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첫사랑을 밀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가 떠서 창문 사이로 빛이 새어나왔을 때, 나는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결국 늦잠을 자버렸다.

눈 뜬 순간에 재우의 얼굴이 바로 보이는 게 감격스러웟지만 그 감격도 오래 가지 못햇다. 작은 손이 어찌나 따갑고 매운지. 재우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등짝을 얻어 맞고 겨우 잠을 깨고 학교로 달려가야 했다.

정신없이 뛰어갔지만 재우랑 같이 뛰어가니 산책나온 강아지 마냥 그냥 좋았다.

어젯밤 이후로..나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단순히 재우가 귀여운 친구라서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것 치고는 난 좀...과한게 아닐까 해서 말이다. 누가 옆에 있다고 어제처럼 심하게 두근거린 건 처음이었다. 얼굴이 귀엽고 예쁘지만 재우는 남자였다.

'난..게이였던 건가.'

그리고 오늘 재우가 자꾸 나를 몰래 쳐다봤다. 모른척 하고 있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딱 마주치는데, 내가 웃으면 재우는 당황해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당황해서 고개 돌리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계속되니,답답했다. 오늘 하루 종일 어떤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에 반응도 없고..몰래 쳐다볼 땐 언제고 눈도 절대 마주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시간 동아리실에서 멍하니 앉아 재우가 그렸던 그림을 보고 있을 때, 제아가 왔다.

"뭐해?"

"그냥, 멍때리는 중..."

혼자 온 제아에게 물었다.

"재우는?"

"여기 안왔어? 아까 반에서는 없던데."

"어? 진짜?"

"응,"

"어디 간거지."

"조금 있다가 오겠지~"

'어디야?'

재우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냈지만 답이 없다. 나는 결국 일어나서 가방을 챙겼다. 가만히 앉아 있던 제아는 나를 붙잡았다.

"뭐야? 어디가?"

"재우 찾으러."

"걔가 무슨 어린애기도 아니고. 뭘 찾으러 까지 가."

"..."

'그건 그래.. 조금있다보면 오겠지..'

근데, 자꾸만 오늘 나를 피하던 재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게..."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그냥 그러고 싶었다. 가방을 다 챙겨들고 동아리 교실을 나갔다.그 때 제아는 나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한 번더 내 손을 붙잡았다.

"너..."

"왜?"

"너 요즘 너무한거 아니야?"

"뭐가?"

"맨날..재우 얘기만 하고. 걔만 신경쓰고.. 너 이상해. 너 이러는 게 마치..."

"...?"

"재우.. 좋아하는 거 같잖아."

"어?"

나를 잡고 있던 제아의 손이 조금 떨리는 듯 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

나는 멍하니 제아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꽉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 주었다. 그리고 차분해진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보자."

"...어..그래."

뒤돌기 전 제아는 분명 평소처럼 웃고 있었지만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재우..좋아하는 거 같잖아.'

나는 저 말에 바로 아니라고 말할 수 가 없었다. 진짜? 나 재우 좋아하는 건가? 아니아니, 설마. 난 그냥 재우를 귀엽고 우리반의 아이돌이고.. 착하고..예쁘고...그냥 그렇게 생각한는 거 뿐인걸.

복잡 미묘하면서 또 기분은 나쁘지 않은 이상한 마음을 갖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혼자 가방을 매고 걸어가고 있는 재우가 눈 앞에 보였다.

달려가서 그의 어깨를 붙잡으니 그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그리고 또 시선을 피했다. 갑자기 누가 바늘로 찌른 것처럼 마음이 따근거렸다.

"너, 너 나 왜 또 피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격양되어 나왔다. 재우는 나와 눈도 안마주치고 내 손도 차갑게 뿌리쳤다.

"그런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오늘 내가 말 걸면 피하고, 눈도 잘 안마주치고! 지금도 그렇네!"

자꾸 피하기만 하는 그의 모습에 이상하게 화가 나서 그의 얼굴을 잡아서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 이상하리 만큼 재우의 얼굴이 새빨갛고 뜨거워져있었다.

