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월 (黑月) (完)

"잠깐,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의뢰를 맡겠다고 큰소리친 건 너잖냐. 근데 실패를 한 것도 모자라 흑월에 위기가 왔으니 다 같이 대처법을 생각해 보자고? 더럽게 뻔뻔하구만."

문득 깨달았다는 듯, 경비 부문장이 그를 비난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그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의뢰에 실패해 이런 위기를 만든 건 사실이니까.

게다가 이제 곧 자신이 제안할 내용을 생각해 본다면 여기서 그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더욱 페널티가 될 테지. 그러므로 지금은 말을 아껴야만 한다.

"이봐! 또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무슨 말이라도 지껄여보란 말이야!"
"조금 진정해, 경비 부문장. 일단은-"
"진정할 수 있겠냐고! 흑월을 이용해서 자신의 실패를 넘어가려는 속셈이잖아, 저 녀석은!"

노예 부문장이 말렸지만, 오히려 그는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번에는 딱히 반박할 여지도 없이 완전히 그의 정곡을 찌르는 말.

(쓸데없이 이런 부분만은 잘도 눈치채는군.)

"자자, 그 부분은 암살 부문장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고, 저렇게 반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선 지금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어갈 건지 의논해 봐야 하는데요?"
"시끄러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경비 부문장···. 좀 닥쳐."

결국 그의 아우성을 보다 못한 창관 부문장의 매서운 한 마디가 날아왔다. 경비 부문장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입이 움찔했지만, 곧 다물었다.

"하아, 저런 남자가 있으니까 의뢰는 회의 중에 받기 싫다는 거야. 저렇게 걸고넘어지니까."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뱉는다.
사실 이번 다툼의 원인이 되는 이 의뢰는 흑월이라는 조직에서 받은 만큼 결국은 누군가가 떠맡을 수밖에 없던 일.

(애초에 내가 이걸 맡은 이유는 너희들이 다 내게 맡겨서 그런 거잖냐. 뭐, 확실히 꽤 오랫동안 알아왔던 고객이고, 암살 의뢰라면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모로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지만, 현재는 그것을 터트려도 좋을 때가 아니다. 가까스로 품 속의 단검을 잡아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비 부문장의 말도 맞다고 할까···. 개인적인 몰락이라면 몰라도 흑월 전체에 위기를 가져다주는 자의 존재는 이곳에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러나 여유도 잠시, 곧바로 다음 위기가 찾아왔다.
마약 부문장이 어물쩍 넘어갈 수 있었던 그의 실수를 다시 논의의 흐름으로 되돌려 놓은 것.

"흥, 네가 내 말에 찬동하다니. 아무리 봐도 비꼬기 위해서 말하는 것 같거든. 괜한 시비는 그만둬라."
"아니, 아니. 나는 진심으로 네 말에 찬성하고 있어. 너는 멍청하긴 해도 중요할 때는 핵심을 찌르니까."
"그를 자극하는 건 그만둬, 마약 부문장.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뭔데?"

옆에 있던 노예 부문장이 질문하자마자, 마치 그 타이밍을 노렸다는 듯이 암살 부문장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건 이미 너의 개인적인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일이 커졌다는 거야···. 알고 있어? 저 안경 녀석이 말한 반성의 태도로 넘어가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하긴, 그건 그렇지. 해결을 위해서 손은 빌려줄 수 있지만, 조금 전의 계약금 문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이봐, 고작 그 정도로 끝나도 되는 거냐?! 저런 녀석은 아예 죽여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흑월의 부문장들에게 있어 이유 없이 손해를 감수하는 일은 절대로 좋은 경험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 있어 지금의 암살 부문장에게 품은 그들의 감정은 살의까지 올라올 정도.

(게다가 저 3명의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가 않아···. 자칫하면 이곳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군.)

거기에 침묵을 유지하는 두 사람도 언제든 적의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한, 지금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건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해야 할 행동은 한 가지.


"-어떻게 하면, 나는 그 빚을 전부 해결할 수 있는 거지?"


"···뭐?"

이 상황을 정면에서부터 돌파할 뿐.
그들에게도 이 질문은 예상외의 답변이었는지 잠시 당황한 기색이 비쳤다. 이 틈을 노리는 수밖에.

