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첫사랑이 알았습니다.

그의 지갑에서 떨어진 작은 종이조각은 나의 중학교 시절의 증명사진이었다. 우리 셋의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나눠 가졌던 사진. 나는 그 사진을 멍하니 몇 분간 쳐다만 보았다.

'이게 뭐지?'

'이게 왜 여기있어.'

현재의 화려하게 꾸며진 자신의 모습이 아닌 정말, 수수하고 평범했던 나의 과거. 진짜 나의 모습이었던 중학교 시절의 모습은 나였지만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듯 낯설었다.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사진만 바라보다가 마음
속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지갑과 사진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급하게 그의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멈추지 않고 정신 없이 달리며 주변 사람들과 계속 부딪쳤다. 나는 그에게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계속 쉬지 않고 뛰었더니 숨이 미친듯이 찼고 목에서는 쓴 피맛이 느껴졌다. 한참을 미친 사람처럼 달렸을 즘,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지듯 넘어졌다. 딱딱한 바닥에 무릎하고 손이 다 갈렸다. 찐득한 피가 무릎에 조금씩 흘러 나와 쓰라린 고통이 밀려왔다.

바닥에 주저 앉은 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애석하게도 너무나 맑고 깨끗했다.

"..."

비틀거리며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집에 도착했다. 침대까지 갈 힘이 없어서 그냥 현관 앞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차가운 바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감정을 가라앉게 했다. 커튼을 쳐놨던 방안은 아직 오전이었지만 어두웠다.

"기억하고 있었네."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데, 혼자 중얼 거렸다.

"기억하고 있으면서...뻔뻔하게 모른 척..."

사람이 감정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초연해진다고 했던가, 나는 방금까지 터져나올 것 같은 감정이 지금은 이상하리 만큼 무감각했다.아니면 그냥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휴대폰 진동이 시끄럽게 몇번이나 고요한 방안을 울렸다. 순간 휴대폰을 확, 들어 벽에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고 휴대폰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한 손으로 뜨거워지는 눈을 가린채 나는 눈을 감았다.

몇시간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그 상태로 누워있었다. 순간 순간 눈이 뜨여질 때마다 내가 자다가 일어난 건지 아니면 그냥 눈만 감고 있었는 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난 건지 커튼 틈새로 조금 새어나오던 햇빛이 사라져 있었다.


옆으로 돌려 몸을 뉘였을 때 갑자기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쾅쾅, 소란스럽게 두드렸다. 나는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윤겸..이면 어떡하지.'

"재우야!! 야!! 박재우!"

다행히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현우였다. 나는 모른 척 눈을 감을까, 했지만 현우의 목소리가 너무 컸고 저러다가 문이 부서지겠다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이 벌컥, 열리자마자 현우가 나를 정말 급박하게 끌어앉았다. 그가 거의 돌진하듯 들어왔기 때문에 체중이 뒤로 쏠려서 바닥에 쓰러지듯이 주저 앉았다. 넘어질 때 현우는 내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며 보호해 주었다.

"현우.."

멍하니 안긴채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아무말 없더니 현우는 나를 확 놓으며 잔뜩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야!! 너 전화기를 몇시간이나 꺼놓는 거야!! 어디 잡혀 간 줄 알고 식겁했잖아!!"

현우의 목소리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미안.."

"불도 안키고! 뭐한.."

그는 벌떡 일어나서 방안의 불을 켰다. 불을 키니 엉망인 내 몰골이 아주 잘 드러났다. 현우는 화들짝 놀라며 내 무릎에 난 상처를 보고 소리쳤다.

"너..어떻게 된거야.. 어제만해도 멀쩡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

그는 내 팔과 무릎에 생긴 상처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의 표정이 나보다 더 아파보여서 마음이 아려왔다.

"너..."

"..."

나는 현우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하..."

현우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나를 부축하듯이 일으켜 침대로 데리고 가서 앉혔다. 그리고 집에 있던 구급상자를 꺼내와 상처를 소독해주었다. 손길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엄청 집중한 듯 입술도 오리처럼 삐죽 튀어나온 채 약을 바르는 현우의 모습이 웃겨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풉.."

