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첫사랑과 다퉜습니다.

시간이 몇시간이나 지났는지 햇볕이 환하게 방안을 밝히고 있었다.
엎드린 자세로 잠들었기 때문에 얼굴에 딱딱한 탁자의 감촉이
느껴져야 하는데, 나는 이불을 목까지 잘 덮은 채 침대에 고이
누워있었다. 오랫동안 노트북 화면을 보는 바람에 건조해진 눈을
제대로 뜨기가 어려워 눈을 다시 감은 채 한 손으로 내 눈을 덮었다.

몇분 동안 눈을 다시 감고 있다가 바로 옆 샤워실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내 귀를 울렸다. 그 순간 이곳이 윤겸의 집이며,
그의 침대에 내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을
급하게 확, 일으키자 머리 골이 울려서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이
엎어졌다. 그 때 샤워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열린 문으로 뜨거운 수중기가 모락모락 천장으로 피어올랐다.
윤겸은 흰 반팔티와 반바지를 입고서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
으로 닦으며 나왔다. 왜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사랑
하는 사람이 씻고 나온 순간에 그 사람이 욕실에서 나오는 순간까지
를 슬로우 모션처럼 표현 되곤 했다. 그 장면을 나는 지금 목격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젖은 머리카락 때문에 목을 타고 흐른 물줄기가
그의 흰 티를 조금씩 젖게했다. 그래서 쇄골 주변의 속살이 살짝
비쳤다. 이마에서 턱 끝까지 물방울이 한방울 흘러 바닥에 톡, 떨어
지는걸 본 그 순간에 내 심장도 바닥으로 내려 앉는 줄 알았다.
남자는 아침에 예민하다고 했다. 그의 모습은 아침에 방금 일어난
게이 남자에게 명백하게 유혹적으로 보일 것이다.
나는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일어 났어?"

윤겸은 나에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의 발이 나에게 가까워 질수록
향기로운 바디워시 향기가 코 끝에 훅, 스몄다.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면 그를 지금 당장 끌어안았을
지도 모른다.

''왜 저렇게 섹시하고 난리니....''

나는 내 뺨을 짝, 소리나게 때렸다. 윤겸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어?! 왜, 왜그래!"

윤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잠이 안깨서."

".....응?"

윤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무어라 말
하려 할 때 나는 방바닥 물 떨어진다고 빨리 머리 말리라며 그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그의 자취방에 처음 간 날은 다행히 나는 사고를 내지 않고 지나
갔다. 이성의 승리였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장
담 못할 것 같았기에, 새로운 고민이 생긴 아침이었다.

그는 아파서 이틀 동안 바닥에 널브러진 주제에 하루만에 완쾌했다.
그의 체력은 놀라웠다. 이제 괜찮아 졌다며 윤겸은 나에게 아침을
간단하게 차려주었다. 그 아침을 먹는 동안에 나는 고민 하고 있
던 것을 결정했다.

"야."

"응?"

"우리 종강할 때까지 만나지 말자."

윤겸은 젓가락으로 집고 있던 계란말이를 식탁 위에 툭, 떨어뜨렸다.

"왜...?"

나는 그가 떨어뜨렸던 계란말이를 다시 그의 밥그릇에 얹어주었다.

"너 무리해서 우리 학교까지 왔다갔다 하지 말라고."

"무리하는 거.."

"맨날 밤샐만큼 바쁘잖아. 그러니까 만나는 건 하지 말고...크흠,
하루에 10분 정도는 전화 해도 되."

방금 전까지 세상 무너진 것 마냥 절망적인 표정을 하던 그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헐, 전화 해도 되?"

나는 밥 한숟가락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 날 이후로 매일 밤 10분 동안 전화를 했다. 대부분 그가
말을 하고 나는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그 10분은 내가
매일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과제가 잘 안풀릴 때 그가 보고 싶어
져서 당장 달려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이 쌓여 있었기에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2, 3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 학교도 종강을 했고 그의 학교
도 종강을 했다. 그 다음날 그는 오전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 이제 종강했어!"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한결 밝았다.

