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 (2)

"잠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사태를 파악하는 게 늦어졌다.

무심코 열어본 가방 안에는 그녀가 준비한 적당량의 식량과 갈아입을 옷이 존재할 뿐. 그러나 그 외에도 가방 내부에는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그것''이 들어있었다.

"···가벼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적은 것 같은데?"

슬며시 그것을 위로 들어 올린다. 그러나 몇 번을 흔들어봐도 내부에서 들리는 짤그랑거리는 소리 외에는 변하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군.

믿기지 않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하나씩 개수를 세어간다. 그리고 밝혀진 놀라운 사실.

(이 정도로는···. 완전 부족한데?)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몇 닢의 금화로는 기껏해야 몇 달 정도 버틸 수 있으려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단언할 수 있겠어.

가뜩이나 처음 보는 환경에서 고생하는 중인데, 설마 세라 피아까지 나를 방해할 줄은···. 아무래도 평소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렇게 되면 단순히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 같군.)

가장 쉬운 방법은 지난이 길드 마스터로 있는 <모험가 길드>에 가는 거지만, 아직까지는 수호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싶다. 스스로 자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무엇보다 그 녀석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지 나는 모른다. 자칫하면 큰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당분간은 만나지 않도록 할까.

"이봐, 학생.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미래를 한탄하던 내게 처음 보는 남성이 옆에서 끼어든다. 양손으로는 꼬챙이에 꿰뚫린 무언가를 구우면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우선 먹어라! 배가 부르면 고민 같은 건 금방 해결되는 법이지!"
"아니, 지금은 그다지-"
"자, 이 윤기를 봐라! 지금이 아니면 먹을 수 없을 거라고?"

뭐야, 이 막무가내인 아저씨는.
다짜고짜 내게 접근하더니, 갑작스레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인데.

하지만 확실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도 사실. 솔직히 휴가를 나온 이상, 제한받지 않고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단지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

(적어도 저걸 꼭 사야만 할 이유라도 있었다면···.)

"게다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손님 같은데. 만약 필요하다면 원하는 정보를 줄 수도 있다고?"
"-!"

뭐야, 이 사람.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지?
거기에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제안하는 관찰력. 이 사람한테서 무언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군.

"···2개만 주시죠."
"좋아, 바로 구워드리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비록 원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해도 분명하게 이득은 있다. 게다가 묻고 싶은 정보가 아직 산더미만큼 있으니까.

"그렇다면 곧바로 여쭤볼 게 있습니다. 지금 이 <유메니티>의 풍경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흠, 역시 여기 사람이 아니었나. 그러면 모를 만도 하겠군."

눈앞의 풍경은 지난의 입에서도, 그가 적은 보고서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의 절제된 분위기와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편이 더 알맞겠지.

실제로 조금 전의 행렬에서도 수많은 짐마차를 보고, 두 사람은 이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축제다, 축제. 용사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거지. 비록 여기에 안 계신다고 해도 우리는 용사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으니까. 혹시 모르는 건가?"
"···물론 알고 있습니다. 단지 <유메니티>에서 이 정도로 성대하게 환영할 줄은 몰랐을 뿐이죠."

그래, 오늘이 그날이구나.
용사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웨포스트>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그들의 영향이 닿았던 거구나.

"벌써부터 놀라면 곤란한데.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니까. 진정한 축제는 3일 후에 개최되니, 그때가 되면 이것보다 더 재밌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이 정도 규모의 축제를 이어 나가는 건가요?"
"그거야 당연하지! 이때가 제일 수입이 좋은 시기니까 즐거운 게 당연하잖냐! 차라리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고."

상인의 삶이란 건 역시 힘든 거구나.
아무런 경험도 없는 내가 뛰어들어봤자 별다른 소득은 없을 테지. 아무래도 이걸로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하겠어.

(하지만 그러면 경험이 부족한 직업은 전부 할 수 없다는 게 되는데. 그걸 어떻게든 해야겠군.)

장기적으로 보면 이 사항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겠지. 그러나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는 아니라는 것.

"그러면 한 가지 더 여쭤봐도 될까요? <그랜드 스쿨>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순간, 그의 눈빛이 홱 바뀐 것을 눈치챘다.
그뿐만 아니라, 말 자체를 멈추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무언가 홀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 질문에 이상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아무래도 <그랜드 스쿨>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있나 보군.

