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획득(獲得) 뒤엔 상실(喪失), 상실(喪失) 뒤엔 획득(獲得)


「보다 순조로운 이해를 위하여 세계관 설정을 참고 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은 읽으시면서 이해가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것은 세계관 설정을 참고하셔서 봐주세요.」

공포로 일그러지는 예쁜 얼굴이나 주저앉은 몸 혹은 아름다울 비명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제 눈앞에 서 있는 겁쟁이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시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머리 잘랐네?”

“ ... ”

“ 나 좀 만나러 와주지 그랬어. 보고 싶었는데. ”

제 말에는 아무런 반응은 없으면서 저 말고 다른 여자만 바라보는 모습에 신들라는 고운 미간을 좁혔다.
아름다운 제 얼굴은 보지 않고 더럽고 추한 저 시녀를 보는 모습이 속을 뒤집어 놓는 듯 했다. 특히나 저 남자 같은 분류가 저렇게 행동하는 꼴은 더더욱 보기가 싫었다.
기대한 남자의 얼굴이 아닌 제 얼굴이 일그러뜨린 신들라가 겨우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 시끄러우니까 얘는 좀 치울게? ”

당장이라도 이 여자를 쥐어 터트려 더 추하게 만들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겨우 끌어 올린 입 꼬리가 강하게 떨렸다.
신들라가 여자를 휘감은 팔에 힘을 준 것과 동시에 눈앞에 제 팔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처참하게 뜯겨져 나간 팔이 욕실 거울에 부딪쳐 힘없이 늘어졌다.

“ ..어? ”

신들라는 지금 이것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멍한 눈으로 앞을 보니 어느새 여자는 겁쟁이가 서 있던 자리에 기절한 채 늘어져 있었다.
겁쟁이는 제게 등을 보이고 앉아 수건으로 여자의 손을 지혈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어떻게 제 팔이 저렇게 됐는지 의문스러우면서도 기가 차 헛웃음이 나왔다.

“ ...지금 뭐하는 거야? ”

“ ... ”

“ 지금 네가 그 여자를 신경 써?.. ”

신들라는 어느새 잔뜩 구겨진 얼굴로 점점 언성을 높였다.
몸에 쫙 달라붙는 옷과 진한 화장, 고혹적인 목소리와 미소 전부 저 겁쟁이가 좋아하는 대로 준비한 것이거늘.
어째서 자신은 아직도 고작 저런 여자에게도 이길 수 없는지 분에 찼다.
신들라는 제 얼굴을 박박 긁으며 몸을 떨었다.

‘ 아직도..아직도 아직도... ’

날카로운 손톱이 피부를 그대로 파내자 검은색 피가 흘러내렸다.
신들라는 등을 내주고 있는 아빌을 보며 긁던 팔을 변형시키고 천천히 다가갔다.
적어도 저 몸을 뚫는다면 저를 봐줄 터였다.
당장이라도 쑤시기 위하여 팔을 들어 올린 신들라는 제 피부를 뚫는 날카로운 살기에 멈춰 섰다. 아픔은 느낄 수 없거늘 바늘을 잔뜩 삼킨 듯이 몸 안쪽 전부가 고통을 호소하는 듯 했다.

“ ... ”

신들라의 목 뒤로 식은땀이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짧은 부스럭 소리가 멈추고 아빌이 죽은 듯이 가만히 멈춰 있었다.
그 모습에 신들라는 어째서인지 마른침을 삼켰다.
짙은 정적이 흐르고 신들라는 제 코를 간질이는 향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너..커헉!! ”

신들라가 얼빠진 얼굴로 말을 내뱉으려던 때 목을 강하게 비틀어 쥐는 손길에 숨을 삼켰다.
강한 악력에 기이한 소리를 내며 목뼈가 부러지고 있었으나 신들라는 멍하니 아빌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빌의 얼굴에 비친 것은 분노도 슬픔도 절망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듯 그 무엇도 그려지지 않은 잔잔한 얼굴이었으나 단 한 가지가 신들라의 시선을 잡았다.
아주 작게 열린 그의 입매 사이로 알 수 없는 검은색의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달콤하게 그녀의 코를 간질이는 향.
최근, 아니 평생을 맡았던 익숙한 향.

“ ...너.. ”

신들라는 부러진 목에도 기어코 말을 내뱉으며 놀랍다는 듯 입 꼬리를 올렸다.