"뭐야, 갑자기 왜 웃어!"

"너..큽..집중한 표정이 너무 웃기다."

"에휴.."

현우는 갑자기 힘이 쭉 빠진다며 다 바른 약통을 다시 상자안에 넣어놓고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야.."

"응?"

"너..."

"응."

"어제... 알았어? 그 새끼가, 너한테 다 얘기했어?"

"아니.. 그건 아니고, 사진이.."

"사진?"

"사진이..어? 근데, 너. 너 어떻게 알았어? 너..알고 있었.어?"

"나도 어제 알았어."

"어떻게?! 어떻게!!"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감정이 갑자기 미친듯이 위로 솟아올랐다. 나는 너무 갑자기 흥분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목에 뭔가 걸린 사람처럼 콜록거렸다. 현우는 깜짝 놀라서 나를 꽉 안아주며 내가 진정할 수 있도록 등을 토닥였다.

"일단 진정해!"

"큽.. 콜록..!"

현우는 한참을 나를 안아주며 겨우 진정시켰다. 나는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목소리가 쉰 것처럼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영주형이 말해줬어."

"영주형..? 영주형은 또, 어떻게 안거야."

"너, 오늘 뭐 먹긴 했어? 애가 하루만에 얼굴이 반쪽이 됐네."

"뭐야,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줘!"

"아무것도 안먹고 방금처럼 그냥 자빠져 있었지? 눈에 딱 보인다."

"현우야..제발.. 빨리 말해줘."

나는 절박하게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너, 지금 들으면 제대로 생각 못 하고 행동할 거 같다."

"..."

"그러니까, 뭐라도 좀 먹고. 오늘은 시간도 좀 늦었은니까 푹 제대로 자고 일어나면. 그 때 말해줄게."

현우의 표정은 너무나도 단호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다. 현우는 금방 평소의 말랑한 사람이 되어서는 미소지었다.

"혹시 몰라서 사왔는데, 잘 됐네."

현우는 들고 왔던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봉투를 열어서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포장되어 있었다.

현우는 포장되어 있는 음식을 꺼내 작은 탁자를 가져와 그 위에 차리고 나무젓가락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감기에 걸려 입맛이 없는 것처럼 먹어도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어서 깨작 거렸다. 현우는 나를 거의 5살 배기 아이를 다루는 것 처럼 어루고 달래서 겨우 음식을 다 먹였다. 역시, 장남의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 건가.

아무리 기분이 최악이더라도 역시 본능적인 욕구를 거스를 순 없는건가 보다. 맛있게 잘 먹었다는 느낌은 아니였지만 이전보다 배가 차니 확실히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그 전까지 세상 무너진 것처럼 굴더니, 내 자신이 좀 어이없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현우는 뒷정리를 다 하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먹으니까 좀 났지?"

"하하..그러게."

"이제 자!"

"밥 먹고 바로 자면 소 된다고 하던데.."

현우는 내 눈을 손으로 감겨주었다. 그가 오기 전까지는 늪에 빠진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그가 옆에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현우야."

"왜."

"나, 진짜 너 안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현우의 피식, 소리내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자기나 해."

"응..."

현우는 헝크러진 내 머리를 가지런하게 정돈하며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해서 나는 안정되서 금방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꿈 속에 빠지자 마자 이 따뜻한 평화로움은 금방 깨져버렸다.







"그 당시엔 잘 몰랐는데, 그때 겸이가 겉돌고 있는 나를 도와줄려고 말걸고 했던 거 같아."

"..."

"아마 그래서 겸이가 너한테 말걸고 잘해주는게 아닐까?"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근데 옆자리에 우연히 윤겸이 앉았고 자연스레 그가 말을 걸어왔다. 그 덕에 제아와도 말을 하게 되었다. 나에겐 처음으로 생긴 친구들이었다. 제아는 저 날의 대화를 통해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조금 슬펐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처음 생긴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생긴 친구들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날, 버스안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두 친구를 잃지 않고 지금 이대로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머리 터지도록 고민했다. 그 고민은 해결이 되지 않아 다음날까지 어어졌다. 하도 신경을 써서 그런지 엄청 일찍 눈이 떠졌다. 그래서 나는 그냥 학생들 없는 이른 시간에 학교에 갔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쳐다봤다. 깊은 한숨만 나왔다.