"나도, 아.. 힘들어 죽는 줄.."

"헤헤, 이제 다시 맨날 볼 수 있겠다."

"뭐.. 그렇지."

"아, 우리 오늘 과제전이야. 보러와!"

"오늘?"

"응!"

"음..."

"오늘 과제전 보고 나서 같이 저녁 먹고 영화보러 가자!"

"그래."

"오예~"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나 니네 학교 도착.''

나는 오후가 되서 그의 학교 앞으로 갔다. 정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
문장 한통을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때... 멀리서 그가
내 이름을 아주 큰 목소리로 불렀다.

"재우야~!!"

그와 나의 거리가 꽤 멀었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주변 사람들은 다 그를 쳐다봤다.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를 그냥 모른 척 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불도저처럼
나에게 달려오는 바람에 도망치지 못했다.

"너 목소리 너무 커.."

윤겸은 내 옆에 거머리처럼 찰싹 붙어서 나를 이끌었다. 과제전은
과 건물에서 열렸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4학년 빼고 다 하는 구나."

"응~"

나는 그와 함께 전시되어 있는 작업물들을 구경하며 건물 안을
돌아 다녔다. 영상, 포스터, 소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겸아~"

그와 함께 전시실에 틀어져 있는 영상을 시청하며 서 있을 때, 그의
친구로 보이는 한 여자가 그의 이름을 아주 살갑게 불렀다. 우리
둘은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깐만.."

그는 나에게 작게 속삭이고 그 여자에게 갔다. 나는 그 여자애를
슬쩍 한 번 주시했다. 여자애는 아주 대놓고 호감을 가진 듯한
눈빛을 하며 그에게 무어라 말을 걸었다. 저 여자애는 무슨 말을
하길래, 저렇게 얼굴을 붉힌채 말을 하는 걸까. 나는 갑자기 속에
서 끓어오르는 빡침을 누른채 다시 영상이 틀어진 화면으로 고
개를 돌렸다. 뒤에서 들리는 두 남녀의 웃음 소리는 그 전까지 아주
좋았던 나의 기분을 아주 바닥으로 내려앉도록 만들었다.

저 여자애를 시작으로, 윤겸의 같은 과 친구처럼 보이는 여자애들과
계속 마주쳤다. 그를 만날 때 마다 그 여자애들은 호들갑을 떨며
그에게 말을 걸었고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 뒤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

"...."

딱히 그가 잘못을 한 건 아니었다. 인사하는데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나에게 등 돌린채 신나게 대화하는 저 괘씸한
뒤통수를 한대 콱, 때려 버리고 싶은 마음은 들었다.

''아니, 무슨 친구가 저렇게 많아?''

조금 다른 곳으로 가볼까, 하면은 또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중에는 윤겸에게 호감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여자애들도
꽤나 있었다.

''아니, 쟤는 그렇게 좋다, 좋다 나한테 난리 쳐놓고 왜!! 어?! 지 좋다
고 대놓고 티 내는 여자애들한테까지 잘 웃어줘?! 저런건 바로
컷! 해야지!!"

''아주 인기 폭발이네, 허이구. 그냥 폭발해버려라.''

속에서 끓어오르던 짜증이 분노로 바뀌어 폭발하기 직전에, 윤겸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으아, 미안.. 가는 곳 마다 누가 말 걸어서 계속 너 혼자 뒀네."

"상관 없어. 너 없는 동안 나 혼자, 구경하면 되지 뭐."

"화났어...?"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은 게 그의
탓은 아니었다.

..그래도 싫은 걸 어쩌라고!!

"아무한테나 실실 웃지마!!"

라고 소리치며 퍽, 때려주고 싶었다.

"거의 다 본 거 같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지."

더 이상 모르는 여자애들한테 붙잡히고 싶지 않아서 얼른 건물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먼저 걸어
나갔다. 건물 밖은 저녁 6시가 넘었지만 밝았다. 그는 쩔쩔매며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옆에 서서 나란히 걸으
며 얘기했다.

"걔네들은 그냥 다 친구야."