“ 정, 말.. 했구나? ”

“ ... ”

점점 강하게 쥐어오는 손길에 신들라는 제 목이 점점 몸과 분리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웃음은 계속 새어나왔다.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향에 머리가 미쳐버린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이렇게 아빌을 향한 신들라의 분노가 사그라질 일이 없었다.

털썩

결국 아빌의 손에 신들라의 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틀어져 그대로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숨마저 쉬지 않는 듯 고요한 아빌이 아직도 제 속에서 끓는 무언가에 숨을 길게 내뱉었다.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욕실을 가득하게 채우고 밖으로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죽어버린 신들라의 몸에 손을 뻗던 아빌이 작은 소리에 멈춰 섰다.

“ ....백, 작님.. ”

“ ..리자? ”

아빌이 눈을 크게 뜨며 뒤를 돌아봤다.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확실히 리자는 눈을 뜨고 있었다.
리자는 아무향도 느껴지지 않는 듯 신들라와는 다르게 큰 변화가 없었다.
리자의 부름과 동시에 아빌의 입에서 새어나오던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아빌은 그제야 미칠 듯이 뛰던 심장이 잠잠해져 이성을 되찾았다.

“ 도, 망..백작님..도망가셔야... ”

“ 괜찮다. 리자. 말하지 마라. ”

리자가 끙끙 앓다가 다시 눈을 감으며 몸을 늘어뜨렸다.
아빌은 빠르게 리자에게 다가가 그녀를 들어 올리려던 때 뒤에서 오싹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하, 하하..하하하하하!!! ”

“ ... ”

아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뒤를 보자 분명 죽었을 터인 여자가 몸을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분명 비틀어버렸던 목이 원래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의 몸이 오히려 괴이하게 꺾여 들어갔다.
거대한 신들라가 된 것 같은 그녀가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미친 듯이 웃음을 흘렸다.

“ 그래..그래!! 그랬구나.. 겁먹어서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올 필요가 없었어!! ”

“ ... ”

“ 근데 ..왜지? 왜 너는 우리와 좀 다르지? 분명.. 분명 맞는데..어디가 달라? ”

신들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치 아이처럼 물어왔다.
아빌은 눈살을 찌푸리며 제 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 ...마인..? ’

이곳에 오고서는 처음 보는 진짜 마인이었다.
아빌은 기절한 리자가 다칠까 싶었으나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완전체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갑자기 신들라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맑게 웃었다.

“ 아, 부족한 거구나! ”

신들라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 걱정 마. 도와 줄 테니까. ”

“ ... ”

“ 아까 많이 봤거든. ”
신들라가 묵직해 보이는 나무줄기를 휘어 아래를 가리키며 소름 돋게 미소 지었다.

“ ..적어도 30명 ”

“ ..! ”

강한 바람이 일더니 순식간에 신들라가 모습이 사라졌다.
아빌은 제 왼쪽 뺨을 강하게 스치던 바람과 문을 통해 순식간에 벗어난 신들라의 흐릿한 형체에 멍하니 굳어버렸다. 그런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 때문이었다.

“ 꺄아아악! ”

“ 으아악!! 저, 저게 뭐야!!!! 살려줘! ”

“ 타, 타부? 마물이야? 젠장!!! 도망가!! ”

백작저의 사용인들이 모두 혼비백산이 되어있는 모습이 급하게 뒤쫓아 온 아빌에 눈에 보였다. 아까 전의 사건으로 모두가 아직 모여 있었는지 그 수가 상당했다.
그들 사이에 우뚝 선 신들라가 제 몸을 날카롭게 변형시켜가자 사람들은 더욱 공포에 질려갔다. 저 가시 같은 줄기가 뻗어나간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죽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장 구하고 싶어도 저 마인을 죽이기에는 완전체가 아니고서는 힘들 것 같았다.
아까 전의 속도는 결코 지금의 아빌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완전체를 하고 금기를 범했음을 들켜 다시 내주어 버린 곁이 떠나가도 괜찮냐고 묻는다면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을 일이었다.
그러나

“ 으아악!!!.....아..? ”

“ ....사자? ”

고개를 젓기에는 아빌은 그들에게서 다리를 빼앗을 용기가 없었다.
차라리 떠나갈 수 있는 다리를, 나중에라도 돌아와 줄 수 있는 다리를 지켜내고 싶었다.
그러니 모두의 앞에서 이 모습을 보여주었을지언정 후회는 없었다.