조용했던 교실은 금방 학생들의 말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재우, 안녕~"

"아, 안녕.."

제아는 평소랑 똑같이 나에게 인사했다. 마치 어제 했던 대화가 꿈이었 던 것 마냥 우리 셋은 평소와 다름이 없어서 나는 순간 헷갈릴 뻔 했다.

하던대로 동아리에 갔고,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 두 명은 내가 그리는 걸 구경하며 놀았다. 그리고 어느때와 같이 동아리 시간이 끝나고 이제 교실에서 나갈 때 쯤.

"아, 나 화장실 좀 다녀온다. 가지 말고 기다려!!"

윤겸은 가방을 들쳐맨채 동아리 교실을 후다닥 나갔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는 제아와 나만 남았다. 나는 어색해서 딱히 볼 것도 없는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다.

"재우야."

"응?"

"저기, 어제 얘기했던 거 말인데.."

"아, 응.."

"내가 미안."

"응?"

갑자기 이렇게 사과를 할 줄은 몰랐기에 나는 렉 걸린 컴퓨터처럼 버벅거렸다.

"아, 아니.. 괜찮아."

"어제 말 처럼 나 겸이 좋아해."

"응.."

"그래서 겸이가 나랑만 같이 있다가 갑자기 너한테도 말 걸고 관심을 가지니까, 조금 질투가 났어."

"아.. 응, 그랬구나. 괜찮아, 그럴 수도..있지. 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제아는 잠시 아무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재우는..진짜 착한 거 같아."

"어? 아,니야.."

"솔직히 어제 그렇게 말하고 나서..나 진짜 걱정 많이 했어. 너가 화 많이 났을 까봐.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 말은 너무 재수없었어..."

"아니야, 진짜. 난 괜찮아. 걱정 안해도 돼."

"고마워.."

제아는 안심한 듯 한번 숨을 크게 내쉬고서는 웃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본 채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이제 짐 챙기고 해야겠다고 말하며 꺼내놨던 필기구들을 가방 안에 넣어 정리했다. 잠시 아무말 없던 제아는 내 가방끈을 갑자기 잡았다. 그리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재우야."

"응?"

"진짜, 미안한데.. 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뭔데..?"

제아의 눈빛은 정말 간절해보여서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 겸이랑 진짜 잘 되고 싶어."

"응."

"너가.. 나 좀 도와 주면 안될까?"

"어? 내가?"

"응!"

"나, 이런거 잘 모르는데.."

"괜찮아..! 그냥 내가 해달라는 것만 해주면 돼!"

"음.. 그래도.."

"제발.. 재우야.."

이제는 내 손까지 꽉 쥐고 절실하게 보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아가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것들이었다. 나는 무슨 로맨스 영화처럼 뭔가 방대한 작전 같은 걸 짜야하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가끔 제아랑 윤겸 둘 만 있을 수 있도록 동아리 하루 빠진다던가 아니면 다른 할 일이 있다며 둘이 먼저 가라던가. 어찌됐든 이유를 만들어서 둘이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제아가 내게 문자로 신호를 보내면 나는 그 때 자리를 비켜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그때마다 윤겸이 맨날 어디를 그렇게 혼자 가냐며 투덜거렸지만 그냥 웃으며 얼버무렸다. 제아를 도와주기로 한 뒤로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그래서 조금 외로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아와 친구로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으로선 이게 최고라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전보다 확실히 진짜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에 가끔 제아가 문자가 와서 윤겸에 대한 고민거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겸이는 진짜 눈치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전화기 너머 제아의 한숨 소리가 뚫고 나올 정도로 컸다.

'얘도 참 눈치 없는 애한테 빠져서 고생이구나..'

"내가 생각해도 그런 거 같아."

"내가! 어! 맨날 주말에 놀자! 어디 가보자~ 하면 한 번은 같이 가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맨날 거부하냐고.."

"왜 그러는 거래?"

"그냥 나가기 귀찮데."

"아."

