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조짐 (完)

"다시 한번 묻겠다. 이 스크롤에 무슨 마법이 들어가 있었는지 아는가?"

반응이 없자 재차 지난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 또 다른 암살자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똑같이 물어봐도 그 역시 대답이 없다.

(우리가 대답할 것 같으냐? 어림도 없지.)
(하지만 이렇게 해도 여기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일단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겠군.)

깨어난 두 명의 암살자는 최대한 은밀하게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앞의 두 명한테 들키지 않았을 테지.

"너희들의 속셈은 다 알아. 아마 무슨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겠지. 그리 교육받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떡하니 증거물이 있는데도 계속 그 방법을 고수할 거냐?"
"···애초에 그게 우리들이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는 건가? 다른 자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애초에 그 범위 안에 있던 사람은 너희들밖에 없어. 동기도 명확하고, 이미 거기에 대해서는 모두 검증이 완료된 상황이다."

강하게 힐책하듯 살기를 내뿜으며 흑발의 남성이 소리친다. 아마 이 방법도 통하지는 않겠지. 다만 그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

"....."
"이래도 대답이 없군. 계속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흐음, 이 방법만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이때까지의 대화를 듣고 있던 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은 검은색의 코트 안에서 여러 장의 갈색 종이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들고 있는 이거, 뭔지 알겠나?"
"···수배서잖냐. 그것도 우리들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준비하다니. 협박할 셈이로군."

품에서 꺼낸 건 그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수배서.

그 수배서의 사진에는 지금 여기에 구속된 세 명의 암살자들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이것을 눈앞에서 보여주며 그가 다시 입을 연다.

"이 셋 중에서 제일 이름이 알려진 네 녀석이 카프인가. 이 그룹의 리더를 맡고 있으며, 최근 갑자기 이름이 거론된 녀석이지. 그렇지 않아?"

그가 조금 전에 깨어난 암살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이니의 앞에 있던 자로, 나머지 두 사람을 이끌어가는 그들의 리더 격인 존재.

"만약 그렇다면 어쩔 셈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아직은 그 정도로 거물급은 아니니까. 하지만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모든 수배서의 사진 밑에는 작은 문구가 이렇게 적혀 있다고."

천천히 수배서의 굵은 글씨를 따라 움직이는 손가락.
그건 마치 자신들의 목 사이를 갈라놓는 듯한 권력자의 움직임일까.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에 쓰여있는 문구가 인상적이게 다가온다.


-Dead or Alive.


이는 죽어도 아무 상관 없다는, 이 세상에서 외면받은 자라는 것을 나타내는 징표.

어느 순간 사라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다. 물론 법도 이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다 털어놓으라는 거로군."
"그래. 너희들을 보낸 조직의 정체, 흑막의 이름, 그 장소의 위치. 아는 것은 모두 대답해 줘야겠어. 그것이 끝나면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정도로 이 상황을 위험하게 보고 있는 건가. 그들이 제일 바라고 있는 것을 파악한 후에 곧바로 제시하는 모습은, 가히 악마의 거래.

(하지만 당연히 그 말은 믿을 수 없다. 정보를 얻는 즉시, 우리들을 경비대에 넘길 생각이겠지.)

굳이 숨기지 않는 불신의 시선.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거짓 정보를 주어 적을 혼란시킬 수도 있다는 뜻. 금방 들키더라도 사실을 검증하는 시간은 필요할 테니, 적어도 지금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겠지.

게다가 어차피 상황적으로 봐도 이 이상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이들이 행할 수 있는 최후의 발악.

"···우리를 놔준다는 건 확실한 거겠지?"
"물론이지.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아. 대신, 우리도 너희들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서로의 진심을 이것을 통해 확인해 보자고."

그 말과 함께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도구가 그의 대답에 반응하여 초록빛을 내어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것은 마치 빛나는 수정구슬과 같은 모양이다.

"이건 상대의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는 도구다. 진실이라면 초록, 거짓이라면 빨강으로 빛을 내어 말이지. 방금 본 것처럼 우리가 한 말에는 전혀 거짓이 없다."
"물론 이 도구의 오작동도 아니야. 원한다면 지금 시험해봐도 좋아. 대신, 거짓을 말할 경우에는···."

거기서 말을 마치고, 은발의 남성은 그들의 눈앞에서 잘 보이도록 수배서를 펄럭펄럭 휘두른다.

즉. 이것은 무언의 협박이다.
우리의 질문에 모두 사실대로 대답하라는 협박.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단순하지만, 그들로서는 가장 강력한 수이기도 했다.


(제길, 이것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는 방법은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한 건가···! 그렇다면 다른 수를-)

일단 길드 마스터와 같은 방에 있는 시점에서 도주는 불가능. 그러나 현재의 상태로는 싸운다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건 곧 '그분'을 배신하는 것.)

"단, 우리도 너희 전부를 풀어줄 수는 없어서 말이야. 적어도 저기 기절해 있는 녀석은 체포하도록 하겠다."
"···뭐?"

