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작은 변화(變化)는 커다란 파도(波濤)

「보다 순조로운 이해를 위하여 세계관 설정을 참고 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은 읽으시면서 이해가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것은 세계관 설정을 참고하셔서 봐주세요.」

‘ ...마주쳐도 하필.. ’

아빌은 제게 점점 걸어오는 알리카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다시 몸을 돌려 수풀 속으로 사라지려던 아빌은 우뚝 멈춰 섰다.
당장 몸을 돌려 피하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성을 찾지 못 했기 때문이다.
아빌은 자신이 피할 이유도 없는데 굳이 왜 피하는지 의문을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알리카는 아빌에게 무척 가까운 거리까지 와 있었다.

“ 말하기 싫다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단지 이곳에 당신이 있는 게 놀라웠을 뿐입니다. ”

알리카가 흑 사자의 갈기를 쓸어 넘기듯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의 손을 타고서 기분 좋은 마력이 아빌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알리카의 마력은 떨어지기가 싫을 만큼 편안하고 좋았다.
아빌이 저도 모르게 그의 손에 얼굴을 비비자 알리카의 얕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괜찮다면 저와 같이 쉬다 가시겠습니까. ”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와 제 몸을 쓰는 손에 아빌은 이끌리듯 그를 따라 호수가에 다시 누웠다.

‘ 기이한 연이야.. ’

알리카는 제 몸을 빙 두르듯 누운 흑 사자를 보며 살풋 미소 지었다.
계속해서 떠올렸던 흑색 털은 여전히 부드럽게 손을 간질였다.
제 마력에 늘어지면서도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는 흑 사자는 지금 올려다보면 보이는 밤과 똑 닮아 보였다.

“ 이 호수는 팔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덫’이라는 이름이죠.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이 아름다움에 토벌을 하러 올 때면 꼭 오는 곳이지요. 운 좋게도 여기까지는 세이브 존 영역이거든요. 덫이라는 무서운 이름과 다르게.. 당신을 다시 만나다니 운이 좋군요.”

알리카는 웃으며 말하면서도 혹시라도 흑 사자에게 방해될까 작게 속삭였다.
알리카의 작은 속삭임을 들은 듯 잔잔한 금안이 저를 향했다.
평소 알리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일 만큼 알리카는 이 호수를 바라보는 걸 매우 좋아했지만 지금은 호수따위 상관없을 만큼 흑 사자만 바라보게 되었다.

“ 이름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

“ ... ”

이번에도 알리카의 물음에 흑 사자는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몸을 움직여 일어서려고 하기에 알리카는 다급히 손을 움직여 저지했다.

“ 안 물어볼 터이니 그냥 있기만 하십시오. 약속하겠습니다. ”

알리카의 간절함이 마력을 타고 흘러오는 듯하자 아빌은 순순히 다시 누웠다.
동시에 아빌은 궁금했다.
어째서 이렇게 마력을 불어넣으면서, 마력에 간절함이 느껴질 만큼 가득 불어넣으면서까지 저를 옆에 두려고 하는지 아빌은 이해가 안 됐다.
또한 저만을 담고 있는 저 보라색 눈동자의 의미도 아빌은 알 수 없었다.
그저 확실한 건 그것이 결코 싫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 ... ”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영원할 것 같던 아름다운 밤은 어느새 피어오르는 해에 무너져 내려갔다.
슬슬 돌아 가야하는 아빌은 마력의 유혹을 겨우 이겨내며 몸을 일으켰다.
이번엔 순순히 놓아주는 듯하던 알리카가 똑같이 일어서며 아쉬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물었다.

“ ... 어디서,.. 어디서 당신을 또 만날 수 있습니까? .. 언제 또 만날 수 있습니까. ”

“ ... ”

아빌은 알리카의 간절한 눈빛을 보다 제 발로 땅을 두어 번 두드렸다.
알리카가 그 발짓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 팔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겁니까? ”

아빌이 얕은 고갯짓으로 긍정을 표하자 알리카는 따듯함이 물든 얼굴로 아빌의 이마에 짧게 입 맞췄다.
그러자 입술에 닿은 표면부터 깊은 안쪽까지 알리카의 마력이 퍼지는 듯 했다.
입술을 떼며 아빌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은 알리카는 곧 먼저 몸을 돌려 사라졌다.
멍하니 서 있던 아빌도 정신을 차리고 막사로 돌아가기 위해 수풀로 발을 디뎠다.
빨리 사라지려던 순간 알리카가 아닌 또 다른 기척이 느껴져 아빌은 멈춰 섰다.

“ ... ”

아빌의 눈동자가 닿은 곳에 있는 것은 붉은색 눈동자를 가진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였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사내가 땅으로 뛰어 내려와 아빌의 앞에 섰다.