“ ..백작님? ”

오른은 우뚝 멈춰 서 멍하니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이 사방에 떨어져 있지를 않나 처음 보는 타부가 갑자기 나타나고 심지어는 흑 사자가 그 타부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건들이 쏟아지자 오른의 머리는 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

쾅!

그나마 오른이 확신하는 것은..

‘ ..백작님이다. ’

저 단단해 보이는 나무를 이로 가볍게 부수고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를 가졌으며 무엇보다 티어였으나 저 사자는 아빌이었다.
오른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저들을 지키려 하고 있음을.
그가 이곳을 지키려 하고 있음을.
그가 모든 것을 짊어져서라도 지키려 하고 있음을.
...혹은 모든 것을 잃어서라도.

***

저자들의 입에서 아빌의 이름이 오르자 알리카는 부들거리는 손을 꽉 쥐었다.
아빌이 이곳에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는 생각했으나 설마 그들이 아빌을 죽이려 들지는 몰랐다.
심지어는 이들 중 한 명은 이미 그에게로 간 듯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잔잔한 물결만 치던 속이 강하게 몰아쳤다.
제 속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어느새 아빌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던 것인지
알리카 뿐 아니라 아시페로와 로코와 포코도 동요하고 있었다.

“ 아, 잘못 말했군요. 아마 보시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

“ ... ”

롭이 사근사근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 니들은 여기서 죽을 테니까. ”

롭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롭과 로위스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다가왔다.

“ 커억! ”

로위스의 발길질에 로코가 나뒹굴었고 포코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뼈가 부러졌을 터였다.
한 쪽에서는 날카로운 가시가 사방으로 날아왔고 아시페로는 이를 막아내는 것으로 버거웠다.
순식간에 몰리기 시작한 알리카가 미간을 찌푸렸고 그도 더 강하게 마력을 흘려보냈다.
마력을 이어받은 포코가 로위스를 꼬리로 내려치자 로위스는 두 팔로 막아낼 뿐 아파하거나 힘든 기색은 없었다.
그대로 포코의 꼬리를 잡아 챈 로위스가 포코를 들어 올려 벽에 내던졌다.
강한 파열음과 함께 벽 한 쪽이 무너져 내렸고 마력이 없었다면 기절했을 힘이었다.

“ .... 위험해.. ”

포코가 눈을 번뜩이며 마력을 더 깊게 삼켰다.
그러자 몸이 조금 부푸는가 싶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빠르고 강한 속력을 내었다.
급작스러운 속도에 로위스도 이번에는 막지 못하고 밀려나갔다.
밀려나간 로위스의 뒤로 로코가 입을 벌렸고 그의 작은 머리는 순식간에 로코의 입으로 인해 뜯겨져 나갔다.
머리가 사라진 몸은 빠르게 쓰러졌지만 얼마 안 가 다시 재생되었다.

“ 젠장! 저건 어떻게 된 몸이야! ”

“ ...약점..이 있는건가? ”

알리카는 혀를 차며 시간을 보았다.
그들도 슬슬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10분 정도인가.. ’

10분, 그 안에 끝내지 못한다면 되레 큰일 나는 것은 이쪽이 될 터였다.
아시페로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 무리하게 마력을 흡수하면서 까지 롭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몰아세우고 죽여도 그들은 계속해서 살아났다.
머리가 떨어져 나가도,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그들은 계속해서 살아나 처음인 것처럼 싸웠다.
한 가지 안 사실이 있다면..

‘ 점점 이성을 잃는 건가..? ’

죽이면 죽일수록 그들은 점점 감정적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나 그들이 처음보다는 훨씬 감정적이게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주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니 희망적이었으나 남은 시간이 절망적이었다.

“ 헉..허억.. ”

“ ...하..하아.. ”

로코는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숨을 쉬었으며 포코도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나마 믿을 아시페로도 전보다 몸이 둔해져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 하하하!! 왜!! 지치나?! 지쳐?! ”

롭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로위스도 제 손가락을 빨며 멍하니 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리카를 비롯한 모든 티어들은 이번이 마지막임을 느꼈다.
이번까지가 그들이 버틸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 ..로코, 포코, 아시페로 .. 간다. ”

