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획득(獲得) 뒤엔 상실(喪失), 상실(喪失) 뒤엔 획득(獲得)

「보다 순조로운 이해를 위하여 세계관 설정을 참고 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은 읽으시면서 이해가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것은 세계관 설정을 참고하셔서 봐주세요.」

“ 갑자기 찾아오셔서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런 무례한 분들 인줄 몰랐는데요. ”
나름 고급스러운 내부를 자랑했던 랭게스타는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약에 취해있던 사람들은 저절로 겁에 질려 가게 밖으로 나갔고 휑해진 가게의 모습에도 롭은 실실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 불청객은 아니고, 찾는 게 있다. ”

“ 찾는 것? 아, 약이라도 사시려고요? 하하 아님 술이신가? ”

“ 아니, 둘 다 아니야. ”

알리카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냉소를 짓자 그의 주변으로 백색 마력이 가득히 흘렀다.
그 마력을 본 롭은 눈을 번뜩이며 침을 삼켰다.
그러나 그의 불순한 눈은 로코와 포코에 의해 오래가지 못 했다.
마력을 가득히 받은 로코가 큰 입을 벌리며 롭을 공격했고 롭이 점프를 해 피하자 그의 머리를 포코가 큰 꼬리로 내려쳤다.
그대로 땅에 몸을 부딪친 롭의 위로 로코와 포코가 내리 눌렀다.

“ 술이나 약이 아니라.. ”

알리카가 느릿하게 걸어오다 롭과 다섯 걸음을 남겨두고 멈춰 섰다.
롭을 내려다보는 눈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

“ 네놈이 죽인 사람을 찾고 있다. ”

“ ... ”

대답이 없자 로코가 바닥에 엎드려져 그대로 땅을 보고 있는 롭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롭의 얼굴이 보였다.

“ 끄끄끄...흐으 끆끆.. ”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숨과 날숨에 섞여 멈출 줄을 모르고 울려댔다.
무엇이 그리 재미가 있는지 롭이 계속 웃자 로코가 그의 머리를 잡고 땅에 박았다.
강한 힘을 실어 몇 번을 내리쳐도 바닥에는 피가 묻어나오지 않았다.
로코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터트릴 기세로 힘을 실으려던 때 롭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누굴 말하는 겁니까? ”

“ ... ”

“ 신의 곁으로 간택된 이들 중 누굴 말하는 거지요? 길거리에 나뒹굴던 테프먼? 도박에 빚을 진 로렌? 아니면 헬라? 제인? 잭? ”

그의 입에서 수많은 이름이 끝도 없이 나왔다.
아시페로는 이를 듣다가 알리카의 귀로 전부 실종된 이들과 이름이 일치한다고 속삭였다.

“ 아, 아니면 ‘메이’씨를 말하는 것인가요? ”

메이라는 말에 알리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칼리도에게 들었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이 저 입에서 나왔으니 결국 체리바의 죽음은 진실이 되어버렸다.
알리카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 뭐, 제가 말한 사람들 중에 있다면.. ”

“ .. ”

롭은 낄낄거리다 갑자기 얼굴은 싹 굳히며 동공 없는 흰자만으로 알리카를 바라보았다.

“ 신의 곁으로 간 사람을 어찌 찾겠습니까? ”

콰앙!

알리카가 무어라 명령 하지 않았음에도 로코는 롭의 머리를 땅에 강하게 쳐 박았다.
그의 머리가 터지며 그 사이로 뇌수처럼 보이는 것이 흘러내렸다.
더 이상 미동 없는 롭에 로코와 포코는 그 몸 위에서 내려왔다.

“ 로코, 포코 2층을 조사하러 간다. ”

알리카와 아시페로, 로코, 포코가 몸을 돌리며 2층 계단 쪽으로 가던 순간 다시 뒤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머리가 터졌던 롭이 비척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깨진 코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갈라졌던 머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처음 모습과는 점점 달라져갔다.
깨진 코와 갈라진 머리는 돌아갔지만 하관이 점점 떨어져 나갔고, 흰자만 있던 눈을 녹아내렸다.
이마에 기괴하게 뿔이 솟아오르고, 그의 벌어진 하관과 텅 빈 눈에 자리하고 있는 가시 같은 돌, 롭이 보였다.

“ ..저게 뭔.. ”

옆에 있던 아시페로가 눈을 크게 뜨며 위험함을 직감한 듯 완전체로 들어갔다.
로코도 잠깐 풀었던 완전체에 다시 들어가며 살기를 띠었고, 포코도 머뭇거리다 이내 부분변형에서 완전체로 들어갔다.
롭이 목 안에서 긁는 기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 모든 것은 ‘나타’의 뜻대로.. 그 누구도 ‘나타’를 막으실 수는 없습니다. ”

“ 나타?.... 저 모습. 인간이 아니라 타부야. ”

아시페로가 그리 말했으나 그것을 바로 납득하는 이들은 없었다.
저들은 타부라기에는 너무나 또렷하게 말하고 있었으며 아까만 해도 보통 사람 같은 겉모습이었다.
이례적인 모습이었고 저렇게 지능을 가진 타부가 과연 몇 명의 사람을 먹었을지 감히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 ..단체인가. ‘금기’를 범한 자들이군. ”

“ 우리는 금기를 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연 것이지요! ”

롭이 발끈하며 알리카에게 화를 내자 그에게로 커다란 롭이 날아왔다.
포코가 단단한 피부로 이를 튕겨내자 롭은 갑자기 발을 구르며 짜증을 냈다.