"···굳이 그 학교의 이름을 대는 것을 보니, 그곳에 입학하려는 거냐? 참 대단한 학생이구만."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 같습니다. 뭔가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야. 지인의 딸이 그 학교와 관련이 있을 뿐이니. 단지 나로서는-"

거기서 말을 한 번 끊고, 그는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내게 경고하듯 말을 꺼냈다.


"-너 같은 학생이 거기서 상처 입지 않았으면 하는 거지."


(이건 또 예상외의 답변인데···.)

어디까지나 내가 들어가려는 곳은 학교. 그럼에도 이 아저씨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이 보였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과한 걱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단순한 손님에 불과한 내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을 터. 그렇기에 이 발언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처 입는다는 건 무슨 말이죠? 아무리 특별하다고 해도 그곳은 학교잖아요?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텐데요."
"···나도 예전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지. 그 녀석의 딸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그는 상세히 설명했다.
홀로 어두운 방에서 끔찍한 무언가를 잊으려는 듯이 고개를 떨군 한 명의 소녀를.

여태까지 겪은 모든 경험을 잊은 채로 자신의 혈육조차 믿지 못할 만큼, 완전히 그녀의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라는 것을.

"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불신하는 단계까지 왔다는 거지. 이유를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니, 그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들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랜드 스쿨>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그런 상태가 됐다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아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겠지.
당사자인 나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생활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따돌림이라도 당했던 걸까. 아니면 학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지도. 그럴 가능성은 적지 않아.)

"귀족의 자제들도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신분 차별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부정하더군. 우리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까 답답해서 말이야."
"···어째서 제게 이런 정보를 건네줬는지 지금에 들어서야 알겠네요. 단순한 호의는 아닌 거잖아요?"

한마디로 <그랜드 스쿨>의 비밀을 파헤쳐 달라는 뜻.
비록 합격할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그 한 줄기의 희망에 그는 걸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이유가 있었던 거네.

"그렇게 들렸나? 물론 억지로 맡으라는 건 아니야. 학생과는 오늘 처음 본 사이니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어.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말할 수밖에 없던 주제였을 뿐이지."
"그래도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를 걱정하면서도 굳이 말리지는 않는 거고요."

당연히 생판 모르는 아저씨가 말린다고 해도 듣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걸로 하나 확실해졌군.

(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 이 아저씨도 내게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것을.)

거절한다고 해도 적은 되지 않겠지만 우호적인 관계는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상인과 손님에 불과할 뿐.
그렇게 될 바에야 도움을 줘서 은혜를 입혀둘까. 어차피 실패한다고 해도 큰 손해는 없으니.

"알겠습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어차피 <그랜드 스쿨>에 입학하려는 참이니까."
"···그런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구나. 설마 정말로 받아들여 줄지는 몰랐거든. 부디 합격했으면 좋겠다."

그에게서 조리가 끝난 음식을 받았다. 아무래도 진짜로 합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 눈치군.
아마도 진정으로 그 소원이 이뤄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람일 뿐.

(···이건 마치 평소에 나한테 욕망을 풀어헤치는 그 상황 같네. 그나마 이쪽은 뭐라도 주니까 훨씬 낫지만.)

"당연하죠! 거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감이 넘치는 게 좋구만. 대신 괜찮은 정보를 주지. <플러스토어>라는 간판을 찾아봐라. 아마 너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그 여관에 많이 있을 거다."

이건 또 새로운 이름이 나타났군.
비록 실낱같은 희망이라 해도 가능성은 생긴 셈이니까. 덕분에 다음에 향할 목적지가 정해졌네.

계속 여기에 있어도 얻을 수 있는 건 아마 없을 테니, 슬슬 <플러스토어>로 향해볼까.

.......

"그렇군. 벌써 그런 시기가 온 건가···."

오랜만에 그 학교의 이름을 들었다.
미련으로 가득했던, 한때의 나쁜 기억으로 남기에는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 그곳.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끝났다. 애써 잊으려고 했으나, 여전히 미련은 남았던 모양이다.

(내가 저 학생을 붙잡은 건 우연이었던 걸까? 아니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자신의 영향으로 그에게 해를 끼친 건 아닐지.