내가 더 당황해서 나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어? 너 왜 이렇게 빨개? 그리고 엄처 뜨겁네, 아파?"

나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냥 예쁘다고 생각한 얼굴이, 나를 보며 마치 부끄러워 하는 듯한 그의 얼굴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도톰하고 귀여운 그의 입술로 나쁜 시선이 갔을 때 재우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었다. 아니, 정신을 못차리게 만든건가.

"억..."

살면서 명치를 실제로 얻어 맞을일은 잘 없을 거다. 근데 나는 그 일을 방금 경험했다.

"엇, 야. 미안.."

재우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 때, 나는 아픈 명치를 손으로 문지르며 괜찮은 척 했다. 쎈 척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하루종일 궁금했던 것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조금은 예상외였다.

"너가, 이상한 말 해서 그런거 아냐...!"

"너가..! 나한테 내가 너 이상형이라던가. 그런 말 하니까 괜히 이상해졌잖아!"

그러니까, 그런 말 듣고는 부끄러워져서 이렇게 날 피했다는 건가? 내 말 한마디가 재우한테 이렇게 부끄러워서 하루종일 내 눈도 못 마주칠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자꾸 실없이 나오는 웃음을 꾹 눌렀다.

"에이, 뭐야. 그냥 장난으로 그렇게 말한거잖아."

"뭐?"

재우가 귀엽게 째려보더니 내 명치를 한 번더 가격했다. 방금은 쎈척하면서 참을 만 했지만.. 맞은 곳을 두 번 맞는건 역시 힘들다.

"억..!"

"그딴 장난 하지마. 이 새끼야!"

심통난 재우는 나를 버리고 씩씩 거리며 걸어갔다. 그의 뒤를 바로 따라잡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재우에 대한 나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는 좋았지만 재우의 얼굴 뒤에 오늘 보았던 제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복잡했다.

생각해보니 제아한테는 오늘이 최악의 날이었겠구나.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재우를 좋아하지만 제아는 날 좋아하고.. 재우가 날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고..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 걸 수 도 있고.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우울해진다.

하지만, 내가 이 상황에서 뭘 하겠어. 갑자기 가서 제아한테. 난 재우를 좋아하니까 나에 대한 마음은 접어줘. 라고 할 수도 없고...그리고 내가 재우를 좋아하는 걸 깨달았다고 해서 내가 뭘 할수 있을까..또, 재우는 날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닌가? 오늘 반응보면 날 꼭 친구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닐지도..

"악!"

이러지도 못하는데! 저러지도 못하네!

복잡한 마음이 되서 다음날이 되었을 때 재우는 상태가 너무 안좋아보였다. 예쁘고 큰 눈 아래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계속 재우고 싶었는데, 4교시가 끝나고 다음이 체육시간이라 일단 깨우긴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부스스 일어나는데 그의 얼굴을 보니 역시나 기분이 너무 안좋아 보였다.

애가 얼마나 무서운 악몽을 꿨으면 하룻 밤 사이에 수척해진 걸까.

그냥 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미적미적 준비하는 재우를 그냥 내버려두었다. 하필, 오늘은 또 피구를 했다. 그것도 짝피구를!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피구를 좋아하는 걸까. 애들도 왜 이렇게 피구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정신없이 공을 피해야만 하는 이 짜릿한 경험이 싫었다. 그리고 짝 피구는 더 싫었다.

재우 옆에 딱 붙어 있고 싶었는데, 재우는 반대팀이 되었다. 그리고 재우의 짝은 우리반에서 조용한 여자애였다. 딱히 말을 해본 적은 없는 여자애였는데, 재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여자애는 부끄러워하는 것 처럼 보여서 조금 짜증이 났다.

피구 끝나고 조금 툴툴 거려야지, 하고 생각했을 떄 재우가 공에 맞았다. 버들강아지처럼 그의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재우...!"

재우가 휘청거릴 때 또 우리팀이 공을 날려서 여자애가 맞아서 재우는 결국 아웃되었다. 순간 열이 확 받아서 재우에게 공을 날린 두 남자애를 노려보다가 다시 재우를 봤더니.. 그의 코에서 수도꼭지 틀어논것 마냥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나는 당장 그에게로 달려갔다.