로코와 포코, 아시페로의 끄덕임과 동시에 알리카도 제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들었다.
마력이 검을 타고 흘렀고 티어들도 마지막으로 최대까지 마력을 머금었다.
터질 것 같은 몸에 심장이 떨렸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가벼운 발소리와는 다르게 4명 모두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알리카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아시페로가 막아주고 포코가 그들을 꼬리로 내리치자 그에 이어 로코가 연속으로 벽에 내던졌다.
로코와 포코 사이로 빠르게 튀어나온 알리카가 검을 빼들고 겹쳐 진 그들의 머리에 제 검을 밀어 넣었다. 검이 부서질 듯 떨리더니 곧 검을 타고 흐른 마력이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강한 폭발음을 내며 터졌다.
폭발음과 함께 진득한 검은색 피와 살점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몸이 완전히 터져버린 것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쾅-

육중한 소리를 내며 로코가 쓰러졌고 곧 완전체가 풀렸다.
그 뒤를 이어 포코와 아시페로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무너졌다.
다들 찾아온 리스크 탓에 차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 ... ”

총 3번을 폭발시킨 검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눈을 가늘게 뜨며 남은 자리를 보던 알리카는 곧 제 배를 가격한 힘에 밀려났다.

“ 꺼헉..! ”

배를 부여잡은 알리카가 제 배를 걷어찬 다리에 눈을 크게 떴다.
겨우 하나 남은 다리가 휘적거리다 곧 그 주위로 점점 살점들이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알리카의 앞에 롭과 로위스가 나타났다.

“ 또!! 또 나를 죽여?! .. 이제 너희도 끝이야!! 끝이라고!! 아주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

롭이 날카롭게 웃었고 알리카를 향해 가시가 날아왔다.
남은 검 집으로 겨우 막아내자 그의 앞으로 순식간에 로위스가 자리했다.
로위스가 알리카의 옆구리를 강타하자 알리카는 기둥에 몸이 부딪쳐 고통을 호소했다.

“ 윽.. ”

“ 아주 좋은 마력이야.. 얼마나 탐이 나던지.. 이 정도 마력이면 ‘나타’도 기뻐하시겠지.. ”

롭이 실실 웃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알리카의 마력에 잔뜩 흥분한 롭이 제 팔을 거대한 가시로 만들며 들어올렸다.

‘ ...아빌 ’

알리카는 제 눈앞에 들어 올려 진 롭의 팔을 보며 아빌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라면 혹시라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빌며 알리카는 이를 갈았다.
롭의 팔이 제 심장을 향해 내질러지고 마지막 오기로 그의 팔을 잡았다.
날카로운 가시로 둘러진 팔을 잡으니 살을 뚫고 가시가 박혀들었다.
손바닥을 가득히 적신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알리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있을 죽음이 그리 달갑지 못 했다.
늘 죽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제 심장의 무게 때문에 살고 있던 그다.
어쩌면 이것을 명분으로 죽을 수 있음에도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아빌이 자꾸만 떠올랐다.

“ 끄..끄아아악!!!!! 컥 허억 헉!!! ”

알리카의 외마디 비명은커녕 되레 롭 쪽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알리카가 비명에 눈을 뜨며 앞을 보자 녹아내리는 팔을 부여잡으며 검은 피를 계속해서 내뱉고 있는 롭이 보였다.
비틀거리며 빠르게 뒤로 물러난 롭이 계속해서 피를 내뱉었고 제 팔을 더듬었다.

“ 아악!! 아아!! 아파! 아파..!!! 로위스! 로위스!! ”

롭이 애타게 로위스를 불렀으나 로위스도 다가오지 못 하고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공포에 질려 빠르게 알리카에게서 멀어졌다.
잔뜩 흐느낀 롭이 로위스에게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로위스와 롭이 순식간에 2층으로 올라갔다.
알리카는 혼란스러움에 가만히 보다 정신을 차리며 그들을 급히 뒤쫓았다.
2층으로 올라가 열린 방문을 보자 역겨운 시체들 더미와 마약들, 그리고 이상한 문자들만 보일 뿐 롭도 로위스도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라진 그들에 알리카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공격을 해도 멀쩡하던 그들이 피를 토하고 공포에 질렸다.

‘ ..내 피를 보고? ’

그들의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죽을 뻔한 순간에도 떠올랐던 사람.
아빌 보스켓의 그 날의 모습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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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19 22:01 | 조회 : 1,566 목록
작가의 말

제가 너무 늦었지요! ㅜㅜ 기기문제나 학업 등의 문제로 늦어졌습니다. 이메일도 홀라당 잊어버려서 찾아오느라 늦어졌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ㅜㅜ 내일부터 정상 연재됩니다! 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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