"예, 따로 위조한 게 아니라면···. 틀림없습니다."

둘이서만 뭘 그렇게 속닥거리는 거냐.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으나, 가게 안은 아직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

그 분위기에 압도된 건지, 검을 든 소녀는 로브를 펄럭이며 두 사람의 행동을 주시하기만 한다. 이 상황을 만들어 낸 소년은 그저 조용히 결과를 기다릴 뿐.

"....."

(아까까지 날뛰던 것이 무색하게 입을 다물었군. 하긴, 그 정도의 공격을 경험한 직후니까. 전의를 잃을 만도 해.)

단순히 힘뿐만이 아니라 수 싸움에서도 한층 밀린다.
어디까지나 프로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

아마 지금의 그녀가 무모하게 싸워도 이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 그렇기에 일단 경계는 하되,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파악하려는 느낌이 드는군.

"-쳇, 흥이 깨졌어. 이번만 봐줄 테니 조용히 꺼져."

하지만 그 또한 스톤의 한 마디로 곧장 깨져버린다.
들은 정보의 파급력이 상당했던 모양인지 어느새 주먹에는 힘이 빠져있다. 완전히 전투 의지를 상실한 표정과 함께.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았는지 이 사태의 원인이 된 소년의 앞까지 다가갔다. 폭력을 쓰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이봐, 너는 의도적으로 이 정보를 내게 노출한 거냐?"
"글쎄요. 저는 신문을 떨어트렸을 뿐이라서."
"이걸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마탄석 얘기를 꺼낸 건 아니겠지? 참나, 이제는 이런 애송이까지 사기를 치는 거냐."

약간 불쾌했는지 살짝 눈썹을 찡그렸지만, 스톤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이로써 한 가지 문제는 해결된 셈. 허나-


"아직 네 녀석과는 해결해야 할 논제가 남아있지."
"....."


-본래 핵심은 저 소년이 아닌, 로브를 입은 소녀였으니까.

이미 그는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없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 사람이 남아있으니 말이지.
소녀도 잠시 생각할 시간이 있었으니 조금은 냉정해지지 않았을까. 애초에 이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슬슬 합의점에 도달해야 할 시점이네.)

"굳이 우리끼리 계속 싸울 이유가 없잖아. 언제까지 이런 사소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셈이냐."
"···어딜 봐서 이게 사소한 일이라는 거죠? 이 상황은-"
"아, 됐고. 냉정하게 생각해 봐라. 지금의 네가 날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거지? 현실적인 감각이 없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 딱히 할 말이 없겠지.
지금의 그녀가 해야 할 행동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는 것. 그렇지 않으면 정말 끝까지 가는 수밖에.

"게다가 너로서도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겠지. 서로 조용히 넘어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냐?"
"-!"

비록 표정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명히 동요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뭔가 감추는 게 있나 보군.

"그래, 지금은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는 편이 모두에게 이로울 테니까. 물론 너한테 있어서도 말이지."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글쎄, 적어도 여기에 알려진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해."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년의 말에, 그녀는 대답을 돌려주지 않은 채로 가게를 빠져나간다.
사건을 중재해 준 그에게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가다니, 끝까지 제멋대로인 녀석이네.

(결국 마탄석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 채로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는 건가. 여러모로 미심쩍은 마무리잖아.)

만약 그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이 가게에 머무를 이유는 사라진다.
그러나 비록 거짓이었다 해도, 이런 엉망진창인 곳에서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쪽이든 슬슬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네."

어차피 여기서 살 물건은 없었으니까.
자의는 아니지만 저런 얘기를 들은 이상, 어떤 걸 사더라도 찜찜한 느낌이 들 것 같으니 말이지.

(그렇다고 해도···. 딱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있네.)

저 소년은 어떻게 그 두 명을 말릴 수 있던 거지?
가장 무난하게 떠오르는 건 그들을 말릴 수 있는 모종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아니, 애초에 초면인 두 사람의 정보를 이렇게 빠른 시간에 얻는 게 가능한 건가? 그것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은 채로.

(미리 그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그들의 행동을 떠올려 본다.

상황이 변한 시점은 직원이 신문을 주웠을 때. 그 후에 모든 사건이 순차적으로 해결되어 갔다. 아무래도 그 신문에 무언가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만약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다면···. 황급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사소한 일인지 확인하는 수밖에.

"···나중에 신문이라도 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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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7 23:34 | 조회 : 734 목록
작가의 말
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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