"나 안 물어 봤는데?"

"...."

윤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또 실없이 웃기 시작
했다. 나는 짜증나는데 쟤는 웃고있으니까 더 얄미워져서 그의
팔을 꼬집었다. 그리고 매서운 눈초리로 흘겨보며,

"왜 웃어."

"너가 질투해 주는 게 기분 좋아서, 하하!"

팔을 꼬집어도 실실 웃으니 등짝을 찰싹 때려주었다. 두 대 얻어
맞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벙글거렸다. 그리고 갑자기 내 손을
멋대로 깍지 끼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누가 마음대로 잡으래!"

"오늘 첫 데이트니까, 기념으로!"

''데이트'', 첫 ''데이트''라는 단어를 듣고부터 식당에 도착할 때 까지
그 단어가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종강하기 전 그와 같이 다녔던 밥집은 보통 푸근한 분위기가 가득
한 맛집이었다. 그러나 오늘 같이 들어간 식당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한 껏 꾸며진 곳이었다. 누가 봐도 데이트 장소로 가는
가게 같았다. 가게 내 손님들만 보아도 커플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요즘 핫 하다는 SNS에 많이 올라올 만큼 가게는 매우 예
뻤다. ''데이트 장소''라는 말이 모티브로 형성된 가게, 라는 느낌이
가득했다.

"여기 예쁘지? 여자애들한체 예쁜 가게 추천해 달라고 많이 물어
봤는데, 여기가 제일 좋은 거 같아서 골라봤어."

"괜찮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꾸며놓은 장소에 썸남?과 함께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낯설고 어색해서 나는 아무말 없이 가게를 둘러보
며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그는 내게 메뉴판을 보여주었다.

"여기 화이트 와인도 맛있데. 마셔볼래?"

"그래."

나는 쪼렙처럼 버벅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은 뭐 먹을까?"

"음..처음 왔으니까. 베스트라고 적혀 있는 거 먹어보는 게 낫지 않나."

"좋아~ 그럼 스테이크 하나랑 파스타 베스트 메뉴 중에 한 개씩
시켜서 같이 먹으면 되겠다. 어때, 괜핞아?"

"응."

가게 안 손님이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음식은 조금 늦게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화이트 와인 두 잔이 먼저 테이블에 도착했다. 가게
안 조명이 잔에 담긴 와인들 더욱 예쁘게 반짝이도록 만들었다.

"우리 오늘 처음 같이 술 마시네!"

"그러네."

와인잔을 살짝 양쪽으로 흔들었더니 안에 담긴 연한 색을 띄는 화이
트 와인이 촛불처럼 일렁였다.

"음식 나오기 전에 미리 한 모금 짠, 할까?"

"그래."

윤겸은 앞으로 잔을 내밀었고 나는 그 잔에 내 잔을 살짝 부딪쳤다.
처음으로 맛 본 화이트 와인의 맛은 생각했던 것보다 달콤한 맛은
아니였다.

''역시 난 달지 않은 술은 아니야..''

살짝 쌉쌀한 맛을 남긴 와인잔을 다시 내려 놓으며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푸흡."

윤겸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왜 비웃냐."

"너 반응이 귀여워서, 흐흐."

"흥."

"술 원래 잘 안마시는 구나."

"잘 못마셔. 술자리 같은 곳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래서.."

"1학년 때는 술자리 많잖아."

"안갔어."

"헐, 엠티 같은 거 갔을 때는?"

"안 갔는데?"

윤겸은 충격적인 것을 본 것마냥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1학년때 하나도 안 놀았네?"

"딱히.. 게이바 말고는 잘 안나갔던 거 같네."

"..자주 갔어?"

"일주일에 한번은 갔지."

윤겸은 ''게이바''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낯빛이 조금 어두워 지는 듯
했다. 그 변화를 느끼고 내가 쓸데 없는 말을 한건가 싶어 말을
하려고 입을 때려고 한 순간, 음식이 나왔다.

"맛있겠다. 얼른 먹자."

윤겸은 다시 싱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한 몇분 동안 우리의
테이블 위에선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그였다.