"재우야!!"

반 애들의 시선이 재우에게로 꽂혔고, 몇명 여자애는 재우에게 공을 던진 남자애를 욕하기 시작했다.

꽤 소리가 둔탁했는데,그의 뺨이 공에 쓸린 건지 살짝 까져서 상처가 났다. 나는 그를 데리고 당장 보건실로 갔다. 재우는 날 거부했지만 난 무시하고 꿋꿋이 그를 부축했다.

보건선생님은 밥이라도 먹으러 가신 건지 자리에 없었다. 일단 그를 침대에 앉히고 휴지 몇칸을 더 뜯어서 그에게 내밀었다. 작은 체구의 재우는 피부도 약한건지 공에 맞은 부분이 점점 빨갛게 부어오르는 것 같았다. 마음이 안좋아서 계속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와 몇마디 주고 받으며 보건선생님을 기다릴 때 그는 이상한 말을 했다.

"너 나랑 노는 게 왜 재밌어? 난 딱히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 말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가끔 저런 말을 하는 재우가, 자신을 잘 모르는 재우가 귀엽다고 느낄때도 있었지만 저런 말을 하는 재우는 이제 싫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안좋게 생각하는 걸 누가 좋아라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가 다시는 저런 말을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고서 속에서만 담아두던 말을 다 이야기했다.

근데, 이건 내 실수였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말한 것은 실수였다.

"너.. 지금 나한테 고백하냐?"

"어..?"

순간 얼굴이 낯뜨거워졌다.

'너..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으악. 어떡해...!! 조금 필터링해서 말할걸! 이렇게 갑자기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진 않았는데!'

몇초 안되는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할때, 재우는 등을 돌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좋다던가 그런거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해, 난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울렁거린다고."

'기분이 울렁거려..? 내가 하는 말이 토할 껏 같다는 건가...!?'

"너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아..니.....너..?"

"너가 좋다라고 말할 때마다 떨린다고."

정신이 멍했다. 그가 떨린다고 말했다. 왜..? 설마 저 떨린다는 말이 기분이 나빠서 덜덜 떨린다의 그 떨린다는 아니겠지. 아니면...아니.. 설마, 재우도 나를 친구가 아니라..다른 의미로 좋아한다는거..?

"나.."

"아니, 아무 말도 하지마. 그냥 그렇다는 거니까. 크게 신경쓸 거 없어."

무슨 소리야!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넘겨...!

"나는..!"

분명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보건선생님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발소리도. 보건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보건선생 한 명이었다. 누가 보건실에 왔었나...?누구지. 설마 우리 이야기를 들은건가? 누가? 아까 보니까 제아도 따라오려고 했던 거 같은데...설마, 제아?

제아가 들었으면 어떡하지, 그럼 진짜 파국인데...?! 머리가 복잡해져서 아무 말 없이 재우가 치료받을 때까지 옆에 있었다.

보건실에 나와서 조용히 그의 옆에서 걸었다. 제아의 생각으로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지만 막상 또 재우와 단 둘이 되니까 아까 재우가 했던 말이 빙글빙글 머리속을 돌았다. 빙글빙글 돌던 말은 심장으로 내려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면 좋을지 몰랐다. 재우가 나랑 같은 마음인 걸 알면 좋아서 방방 뛸 것 같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머리속이 하얘졌다. 지금까지 재우랑 무슨 얘기를 하면서 걸었더라. 내가 어떤 표정이었지..? 나 이상하게 표정짓거나 한 적은 없나? 못생겨 보였던 거 아니야?!...방금까지 땀흘렸는데, 냄새는 안나나...?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여서 그 옆에 딱 붙어있지 못하겠다. 눈만 살짝 돌려서 그의 얼굴을 살폈다.

빨리, 재우에게 내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말하기가 또 무서워서 이 날은 재우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전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안그래도 반짝거리는 재우의 얼굴이 이제는 빛이나는 것 같았다.