“ 그 멍청이만 아니었으면 더 빨리 일을 끝낼 수 있었는데!!! 망할! 망할! ”

아까보다 감정적이게 된 롭을 보며 알리카는 눈을 가늘게 떴고 한창 화를 내는 그에게 로코가 달려들었다.
알비노 악어, 로코가 순식간에 롭을 물어 낚아챘고 강한 턱 힘으로 그를 압박하자
우두둑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 순간 로코의 눈을 누군가가 발로 내리찍었다.

“ 커억! ”

로코가 제 눈에 들어온 고통에 롭을 놓치자 아시페로가 빠르게 달려가 로코의 목을 노리는 남자를 막아섰다.
대략 1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아시페로를 보더니 롭을 가뿐히 들어 뒤로 물러났다.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롭, 정신이 들어? ”

“ 망할! 망할! 나타께서 실망하시면 어쩌지..?! 그 멍청이! 내가 반드시 찢어 죽일 거야! ”

“ 네가 하지 않아도 신들라가 죽이러 갔잖아. ”

“ 아? 아! 그래 맞아! 끆끆끆흐하하!! 그 멍청이의 사지가 잘린 꼴이 정말 보기 좋겠어! 신들라한테 꼭 회수하라고 해야지! 그래서 나타께 보여드리자! ”

알리카는 저들의 알 수 없는 대화에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얼핏 보아서는 평범한 아이인 듯싶지만 비정상적으로 홀쭉하게 들어간 배는 저 아이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분명 죽었을 터인 자가 다시 살아났다. 만일 계속 살아난다면.. 이쪽이 불리해. ’

알리카가 이 비정상적인 관경을 보며 이를 갈았다.
랭게스타가 단체일 수 있다는 예상은 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인들을 전부 대피시키고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알리카는 단체의 의한 사건을 해결하는 일은 몇 번 해봤으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들은 결코 타부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으며, 신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존재였다.

“ 아빌은 잘도 이런 곳을 다녔어.. ”

알리카의 마력으로 눈을 치료한 로코가 이를 갈며 저들을 노려봤다.
시끄럽던 웃음소리가 멈춘 것은 그때였다.
실신이라도 할 듯 몸을 들썩이며 웃던 롭이 목을 확 꺾어 로코를 바라보았다.

“ 아빌? 아빌 보스켓 백작을 말하는 건가?”

얼굴을 잔뜩 구긴 롭이 분노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로코뿐아니라 알리카와 포코 아시페로도 표정을 구기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 보스켓 백작을 아나? ”

“ ..아냐고? 아는 정도가 아니야. 그 죽일 놈!!”

다시 잔뜩 흥분한 롭이 핏대를 세우며 사방으로 날카로운 롭을 던져댔다.
남자아이, 로위스가 진정하라며 달래서야 숨을 몰아쉬며 조금 진정하는 듯 보였다.

“ 하아..하.. 하찮은 것이 나타의 은혜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서...! 감히.. 감히!! ”

“ 보스켓 백작이 이곳을 많이 왔나? ”

“ 그래! 아주 멍청한 사내였지. 자신이 신이라도 될 수 있는 것 마냥 구는 멍청이! ..그래도 나름 직위가 있는 놈이라 유용하겠다 싶었건만!! 망할 놈! ”

흥분을 하며 술술 내뱉는 롭을 로위스가 어정쩡하게 말렸다.
알리카는 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아빌이 저들과 꽤나 깊게 엮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알리카의 생각이 뚝 멈췄다.

‘ ..잠깐. ’

그저 저 자의 말버릇일 수 있지만 알리카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물었다.

“ ..설마, 아까 네가 말한 망할 놈이.. 보스켓 백작인가? ”

“ ... ”

저도 느껴질 만큼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아주 약간은 떨렸던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떨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롭은 멍하니 알리카를 보다가 씩 웃었다.

“ 소중한 사람이라도 되나 보지요? ”

“ ... ”

“ 이를 어쩌나.. 걱정은 마세요. 잘하면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 말하며 롭은 알리카에게 조소를 지었다.

“ 살아있을지는 모르지만. ”

***

아빌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어라 말을 하는 여자의 말도, 리자의 신음 소리도 제 심장 소리에 묻혀 전부 들리지 않았다. 떨리는 눈으로 본 리자의 모습은 그저 악몽 같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 시끄러우니까.. 얘는 좀 치울게? ”

그리고 어느 순간 들린 여자의 말에 아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움직였다.
리자를 묶고 있던 나무뿌리 같은 것을 손으로 잡아 뜯고 리자를 옮겨 수건으로 그녀의 손을 최대한 지혈했다.
아빌은 속부터 올라오는 무언가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뜯어내고 싶었다.
지혈을 어느 정도 끝내고 리자를 바라보자 그녀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그녀가 무엇을 잘못 했기에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그 순간 깊숙이 올라오던 무언가가 목구멍을 통해 삐져나왔다.

“ 컥!..허억... ”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에는 그녀의 목이 제 손에 쥐어져 있었다.
으스러뜨리고 싶은 그 얇은 목이.
여자는 목이 졸리고 제 목뼈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멍하니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놀랍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탐스럽게 붉은 아름다운 입술이 벌어지며 쇳소리가 들려왔다.

“ 너.. 정, 말.. 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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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09 22:16 | 조회 : 1,305 목록
작가의 말

오늘은 좀 짧습니다! ㅜ 마지막 부분은 뭔가 급하게 끝난 거 같죠! 맞아요! ㅋㅋㅋㅋ 다음편에는 신들라 시점으로 좀 더 자세히 묘사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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