"너 거기서 인기 많았겠다."

"그냥 적당히..인기는 너가 더 많잖아. 아까보니까 장난이 아니
던데."

"걔네는 그냥 같은 과니까. 그냥 좀 친한 거 뿐이야."

"그냥 친구가 아닌 것 같아 보이던 애도 있던데."

윤겸은 들고 있던 식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과 애들이랑 그런 곳에서 만나는 사람이랑은 다르지."

"그런 곳?"

분명 음식을 시키고 와인을 한잔 마실 때까지는 좋았는데... 겨우, 몇
마디를 끝으로 우리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졌다. 윤겸은 입만
달싹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나도 딱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가 잘라둔 고기만 씹었다.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우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윤겸도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가게밖으로 나왔다. 영화도
보러가자고 그가 얘기했는데, 이대로는 영 아닌 것 같았다. 오랜만
에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는 건가? 만약 이대로 서로 그냥 집가면
다음에 만날 땐 어떻게 해야하지? 그가 나에게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는 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가게 밖으로 나와서 나는 멀뚱히 내 앞에 서 있는 그의 등만 쳐다
봤다.

''그냥 이대로 헤어지는 건가...아무 말 없는 걸보면..''

''근데, 자기가 말을 이상한 뉘앙스로 뱉었잖아.''

''내가 자기 놓고 바람폈어? 솔직히 지금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내가 지 만나기 전에 게이바 좀 다닌게 잘못이야?''

''거기 가서도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리고 영주형네 가게는 무조건
그런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 와서 신기해서 두리번 거리던 초짜 찌그래기 같은 놈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씨.''

울컥해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윤겸은 나를
흘긋 봤다가 깜짝 놀라 말했다.

"...! 재우야, 우,울어..?"

"아니거든."

마음이 좋지 않은 순간에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울어?''
라는 말만 들으면 수도꼭지를 튼 것 마냥 그 순간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흘리기 싫어 찡그리고 있던 눈에서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윤겸은 정말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향한 걸 느낀 그는 내 손을
이끌고 여기보다 조금 더 한적한 거리로 나를 데려갔다. 그 손에
잡혀 가면서 소리내어 울지 않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아니, 이렇게 울 일은 아니데, 왜 자꾸 나오는 거야! 좀 들어가라!''

윤겸은 옷 소매로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말했다.

"내가 아까 말을 나쁘게 했어, 미안해.."

"..."

"내가 너무 못나서 그랬어.''

"..."

"내가..솔직히 너한테 뭐라 할 입장은 아닌데.. 그래도 질투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랬어."

"...."

"너가 예전에 누구를 얼마나 만났든 그건 중요하지, 않은데...아는데,
그냥 너가 만났던 사람이 너무 질투가 났어."

그는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그냥 욕심이 너무 컸어...진짜 너무 미안해. 화 풀릴 때까지
때려도 괜찮아..! 그리고, 과 애들은.. 진짜 난 아무 생각도 없어..
너가 싫으면 걔네들이랑 이제 말 안할게..."

"멍청이."

"맞아.."

"똥."

"웅.."

"말미잘."

"맞아.."

윤겸과 다시 만난 이후로 나는 그와 어떻게 되고 싶은 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었다.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왜 또 얘냐. 그렇게 당하고도 왜 또 좋아지니.''

그와 진짜로 만나기 전, 만약 다시 만나면 절대 아는 척 하지 않으
리라 다짐을 수십번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이제는
그가 날 따라다녔다. 미웠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설레여
했다. 연락이 없으니 하던 일도 내팽겨쳤고, 아프다고 하니 죽 먹이
고 약도 먹였다. 못 보는 날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오늘은 조금 다툰 걸로 너무 슬퍼져서 성인이 되고 나서 길바닥에서
폭풍오열까지 했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나는 손 등으로 눈을 벅벅 문질렀고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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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8-31 21:37 | 조회 : 1,019 목록
작가의 말
최올랑

지난 6화에 미리 예고 드렸듯이 앞으로 매주 한번 월요일에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올릴 예정입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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