말을 하려고 몇번이나 타이밍을 재서 입을 떼보았지만 '난 너가 좋아.'라는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못했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 제아는 어디를 갔는지 안보였고, 재우는 먼저 간다며 교실을 도망치듯이 나가버렸다.

멍하니 그가 나간 빈자리만 보다가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학교 정문에 나가서 맑은 하늘만 보며 걷고 있다가 제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야! 윤겸!"

"어..?"

"너 왜 먼저가냐?"

제아는 웃으면서 내쪽으로 달려왔다.

"너 어디갔는지 안보여서, 문자도 보냈는데. 너가 답장이 없어서 그냥 왔지."

"아, 문자했었어? 몰랐네. 잠깐 친구랑 얘기 좀 하고 온다고."

"그래?"

"응, 이야.. 내가 없으니까, 찾긴 찾았네?"

제아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녀의 말엔 가시가 박혀있었다. 저 말의 의미를 알것 같아서 마음이 뜨끔했다.

"없으면 찾지..당연히."

"재우만 찾을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야, 아니야."

"너 재우 좋아하잖아. 나 떼어놓고 보건실에서 둘이 뭐할려고 했어?"

"어....?"

"아니야?"

제아는 분명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지만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보건실 앞에 있던 거 너였어?"

설마, 했던 게 맞아 떨어졌구나. 당황한 마음을 감추고 제아에게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머리를 굴렸다.

"아니."

"뭐..?그럼 어떻게..."

"오늘 둘이 보니까, 사귀기로 한 건 아닌 거 같고.. "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니, 지금 어떤 말을 하든 제아한테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제아는 웃고 있었지만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제아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나도 따라 걸음을 멈췄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 그래서..재우한테, 도와달라고 한건데."

제아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숙이고 있던 고개를 다시 빳빳이 들고서 나를 바라봤다.

"나, 너 좋아해."

이런 타이밍에 갑자기 고백을 해올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 나는 입만 벙긋거렸다.

"어...?"

"너, 좋아한다고. 너 윤겸, 너 말이야."

"어...."

"좋아해."

"..."

"나랑 사귀어줘."

"미안...."

"...."

"..."

우리 둘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똑바로 정면을 직시하던 제아의 얼굴이 점점 아프게 일그러졌다.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재우, 나 도와주겠다고 했으면서..."

재우를 좋아하지만 제아도 내 친구였다. 나 때문에 친했던 친구가 아파하는 걸 눈 앞에서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제아를 안아줄 수도 없었다. 제아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고, 어깨가 떨렸다. 우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 즘에 제아는 다시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매정한 얼굴을 하고서.

"나랑 사귀어줘."

"미안.."

"안 그럼 애들한테 다 이야기 하고 다닐꺼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와 눈이 마주했을 때 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보건실에서 너네 이야기 들었던 거 나 아니야. 다른 애야."

"뭐? 누군데..?"

"나랑 한 달만 사귀어줘. 그럼 걔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할게."

"..너..왜 이래, 이렇게 까지 왜 해?"

"왜 이러냐고?"

"그래, 너 이렇게까지 해서 나랑 사귀면 너한테 뭐가 좋은데? 너 나랑 친구였던 것도 끊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나도 조금 화가 나서 제아에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 제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조금 맺혔다.

"복수야..."

"무슨 복수야...그게."

"모른 척, 나 도와주는 척 해놓고 뒤에서 너랑 그랬던 재우한테 하는 복수야..!"

"너..진짜, 왜 그래! 너 이런 짓 하는 애 아니잖아!"

나는 점점 감정이 격해졌고 숨이 가빠졌다.

"생각 잘해. 넌 아무렇지 않을지도 몰라도, 재우는 너랑 그랬다는 얘기 나돌면서 나오는 말에 상처받을걸?"

"..."

"...내일까지야, 내일까지 생각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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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2 22:33 | 조회 : 959 목록
작가의 말
최올랑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요즘 중간고사라 너무 바쁘네요. 그래도 이 소설을 쓸때는 힐링을 합니다. 얘네는 힐링할 상황이 아니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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