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조짐 (3)

(···역시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뭐지, 이건?
강한 감정이 머릿속에서 퍼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다른 자들과의 <정신 수신>은 끊어져 있을 터. 그런데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머릿속에서 격한 감정이 표현된다니.

"···그럼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아까 봤던 지난의 보고서에서도 무언가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대충 파악했으니, 어쩌면 그것과 관련된 무언가가 벌어졌을 수도 있겠군.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알아봐야 한다. 그때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니까.

하지만 세라 피아는 내가 혼자 가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는데. 아마 내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쫓아올 것이 분명할 터. 적어도 수호자 중에서 한 명은 같이 데려가야겠지.

"우선 감정의 진원지는···. 아, 하필이면 <유메니티>군. 지난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인가."

그의 거처는 <유메니티>의 남쪽 부근. 그리고 감정의 진원지 또한 우연의 일치인지 그쪽 주변이다.

"으음···. 일을 마친 자에게 다시 임무를 주는 건 조금 거부감이 들지만, 그래도 긴급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용서해줘라, 지난.
마음속으로 사과한 나는 재빨리 그에게 <전언>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곧 지난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

"응? 뭐냐, 네 녀석은?"

죽음을 각오하였던 이니는 살며시 눈을 떴다.

앞에는 흑발의 남성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상태로, 분명 오늘도 본 적이 있었던 얼굴. 곧 그의 정체를 알아챈 그녀는 그들에게 그의 정체를 알려주고 말았다.

"기, 길드 마스터?"

-어떻게 이런 곳에.

그녀는 <모험가 길드>의 안내원이다. 그 길드의 수장인 그의 존재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분명 오늘도 커피를 타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단 말인가.

(분명 아까까지는 아무도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의문을 품는 이니.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상황은 계속 흘러간다.

"저기요, 아저씨. 지금 당장 죽고 싶은 거야? 쳇, 의미 없는 살인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현장을 봤다. 우리들의 임무는 알고 있겠지?"
"그래, 알고 있다고."

단검을 꺼내는 검은 망토의 남성들. 어떻게 생각해도 그를 처리하려는 모습이다. 정작 눈앞에서 대화를 들은 장본인은 태연하게 그들을 보고 있을 뿐이지만.

"예, 이미 도착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수상한 낌새를 풍기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럼···."
"저···. 길드 마스터. 어떻게 이런 곳을?"

무언가 중얼거리는 그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이니는 흑발의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혹여나 마법으로 변장한 가짜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상황.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의문의 중얼거림을 중단하는 그.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 대충 커피값 갚으러 왔다고 생각해라, 이니. 빚을 지기는 싫어하는 성격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농담하는 여유를 부리는 그.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덧붙인다.

"더군다나 저 녀석들 덕분에 휴식 시간이 박살 나서 말이지.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했으니 그에 대한 청구권을 요구해야겠어."

(정말, 이 사람은···.)

얼핏 보면 자신의 위기를 깨닫지 못한 것으로도 보이는 행동.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앞에 매우 거대한 장벽이 생긴 것만 같은 든든한 기분이 든다.

"이야, 이거 위험한데···. 갑작스레 나타난 게 이런 괴물이라니. 꽤 힘들겠어."
"그래, 길드 마스터라고 했나.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애초에 이 공간에는 없어야 할 존재일 텐데."
"이런, 평범한 인간을 괴물이라 하다니. 너무하네."

그도 괴물이라는 말은 싫은 걸까.
이니가 어이없어하는 찰나, 갑작스레 그는 고개를 숙이며 환하게 업무용 미소를 짓는다.

"저희 직원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이 상황을 보면 길드 마스터로서 들어야 할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손님들의 불만은 방금 접수되었습니다."
"무, 무슨 소리예요, 길드 마스터?!"
"저희 길드는 손님들의 불만을 전부 검토할 것이며 더욱 발전하여 좋은 길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손님들께서 간과하신 점이 하나 있습니다만···."

길드 마스터의 입장으로서의 발언을 마친 그는 직후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었다.


"길드 소속의 직원들에게 폭력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


말이 끝나자마자, 갑작스레 두 명의 남성은 길드 마스터가 서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두 사람은 암살자답게 모두 살기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그런 그들도 처음 맞닥뜨린 엄청난 양의 살기. 그들 스스로의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몸이 움직였다.