"이봐···. 방금 뭐라고 지껄인 거냐···?"
"방법을 물어봤을 뿐이다. 확실히 이건 나 혼자만의 실수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 그렇기에 나는 모두에게 큰 빚을 진 거나 다름 없다. 그 상환 방법을 알고 싶다는 거지."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빚으로 처리한다면,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이 이상 추궁할 수는 없다. 거기에 적대하는 것이 아닌, 협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더더욱.

(단지 이런 억지를 인정해 줄 것인지가 문제지만.)

"우, 웃기지 말라고! 방금 전에 마약 부문장이 말했듯이 이런 건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
"···그건 어째서지? 그 말이 나온 건 내가 이 제안을 하기 전이었을 텐데? 왜 아직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가장 먼저 나선 건 예상대로 암살 부문장과 가장 악연이 깊은 경비 부문장. 아까 전에도 그를 죽이자고 했던 언행을 미루어보면 확실히 그에게 적대심을 품은 상대다.

"당연하잖아! 그렇게 형식적인 사과로 넘어가기에는 네 실수가 이미 도를 넘었으니까!"

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렇게까지 눈이 돌아가 있을 줄은. 지금의 발언은 이 상황과는 맞지 않다.

"아니···. 그 말대로 빚이라면 말은 달라져."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노예 부문장! 저 녀석은 그저-"
"네 말대로 단순한 실수라면 몰라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가져다준다면 우리가 더 할 말은 없어. 그냥 죽이는 것보다도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되는데?"

(드디어 미끼를 물어주셨군.)

다른 부문장에게 있어서도 암살 부문장의 존재는 곧바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패. 그렇다면 그들도 분명 이번 기회에 그를 써먹으려고 할 테지.

물론 경비 부문장처럼 그 제안을 무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어떠한 형태로든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흐음···. 확실히 지금 당장 폐기처분하는 건 조금 아까운가···. 아마 거기까지가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마약 부문장, 설마 네 녀석까지-!"
"어라···? 혹시 내가 선의로 네 의견에 찬성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지 나는 확실하게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너를 이용했을 뿐인데 말이지. 덕분에 손해는 메꿀 수 있겠어."

마치 조롱하려는 것처럼 마약 부문장은 자신의 목적을 얘기하며 다시 그를 자극한다. 아마도 그 나름대로의 복수.

(과거의 실수를 아직까지도 마음에 품고 있다니···. 여전히 성격 나쁜 녀석이로군.)

"오히려 이상한 건 경비 부문장, 지금의 네 행동이야···. 어째서 너는 그렇게까지 그를 몰아붙이는 거지···?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너한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텐데?"
"확실히···. 아까부터 계속 암살 부문장을 몰아붙이긴 했지. 조금 전에도 죽이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고."
"다, 당연하잖아! 저 녀석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게 됐으니까! 그리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갑작스레 자신에게로 향한 화살에 역정을 내보지만, 도리어 그러한 행동이 더욱 그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후훗, 그런 식으로 소리를 지르면 오히려 더 수상한 놈 취급받습니다. 게다가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나는 그저 정당하게-!"
"당신이 그렇게까지 암살 부문장을 없애려고 하는 이유···.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하잖아요? 그를 죽여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 틀렸습니까?"

한순간, 렌즈 속 날카로운 안광이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경비 부문장. 딱히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젠장, 저 녀석은 쓸데없이 이럴 때만 눈치가 빨라서···!)

"과연···. 여기에 있는 두 사람은 무력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돈벌이가 겹치니까. 그렇다면 경비 부문장이 저렇게 과민반응하는 것도 이해는 가네."
"그리고 이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경쟁자를 처리한다라···. 너치고는 제법 머리 좀 썼구나?"
"-그래서? 이러한 흑심을 숨긴 채로 저희들을 유도한 당신은 뭐라고 말할 생각입니까? 개인의 이득을 위한 선동은 장기적으로 좋지 못한 선택이라고요?"

어느샌가 추궁당하는 쪽은 경비 부문장이 되었다.
서로를 물고 뜯는 흑월에게 있어 적의 세력이 늘어나는 것은 원치 않는 상황일 테니, 견제하는 건 당연한 행동.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내 편을 들어준 건가. 이것 또한 빚 하나로군.)

창관 부문장에 이어서 도박 부문장에게까지 빚을 지고 말았다. 아마도 지금까지 계속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나서서 그를 제지하기 위함이겠지.