그가 갈등하던 도중,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너희들을 모두 놓치는 건 우리 길드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지. 더 큰 대어를 낚기 위해서라고 해도 한 명 정도는 잡아드릴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보고 이 녀석을 팔라는 건가?"
"맞아, 바로 그거다. 어차피 너희들은 쓰레기나 다름없는 존재지. 애초에 동료라고도 생각하지 않잖아?"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담담히 말하는 지난. 그의 무심한 태도에 현재 약자의 처지에 있던 카프는 무심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분노를 터트린다.

"웃기지 마. 방금의 제안은 제법 솔깃했지만, 우리의 관계를 무시하지 마라. 우리 세 명은 몇 년 전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다. 적어도 이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아."

옆의 동료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카프는 그것을 보지 못한 채로 말을 이어갔다.

"아까는 그나마 생각해 볼 만한 제안이었지만, 역시 너희들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비록 나중에 깨어난 동료가 너희들을 팔아버릴지도 모르는데 말이냐? 그때는 상황이 반전되어 버릴 텐데?"
"그래. 나는 내 동료를 믿는다."
"동료라고···?"

카프의 말에 지난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범죄자 주제에···. 금전을 위해 사람을 태연히 죽이는 너희들이 정말 그럴 수 있다고?"
"···그거랑 이거는 별개이다. 하지만 어쨌든 너희들이 추가한 아까 그 조건은 나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입 다물어.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야. 죄 없는 시민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죽이는 너희들한테 선택권 따위는 주지 않아."

서로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다.

주변의 풍경은 이미 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을 테지. 그 모습을 살펴보는 다른 암살자는 그런 모습을 보고 불안함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카프,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지금 저런 괴물한테 따져봤자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터, 차라리 아까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이리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그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말로써 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을 보니 그런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역시 너희 모험가는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강압적인 수단만 사용할 뿐이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너희 때문에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불법적인 일만 저지르니 모험가를 그리 두려워하고 시기하는 수밖에 없지. 이 쓰레기 같은 자식들."
"자자, 어쨌든 너희들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것만은 잘 알았다. 그러면 우리도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자, 지난."

점차 대화가 과열되자 그의 상사가 황급히 끼어들어 대화를 차단했다. 카프와 지난은 아직도 할 말이 많은 듯 서로 째려봤지만, 옆의 암살자는 내심 안심하고 있는 중이다.

(휴···. 다행히 저 녀석은 꽤 이성적인 녀석이군. 어쩌면 저 인물을 공략하는 게 낫겠어.)

"하지만 그전에 카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건 너 혼자만의 의견이 아닌가? 네 뒤에 있는 저 녀석한테도 물어본 거냐, 아니면 그냥 너의 독단적 결정인 거냐?"
"당연히 우리 팀에서의 결정이다. 이 녀석도 우리들의 동료를 팔아 치우자고 하지는 않을 녀석이니까."
"....."

카프가 뒤돌아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는 것을 느낀 동료 암살자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 그가 생각한 것은 방금 말한 카프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니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이 카프에 내 입장을 확실하게 전해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지. 그렇지만 저 녀석의 반응은 예상이 가.)

그가 노리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 그러나 알고 있어도 대처하기에는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견을 통일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살고 싶다고. 애초에 이런 의뢰를 받는 것부터가 실패였을까···.)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 그만큼 궁지에 몰려 있었다.

아마 저 남성은 자신이 카프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애초에 저 도구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도 불가능. 그렇다면 각오를 하고 이야기해야 할 테지.

"···저희는 조직에서 파견된 암살자입니다. 그곳에서 방금의 여성을 처리하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말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그 와중에 마도구는 눈치 없이 초록빛을 내면서 확실한 진실임을 명확히 한다. 카프는 잠시 침묵했지만 상황을 파악한 후, 무심코 동료에게 소리를 질렀다.

"-배신인가, 네 녀석!"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는 어차피 죽어! 너도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어차피 우리는 잡혔어. 그렇다면 일단 현재를 우선시하는 것이 낫잖아!"

물론 그의 심정은 잘 안다. 자신의 말은 곧 동료를 버린다는 것을 포함해,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동료를 파는 건가! 게다가 조직에서 이 상황을 알아챈다면 넌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차피 그에게 있어서 우리는 쓰고 버리는 말이야. 그러니까 그 녀석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차라리 멀리 도망가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격해진 감정 싸움에 두 사람 모두 숨을 고른다. 애초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이미 예상했던 바.
그러고는 그들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최대한 머리를 굽히며 간청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면서.

"정말로 사실을 이야기한다면 풀어주실 건가요?"
"그래, 아까 봤잖냐. 여기에 있는 우리 두 사람은 너희들을 일절 건드리지 않겠다."

조금 전에 사용되었던 도구가 다시 초록빛을 내어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대답에 안심하며 암살자는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를 보았다. 남은 건 오로지 그의 결정뿐.

"으음, 아무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이 날 것 같으니까···. 지난,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예, 이 사건은 제가 이어서 맡도록 하겠습니다."

곧 이 사건에 대한 해결의 길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한 남자가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남기면서.