"무, 무슨 일이지?"

예외적으로 범위 밖에 있던 이니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뛰어든 것이니까.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온 흑발의 남성은 싸울 자세를 취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곳의 길드 마스터로서 법을 위반한 너희들에게 형벌을 가하겠다."
"죽어!"

앞쪽에 있던 검은 망토의 남성이 오른쪽 부근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뒤쪽에 있는 남성 또한 근처에 있는 이니는 무시한 채, 그의 심장 부근을 단검으로 찌르려고 한다.

"연계 공격인가···. 역시 어디선가 훈련받은 것이 분명하군. 하지만-"

그러나 앞에서 휘두른 단검은 닿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손목을 잡아버린다. 곧이어 그는 몸을 튼 후, 그 신체를 뒤쪽으로 밀어버린 후에 다시 손목을 놓는다.

"-?!"

예정대로 두 그림자가 서로 충돌하면, 곧장 오른쪽 주먹을 꽉 쥐어 그저 한 번, 앞으로 날릴 뿐.
그걸 정통으로 맞은 앞의 남성은 물론 뒤쪽까지도 그 영향으로 꽤 큰 충격을 받을 정도의 엄청난 일격.

"....."

이니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있었다. 처음으로 길드 마스터의 실력의 편린을 조금이나마 본 것 같은 느낌.

길드에서의 그는 사무적인 태도와 모험가들끼리의 다툼을 말로 제지하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직접 싸우는 장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니는 그가 아무리 길드 마스터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현역 모험가들한테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본래 그것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마치 베테랑 모험가와 동급,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 보인다. 쓰러진 자들의 반응을 살펴봐도 그 점은 명확하다.

"뭐, 적당히 힘을 조절했으니 아마 죽지는 않을 거다. 휴, 우선은 일단락인가."

어느새 그는 밧줄을 꺼내, 부상으로 인해 움직일 수가 없는 암살자들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문득 이니는 한 명의 암살자가 더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로 그 암살자는 길드 마스터의 뒤에서 단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다. 완전한 기습.

"위-!"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그것보다 검은 망토의 남성이 단검을 휘두르는 것이 더 빨랐다. 이대로라면 그는 죽어버리겠지.

(읏···! 긴장을 늦추지 말았어야 했는데···.)

실책이었다.
이렇게 될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했다. 어디서든 기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정작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도움을 주지 못했다.

미처 알려주지 못한 긴급한 상태. 하지만 그 긴급한 상황에서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기습인 건가? 이 정도의 공격은 무기가 없어도 제압할 수 있다고."

그러고선 단검의 궤도를 읽은 듯 고개를 아래로 숙여 가볍게 피한 후, 그 남성의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땅에다가 꽂아버린다. 그 여파는 땅이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

"-험···."

그런 그녀의 말은 중간에 끊긴다. 당연히 이 상황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겠지.

그 일격을 맞은 암살자는 기절했으며, 구속되어 있던 그들도 그 광경을 보고 전율한 듯 몸을 떨었다. 저것과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아서 안심하는 구석도 있는 듯했다.

"자, 주변에 더는 위험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제 전부 끝났다. 이니, 너는 안전해."

그의 말에 방금까지 긴장 상태였던 이니의 감정이 폭발한 듯, 눈물을 흘린다. 아무리 험한 일을 많이 봐온 그녀로서도 직접 자신에게로 닥쳐온 일에는 어쩔 수 없겠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그녀를 보고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눈물을 닦으라는 배려이리라.

"크윽! 이 자식, 이 힘은 단순한 길드 마스터의 힘이 아니다! 네 녀석은 정체가 뭐냐!"

부상에서 회복된 한 명의 암살자가 그에게 소리 질렀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엄청나게 째려보면서. 그 질문에 흑발의 남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평범하게 길드 마스터의 지위를 맡은 지난이라고 한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강할 뿐이지. 오늘은 밤새 신문할 생각이니 부디 협조해주도록."

지난은 고개를 돌려 이니를 보았다.

"곧 이 공간도 풀릴 것 같군. 우선 네가 처한 상황을 경비병한테 알리도록 하고. 이 녀석들은 내가 길드 마스터로서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지. 그렇게 처리해도 괜찮겠나?"

그녀는 고개를 슬쩍 끄덕인다.