"이 새끼가···! 그런 근거 없는 주장이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실제로 동요하고 있잖습니까? 애초에 당신이 그만한 보상을 포기할 이유라고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말이죠."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포기해. 네 속내가 드러난 이상, 이미 계획은 실패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 이상 발버둥 치는 것도 추할뿐이야."

창관 부문장의 날카로운 목소리에는 아까보다도 더한 모멸감이 서려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그는 몇 번이나 그녀의 경고를 무시했으니까.

"만약 반박할 생각이라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네 속셈을 전부 말해야 할 거야. 설마 그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젠장."
"봐봐, 아무 말도 못 하잖아. 제발 머리 굴리는 게 안 되면 쓸데없는 말 좀 하지 마. 괜히 일을 더 키우지 말고."

그녀의 단호한 말에 경비 부문장은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여기서 더 날뛰어봤자 손해만 늘어날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 거기에 더해 반박할 수단도 없다.

물론 속으로는 가득 차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있을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날뛰는 짐승에 목줄을 채워놓다니."
"듣기 거북한 소리는 집어치워. 그러면···. 암살 부문장, 이제 슬슬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주겠어? 어차피 우리의 협력이 필요해서 모이라고 한 거잖아?"
"으음···. 그렇군. 곧바로 본제로 들어가도록 할까."

가까스로 회의장이 진정된 가운데, 그녀의 말에 따라 중년의 남성이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 마지막 충고라는 듯이 내뱉은 창관 부문장의 말이 그의 귓가에 강렬히 꽂힌다.


"-대신 우리에게 줄 보상은 확실하게 생각해두는 편이 좋을 거야. 원래라면 아까처럼 빚 하나로 통용될 수준이 아니니까. 그것만은 잊지 않도록 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싱긋 웃는다.
많은 남성들이 넘어갈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그 말에 함유된 의미를 생각해 보면 그냥은 웃을 수 없겠지.

(내 생각을 전부 읽고 있다는 표정이로군.)

이미 암살 부문장의 실수가 빚으로도 갚을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써야만 했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을 테다.

하지만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그녀에게 있어서 폐기될 정도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 아직은 이용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필한 점이 크다.

(이번에 주는 보상과는 별개로, 빚으로 남겨두라는 거겠지. 그렇기에 일부러 이 얘기를 꺼낸 거고.)

"···부디 새겨듣도록 하지."
"그래, 이해가 빨라서 좋아. 그러면 바로 회의를 이어가자."

타들어가는 그의 마음을 뒤로 한 채, 창관 부문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처럼.

(역시, 저 여자를 적으로 돌리는 건 너무 위험해.)

.......

암살 부문장에 의해 생겨난 흑월의 위기.

그렇기에 다른 부문장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돈벌이에 영향이 갈 이 사태에 대응하려고 했으나, 오로지 두 사람만은 여유가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중 한 사람인 창관 부문장은 보고를 듣고도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머릿속으로만 끙끙거리며 고민한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속으로 비웃을 뿐.

(하아···. 드디어 회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네. 그건 그렇고, 여기서는 누군가가 이끌지 않으면 회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건가? 역시 멍청한 남자들뿐이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장소에 있는 구성원에게는 여러모로 실망했다. 그들은 흑월이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여기에 구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한마디로 주어진 카드를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른다는 거지. 뭐, 그나마 내 옆에 있는 저 남자가 제일 똑똑하지만.)

창관 부문장은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남성을 쳐다본다.
그도 여유를 잃지 않고 모든 부문장을 가만히 관찰하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도박 부문장이라고 불리는 그는, 유일하게 그녀가 유능하다고 인정한 남자.

문득 그러다가 그와 눈빛이 마주쳤고,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눈빛을 피하지 않고 서로를 탐색하듯이 쳐다본다.

(저 남자도 눈치챈 모양이네. 나머지 부문장들과는 얘기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을.)

"오우, 여기서 유일하게 여유를 부리시는군요. 보아하니 벌써 대안을 찾으셨나 보네요?"
"흐응~? 대안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걸까나?"

일단 그녀는 시치미를 떼보았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그를 상대로는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을 테니까.

"당연한 말씀을! 흑월이 발각될 위기가 발생했습니다만, 그러면 자연스레 저희의 사업에도 영향이 가지 않겠습니까? 그것에 관한 얘기지요."
"그렇게 물어보는 당신도 이미 대안을 찾은 거겠지? 지금도 여유가 몸에서 철철 흐르는데?"