"업무는 들어오는 대로 곧바로 처리해 줘. 후에 문제 생기지 않게 뒤탈 없이, 이해했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방을 나가는 그.

괴물 같은 이 남자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건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이들은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역시 저 녀석도 괴물인 건가. 만약 우리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다 해도 승산은 전혀 없었겠군···.)

그가 강자에 대한 전율로 몸을 떨었을 때, 앞에 있던 남성에게서 다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할지 정한 건가?"


★★★


검은 코트를 입은 자는 문을 열었다.
밤이 되어 어두컴컴해진 복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면, <모험가 길드>라고 적혀있는 간판이 걸려있다.

"여기가 지난이 말했던 그 일터구나."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러고는 <모험가 길드>의 정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달이 하늘 높이 떠있는 이 밤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고, 불이 모두 꺼져있어서 매우 어두운 상태.

예외적으로 뒷세계에서 활동하는 자들에게는 최적의 시간이지만, 그런 예외를 제외한다면 아무도 영업이 끝난 이 길드에 용무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어둠 속에서 생명체의 그림자가 힐끔 모습을 나타냈다. 그것도 바로 앞에서.

"드디어 왔구나, 세라 피아."
"당연히, 주인께서 그리 바라신다면."

자연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여성.

순백의 날개를 등에 달고 있었으며, 머리 위에는 황금빛의 고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여성의 이름은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천사, 세라 피아.

"그렇다면-"
"잠깐, 그전에 하나 말해둘 것이 있어. 여기서 생활하려면 이름이 필요하잖아. 그래서 지금부터는 나를 라이(Lie)라고 불러주라. 적어도 여기서는 그렇게 불러줬으면 해."
"···알겠습니다. 라이 님."

.......

지상으로 내려온 이상, 어디에 듣는 귀가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있을 상황에 대비해 미리 경고해둔다.

덧붙여서 이것은 내가 생각한 이름이 아니다. 그 녀석에게서 받은 신분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명일 뿐.

"어쨌든···. 이걸로 이해했겠지, 세라 피아."
"네, 저의 보잘것없는 요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이번에 요구한 조건은 수호자를 데려가 주었으면 한다는 것.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듯하다.

"그런데 그 자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이 끌고 온 검은 망토의 녀석들인가.

말투로 봐서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어차피 이후로는 지난이 처리할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

"뭐, 저들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요구에 따른다면 나와 지난은 그들을 건드릴 수 없지. 약속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라이 님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했습니다. 벌을 주어야 마땅합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가 바로 내 의견에 반박하였다. 내 결정에 이의가 있는 모양이로군. 아니, 애초에 벌을 주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잖아.

(다른 수호자들도 그렇지만, 특히나 세라 피아는 충성심이 너무 강해서 말이지···. 조금 곤란한데···.)

아마도 '그 사건' 이후로부터 더욱 내 안전에 민감해진 것 같군. 일단 나는 명목상으로 수호자들의 주인이지만, 이 녀석들은 진심으로 내게 충성을 다하는 건가.

그래서 내게 약간의 무례를 저지르면 과민 반응을 한다. 그것도 나와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녀석들인데.

"아니, 그 정도야···. 이번 사건의 대부분은 지난이 마무리할 테고. 내가 소모한 시간은 딱히···."
"그렇다고 해도, 입니다."
"어차피 뒤에 있는 조직이 저 녀석들을 처리할 거니까. 의미 없는 화풀이랄까, 난 괜찮아."

다급하게 해명하는 내 모습에 세라 피아도 화가 누그러졌는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왜 저 녀석들이 버릴 쓰레기를 내가 치워야 하는지, 원.

(혹시라도 화가 나서 이 나라를 부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라이 님께서는 뒤에서 암약하는 조직의 정체를 아시는 겁니까? 마치 저들의 뒤에 있는 흑막의 정체를 아시는 듯한 느낌이라···."
"대충은 말이지. 지난이 말하길, 이런 짓을 벌이는 건 하나밖에 없다고 하더군. 질문 하나 할까? 그 조직은 어떤 특성이 있을 것 같지?"

그녀는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곧 진지하게 고민했다. 우선 그녀의 화제를 단편적으로 돌리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군.

"···아마 암살자들을 보낸 것을 보니 무력으로 불법적인 일을 맡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매우 비싼 가격을 지닌 스크롤을 사용한 것을 본다면-"
"그래, 상대는 꽤 거대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거기에 덧붙이자면, 이것은 새 발의 피야. 이보다도 더한 짓을 수도 없이 행한다더군."

어렴풋이 지난의 보고서에서 본 글씨들을 조합해간다.
돈이 된다면 암살, 납치, 밀수 등 무엇이든지 하는 악랄한 조직. 이른바 뒷세계의 상인들.

"결정적으로 그들에게서 몰수한 무기에 새겨진 초승달 무늬. 이건 사상 최악의 범죄 조직인 흑월(黑月)의 징표다."

-과연 이번에는 무슨 일로 이곳에 나타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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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6 22:11 | 조회 : 712 목록
작가의 말
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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