"좋아. 그럼 내일 하루는 푹 쉬고 오도록. 경비병에게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아마 좀 바빠질 거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지난은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이제 다 끝났다는 듯이.
그의 배려에 그녀 또한 눈물을 그치고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감사 인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길드 마스터!"

그런 그녀의 인사에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손만 흔들었다. 옆에는 검은 망토의 남성들을 끌고 가면서 말이다.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새로운 감정이 싹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나쁘지 않은, 기분 좋은 감정이었다.

(정말···. 신기한 분이라니까?)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어느새 경비병들이 다가왔다. 처참한 현장 상황을 보고 다가온 거겠지. 아마 그의 말대로 이상 현상은 없어진 것 같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땅이 엄청나게 깊게 파였잖아?"
"···여기 있었던 일을 설명해줄 수 있겠나?"

(으음, 이런 것까지는 예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이니는 작게 불평한 후, 그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취조를 받아야만 했다.


★★★


"뭐, 뭐야.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깨어나 있던 암살자 중 한 명이 물어보았다. 조금 전 그녀의 뒤에 있던 암살자이며, 지금은 구속된 상태.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흑발의 남성의 대답은 냉혹했다.

"닥쳐."

살기까지 담아 험악한 표정으로 말하니 암살자는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옆에 있는 동료처럼 될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가 <전이>한 곳은 어느 방의 문 앞. 노크하자 안에서는 허락의 말이 떨어진다. 허락이라는 말은 곧 이 괴물보다 더 지위가 높은 자가 안에 있다는 뜻.

"자, 이제 들어갈 거다. 조용히 질문에만 대답하도록. 그분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더는 봐주지 않겠다."

반항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내뱉어진 차가운 목소리.
과연 어떤 존재가 안에 있을까. 강제로 문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곧 '그분'을 마주했다.

그곳에는 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남성.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코트를 입고 있으며, 이 방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앉아있다. 방 자체의 보안도 꽤 철저하고 아까의 협박도 있으니, 도주는 사실상 불가능.

(···이 자가 아무래도 이 길드 마스터의 상사일 테지.)

그렇다면 길드 마스터들의 회의를 총괄하고 진행하는 그랜드 마스터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길드 마스터가 무릎을 꿇을 정도로 높은 직책이었던가? 하는 의문은 들었다.

"그렇다면 취조를 시작해 보지. 이 사건이 작은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직접 온 거니까, 너무 당황하지는 말고."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취조가 시작된다.

처음 느껴지는 인상은 아무래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말투. 물론 위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태도다. 무릎을 꿇고 있는 길드 마스터한테 하는 말인 듯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들의 임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벌써부터 알아차린 모양이로군.)

보통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경비병에게 맡겨, 사건 조사 후 재판을 열어 처벌하는 형식일 것이다. 유죄라면 감옥에, 무죄라면 풀려나는 형식으로.

하지만 이번에 그들이 벌인 행동은 상식 밖의 일. 그것도 평민 한 사람을 처리하기 위하여 다른 자들이 간섭하지 못하게 결계까지 쳐놓을 정도의 일이라니.

그렇다면 이렇게 제일 높은 분이 직접 나선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운이 지지리도 없네, 우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길드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바로 질문을 몇 개 하도록 한다. 우선 그녀를 처리하려고 한 이유와 목적, 그리고 그로 인해 너희들 혹은 그 뒤에 있는 조직이 얻는 이익이 도대체 뭐지?"

당연히 그리 직설적으로 물어봐도 답해줄 리가 없다.

아무리 농담을 자주 하고 말을 많이 하더라도 일은 일. 절대로 말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의뢰주와의 무언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신용은 금보다 무겁다는 것이 그들을 이곳으로 보낸 조직의 기본 수칙이다.
역시나 암살자들은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을 예측했는지 또 다른 질문을 그들에게 던졌다.

"그렇다면 이 스크롤에 담겨있는 마법이 뭔지 아는가?"

지난은 이미 사용 가능한 횟수가 지나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스크롤을 품 속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스크롤은 일시적으로 마법을 담아 지정된 횟수만큼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이 아주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암살자들이 사용한 마법 역시 그곳에 담겨있는 스크롤을 이용한 것이었다. 즉-

(-증거를 확보했군. 이 망할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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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6 22:10 | 조회 : 73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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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X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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