진지하게 부탁한 건 아니었지만, 어찌 보면 강요하는 듯한 행위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거대한 그의 덩치를 고려하면 협박하는 거라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는 상황.

"이미 던져진 주사위는 뭐 어쩌겠나···. 나중에 주워 담는 수밖에 없지. 손님도 없으니 일단 한 대 필까."
"저기, 잠깐 괜찮을까요?"

옛 생각에 잠겨있던 찰나, 바로 옆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덕분에 주머니에 있던 물건은 미처 꺼내지도 못한 채로 제자리인 상태.

곧장 자세를 바꿔 손님을 맞이했으나, 안타깝게도 눈앞의 소년은 그의 음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듯했다.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길을 묻고 싶은데요."
"뭐야, 정보를 원한 거였나. 내 역작을 맛보기 위해 온 게 아니었군. 그래서 학생, 어떤 곳을 찾고 있는 거지?"

밝은 연두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학생은 그의 질문에 싱긋 미소 지으며 또 다른 질문으로 되돌려주었다.

"-혹시 <그랜드 스쿨>이라는 학교가 어딨는지 아시나요?"


★★★


"자, 그러면 아까 그 아저씨가 추천해 준 여관에 가야지. 분명 <플러스토어>라는 간판을 찾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추측이지만, 아마도 이 주변에 있는 여관을 알려줬을 것이다. 굳이 멀리 있는 곳을 소개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더불어 그에 걸맞은 금전도 지불한 셈이니 믿어도 좋겠지. 어차피 내가 가진 정보는 이거밖에 없고.

(게다가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지. 하지만 그보다도···.)

그 학교에 관해선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모르겠다.
분명 초반에는 작은 사회라 불리는 학교에 다니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너무 서둘렀다는 느낌도 드는군.

시기상 현재 입학할 곳이 <그랜드 스쿨>밖에 없었다고 해도, 기껏해야 1년 정도 더 기다리면 될 뿐. 솔직히 말해 조금 이상한 학교를 고른 것 같아.

"이미 신청은 했으니까 열심히 노력해 보겠지만···. 명성에 비례해 악명도 높은 곳이라는 건 확실해."

그와 더불어 신분 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고위층의 자제들도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뜻이로군.
예로부터 귀족의 자제는 어렸을 때부터 부와 실력을 키운 강력한 경쟁자. 부족한 부분은 돈으로 메꿀 수 있을 테지.

(거기에 다른 녀석들은 얻을 수 없는 인맥까지···. 여러모로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부족한 것을 돈으로 채울 수 있는 건 지금의 나라도 가능한 일. 다행히도 필요한 만큼의 금화는 있으니까.

"조금 전에 이동현한테서 들었던 마탄석. 가능하면 몇 개 정도 사놓고 싶은데."

그게 있다면 내일 치뤄질 <그랜드 스쿨>의 실기 시험에서 비장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게 좋으려나.)

.......

"비싸···! 뭐야, 이 가격은?!"

본격적으로 여관을 찾기 전에 마탄석이 있는 가게로 찾아왔는데···. 이건 대체 무슨 일이지?

(단순한 소모품에 불과한데도 금화를 몇 닢이나 가져가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수량 자체도 그리 많지 않고.)

이래서야 이걸 살 수 있는 사람은 꽤 한정되겠군.
어째서 이동현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응? 그런 게 우리에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 비싼 걸 가지고 다니는 건 잘나가는 모험가 파티뿐이라고.}


실제로 나처럼 마탄석을 구매하려는 인물은 극소수. 그중에서도 학생으로 보이는 인물은 아예 없다.
나처럼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아닌 이상, 다들 이미 마탄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가진 돈을 전부 사용한다면 살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의 가격은···."
"-너무 비싸잖아."

미처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을 대변해 주듯, 옆에서 누군가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하얀색의 로브를 뒤집어쓴 소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마탄석을 구경하고 있다. 단지 불평의 목소리가 다른 이들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내뱉었을 뿐.

"마탄석 자체가 귀하다 해도 엄연한 소모품인데. 아무리 봐도 이 정도의 가격은 이해가 안 가."
"···저기, 아무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인 것 같은데. 돈이 없으면 그냥 조용히 나가주지 그래?"