'솔직히 그 정도로 했으면 윤겸이 1도 관심없다는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걸 말하긴..뭐하니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겸이가 나한테 관심 없는 거 알긴 알겠는데.."

'알긴 하구나...'

"그래도 포기가 안되는 걸 어떡해."

"신기하다."

"어? 뭐가? 어떤 게?"

"그냥..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게?"

"재우 너는 한 번도 이런 적 없어?"

"음.. 없어."

"헐, 진짜? 신기하다."

"좋아하는 게, 솔직히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

"음..그냥 간단한 거야. 그냥 같이 있으면 즐겁고, 좋고! 계속 옆에 있고 싶고.. 그런거지."

"그래..?"

"응! 재우 너도 나중에 생기면 내가 그 때 도와줄게. 헤헤."

통화를 끊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제아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좋고.. 계속 있고 싶고.."

제아를 옆에서 지켜보면 서 느낀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딱히 내게 좋을 건 없어보였다. 늘 안절부절해하며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할까, 신경쓰이고. 거절 당해도 괜찮은 척 웃어넘겨야 하고. 저렇게 골치 아픈 걸 왜 끊지 못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또 신기한건 지쳐보이다가도 금방
다시 살아나서 행복해하는 제아의 모습이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서 제아처럼 행동한다면...? 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양팔에 쫙 끼쳤다. 내가 그런다고 생각하니 왠지 수치스러웠다. 얼굴을 붉히며 안절부절해 하는 내 자신이라니...

다음날이 되서 나는 오늘도 제아의 부탁을 들었다. 이번에는 윤겸에게 가서 여자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윤겸."

"응? 왜?"

"너는 왜 여자친구 안사귀어?"

이렇게 대놓고 물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다른 좋은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윤겸은 살짝 당황한 것 처럼 보였다.

"엥? 갑자기 여자친구?"

"응."

"너가 이런 거 물으니까, 신기하다. 왜, 너 여자친구 사귀고 싶냐?"

"아니..나 말고 넌 어떤지 물어보는 건데..?"

"음..나는, 글쎄...? 근데, 너 진짜 이상하다? 평소에 이런 주제로 한 번도 얘기 꺼낸 적 없잖아."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오, 뭐야. 재우 나한테 관심이 생겼구나?"

"...뭐래는 거야."

"좋아, 그럼 오늘 우리집에 와. 와서 남자들만의 깊은 대화를 나눠
보자고!"

"엉..?"

이럴 생각은 아니였는데, 어쩌다 보니 윤겸의 집에 가게 되었다. 제아는 우리가 하는 얘기를 귀를 쫑긋 세워 듣고 있다가 자기도 오고 싶다고 말했지만, 윤겸은 남자들 만의 비밀스러운 모임이니까 너는 안된다며 거절했다. 제아는 완전 시무륵해졌다. 불쌍한 제아...

집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오늘 우리 부모님 안들어오신다!"

"어, 왜?"

"두 분이서 오늘부터 여행 가셨거든. 하나뿐인 아들내미를 버려두고..너무 하지 않아? 나도 가고 싶었는데.."

"심심하겠네."

"그래서 내가 널 데려왔잖아~ 오늘 나 놀아줘야 해."

"그래.."

친구 집에 놀러 온 건 오랜만이라 대체 뭐하고 놀면 좋을 지 생각도 안났다. 그리고 남에 집에 앉아있는 것도 어색했다.

"재우, 너 이거 해봤어? 라스트 댄스!"

"한 번도 안해봤는데.."

"잘됐다. 나도 이거 처음해보는 거거든. 이거 엄청 재밌어 보이더라."

"댄스면 춤 추는 거 아냐?"

"예쓰!"

춤 같은 거 안춰봤는데.. 너무 못해서 놀림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윤겸과 나는 각 자 조이스틱 하나를 손에 쥐고 티비 화면에 나오는 캐릭터가 움직이는 대로 춤을 췄다.

"뭐, 뭐..뭐야!!"

윤겸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티비 화면을 쳐다봤다.






0
이번 화 신고 2020-09-14 23:40 | 조회 : 951 목록
작가의 말
최올랑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