그녀가 선택한 단어는 당신'도'.
자존심 강한 그녀가 실질적으로 도박 부문장과 자신을 동급으로 여겼다. 이는 매우 드문 사태였다.

"창관 부문장, 당신의 방식과 비슷합니다. 전에 이 나라의 상층부께서 당신이 운영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어머, 그걸 봤다는 건 당신도 내 가게에 들려준 거야? 생각했던 것보다 당신, 꽤 음란한데?"
"그럼요! 저는 그런 남자랍니다!"

그에게서 당황하는 모습이 나올까 해서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예상외의 답변이 나오자 곧바로 흥미가 깨져버렸다.

"···그래서, 그게 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은 제 카지노 또한 자주 들러주시죠. 하지만 이 나라의 권력층께서 자신들이 정한 '불법'인 가게에 들르다니. 이것은 명확한 모순이 아닌지요?"

계속해 봐, 라는 듯 그녀가 고개를 까딱했다.

"만약 흑월이 들킨다면 이곳에 들린 그들의 이름이 담긴 장부 또한 세상에 밝혀지겠죠.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아주 잘 아시니까 이렇게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시는 게 아닌지?"

그리 말하곤 소름 끼치게 웃는 도박 부문장.
명쾌한 정답이었다. 만약 권력층이 다시 그녀의 가게로 돌아온다면 그것을 빌미로 협박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굳이 왜 이런 것을 내게 말해주는 걸까. 분명 아무런 의미도 없이 알려주는 건 아닐 테고.)

"보아하니 서로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네. 그래서, 무슨 목적으로 내게 접근한 거지?"
"후훗,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대책을 세웠다고 해도 빈틈은 존재하는 법이죠. 만약 그들이 모든 걸 실토한다면, 이 방법은 유효하지 못합니다."

도박 부문장의 지적은 타당했다.
확실히 이 방법은 100% 안전한 계획은 아니며, 그 정도는 그녀도 인지하는 바였다.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을 텐데? 그런 짓을 한다고 해도 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를 뿐이니까."
"물론 갑작스레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지는 않겠죠.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상층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요컨대 정보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의심 가는 인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있다는 건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네."

회의가 열린지 고작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상 지금 모든 걸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

(그런데···. 이러면 가장 큰 의문이 하나 생기는데.)

"도박 부문장, 그러면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거야? 결국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책을 세워도 변수가 너무 많네요. 뭐, 그렇다고는 해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말이죠. 저는 그 계획에 걸어보려고 합니다."
"흐응~ 그런데 문제는 왜 굳이 내게 접촉했냐는 거지. 혹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계획이라던가···?"

그렇게 한 번 떠보자 의외로 그는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맞습니다. 저 나름대로 더 안전한 대책을 세웠다고는 해도, 이 방법은 저 말고도 협력할 인원이 필요해서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 물론 의뢰의 형태로 말이죠."

(그렇구나. 그래서 내 대책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후, 협력을 요청한다. 게다가 내게도 이득이 생기도록 돈을 들여 의뢰의 형태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수긍이 가는 설명이었다.
참으로 훌륭하게 약점을 찌르는 공격.

(확실히 그렇게 되면 귀찮긴 하겠네. 나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어. 근데-)

어째선지 그와 손을 잡는 게 자꾸만 거부감이 들었다. 평소에 그가 하는 기이한 행동 때문일까?

(이러한 혼란을 노려 나를 함정에 빠트리려는 속셈이려나? 아무리 그래도 이런 위급한 상황에 그런 짓을 해봤자 저 남자가 얻는 이득은 있지도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저와 함께 손을 잡아 보시겠습니까?"

상식적으로는 확실히 손을 잡는 것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껏 헤쳐 나온 수라장은 이 제안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했다.

(어째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물론 다른 머리 나쁜 남자들과 손을 잡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것들을 종합하여 내린 결론.

"···OK. 당신의 의뢰, 받아들이겠어. 물론 그전에 의뢰 내용에 관해서 들어봐야겠지만."
"후훗···. 조금 전의 대답,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 회의가 끝나면 나중에 한 번 상의해 보도록 합시다."

결국 창관 부문장은 도박 부문장과 손을 잡았다. 이렇게 그들은 혼란을 틈타 아무도 모르게 협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말이죠."


-라며, 아무도 듣지 못할 소리로 그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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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6 22:12 | 조회 : 812 목록
작가의 말
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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