결국 보다 못한 가게 직원이 소녀를 내쫓으려 했으나, 로브 속의 눈빛을 보아하니 그리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는 것 같군.

"거절합니다. 소비자가 가격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자유입니다. 내쫓을 이유는 되지 않아요."
"뭐, 뭐라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이 불만을 느낀다는 걸 직원에게 토로한다. 자신감이 대단한 녀석이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걸까. 자칫 건방지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상황.

(휘말리지 않도록 조용히 물러나자···. 저기에 껴봐야 좋을 거 하나 없지.)

"게다가 품질도 좋다고는 볼 수 없네요. 거기에 몇 개 정도 불량품도 섞여 있고···.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어디서 근거 없는 헛소리를···!"

소녀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가게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불량품을 내놨다는 뜻이 되니까.

그렇다고 해도 저것 중에 불량품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생각인 걸까. 설마 직접 시험해 보려는 건 아니겠지?

"헛소리···. 라고요? 그러면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까? 만약 마력을 넣어도 폭발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제 말은 증명되는 셈이니까요."
"아니,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에 있는 걸 전부 폭발시킬 셈이냐? 당연히 안 되지!"
"이게 만약 진품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이 마탄석은 불량품이라는 것을. 그러니 폭발할 리 없어요."

꽤나 막무가내인 여자구나.
이미 우리의 목숨은 그 예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건가.

나야 그 폭발력을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괜찮지만, 만에 하나 정말 폭발하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일 텐데. 어째서 저렇게 태평한 건지 잘 모르겠다.

(···미리 대피하는 게 좋으려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는지, 몇몇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위협이 아닌, 실제로 저지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자, 어떻게 하실 거죠? 만약 이것이 불량품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저도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겠습니다."
"이, 이건 영업 방해야···! 근거 없는 소리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는 셈이잖아! 이봐, 누가 이 진상 좀 끌어내 봐!"

의외로 정론으로 받아치는 가게 직원.
하긴, 지금 상황만 봤을 때는 아무리 봐도 저 소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의 말에 반응했는지, 조용히 상황을 살펴보던 건장한 덩치의 대머리 남성이 그녀의 앞까지 다가갔다. 아무래도 이 가게에서 따로 고용한 경비원으로 보이는군.

"이봐, 빨리 이 가게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녀석들한테까지 피해가 가잖아. 우리도 진상은 거절이다."
"저를 내보낸 후에 다시 여기에 있는 마탄석을 계속 팔아치울 셈인가요? 거부합니다. 적어도 진품인지 확인을-"

순간적으로 들어온 공격을 피하는 소녀.
목표를 잃은 거대한 주먹은 그대로 바닥을 내리친다. 덕분에 여러 조각으로 갈라진 나무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저 대머리···.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휘둘렀어. 하지만 저걸 순간적으로 보고 피하다니, 저 녀석도 대단하네.)

"···이건 무슨 짓이죠?"
"긴 말은 필요 없어. 간단한 일이다. 그저 이 녀석을 패서라도 내쫓으면 될 일이잖냐? 걱정하지 않아도 금방 해주지."

힘으로라도 내쫓을 생각인 건가.
그 정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상대라는 건 명확하다. 더 이상 가만두고 볼 수 없다는 거겠지.

실제로 온몸을 덮은 근육만 봐도 충분히 그녀를 쫓아낼 만한 무력이 되는 건 확실하다. 거기에 눈 밑의 상처를 비롯한 여러 자잘한 흉터들을 보아하니, 실전 경험도 충분한 것 같고.

(이미 누가 이길 건지는 명확해. 남은 건 저 소녀가 몇 분이나 버틸 수 있냐는 거겠지.)

"···그렇군요. 단순 무력으로 나오겠다는 말인가요."
"가끔 있단 말이지. 이상한 트집을 잡는 진상 손님이."
"저를 그렇게 판단했다는 거네요. 하지만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저 또한 무의 소양이 있으니까요."

서서히 다가오는 그를 상대로도 그녀는 겁먹지 않는다. 오히려 오른발을 천천히 뒤로 빼면서 자세를 갖출 뿐.

펄럭이는 로브 속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난다. 아마 진심으로 이길 수 있다 생각하고 있겠지.

"당신 따위한테 쉽게 당하지만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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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7 23:33 | 조회 : 594 목록
작가의 말
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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