‘ 로코..는 아니군. ’

눈앞의 사내는 로코를 복사한 것처럼 닮았지만 그 분위기와 색이 달랐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알리카의 티어로 온 3명 중 한 명이었던 것 같았다.
아빌이 가만히 응시하자 사내는 꽉 다물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 ...아빌, 보스켓. ”

“ ... ”

“ ...맞지? ... ”

“ ... ”

“ ...봤어.. 난 주로 밤에 활동하니까. ”

자신의 생각보다도 빨리 들키자 아빌은 미간을 좁혔다.
오랫동안 완전체를 하지 못 해 다소 부주의하게 활동한 것이 문제였다.
아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사내는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

“ ...알이.. 네게 마력의 흔적을 새겼어.. ”

“ ... ”

“ ...들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우는 게 좋아.. ”

아빌이 아까 제 이마에 입맞춤을 한 알리카를 떠올리며 아직도 제 몸을 맴도는 마력을 느꼈다. 확실히 이 이상으로 많은 이에게 알려지면 곤란하기는 했다.

“ 어떻게 지우지? ”

“ ... ”

사내는 아빌이 방법을 묻자 조금씩 다가갔다.

“ .... 내가 가져가면 돼. ”

그리 말한 사내는 아빌의 이마에 알리카와 같이 입을 맞췄다.
이것들이 쌍으로 무얼 하는 건가 싶던 아빌은 곧 제 몸에 맴돌던 마력이 사라져 한기가 드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알리카의 온기가 남지 않자 사내는 아빌의 이마에서 입을 뗐다.

“ 이제.. 됐어. ...걱정은 마. 아무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으니까.”

가도 된다는 듯 몸을 비키는 사내를 보며 아빌은 머뭇거리다 곧 해가 완전히 뜰 것 같아 사내를 한 번 흘겨보곤 막사로 몸을 옮겼다.
아빌이 순식간에 사라진 곳을 바라본 사내는 아주 작게 읊조렸다.

“ ...알은 안 뺏겨. ”

***

알리카는 아직 남아 있는 털의 감촉에 제 막사로 돌아오면서 생각에 잠겼다.

‘ 그 티어가 여기에 우연히 왔다는 건 말이 안 돼. 분명.. 이 중에 누군가와 관련이 있든지.. 아니면.. ’

알리카는 서서히 일어나는 기사들의 막사를 보며 딱 한 곳, 미동도 없는 막사를 바라보았다.
최근 묘하게 많이 바뀌고 어딘가 계속해서 맞지 않는, 아빌 보스켓이 있을 막사였다.

‘ 이 중에 있던지. ’

알리카는 천천히 걸어 아빌의 막사로 향했다.
그의 손이 아빌의 막사를 열어 재끼려 하는 순간 안에서 얕은 기침소리가 들렸다.
손을 멈춘 알리카는 안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가 끊기자 조심히 입을 열었다.

“ ...아빌 백작. 일어나 있습니까. ”

“ ..아, 예. ”

제 물음에 곧 익숙한 아빌 보스켓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막사에서 나온 아빌을 알리카는 유심히 관찰했으나 제가 흑 사자에게 남겼던 마력의 흔적은 없었다.

‘ ... 너무 갔나.. ’

알리카는 제 손에 엉켜들던 흑색 털과 달빛 같은 금안이 묘하게 아빌을 닮았다 생각했다.
또한 거리를 두려는 듯 행동하는 모습마저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 어쩌면 아빌이 그 티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불확실한 추측을 확실한 증거가 지워버렸다.
알리카는 아빌을 조금 더 유심히 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아빌이 아주 조금 더 빠르지 않았다면, 사내가 마력의 흔적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의 불확실한 추측은 확실한 진실이 되었을 터지만 알리카는 이를 알지 못 했다.

***

점점 강해지는 타부들과 마물들로 인해 부상을 입는 자들은 많아졌지만 놀랍게도 사상자 한 명도 없이 토벌이 이루어졌다.
순조롭게 산을 오르자 어느새 정상이 그들의 눈에 보였다.

“ 좀 있으면 하이빌 산 정상이다. 마지막까지 방심 없이 간다. ”

기사단장이 기사들을 향해 외쳤고 기사들도 화색으로 변하며 힘차게 대답했다.
세이브 존으로 가는 데까지 마물들은 보이지 않았고 하나 둘 씩 세이브 존에 발을 들였다.
마지막 줄에 서 끝까지 주변을 살피던 아빌은 제 옆에서 함께 있는 기사들의 경이로운 눈은 보지 못 했다.

이제 아빌과 나머지 기사들만 세이브 존으로 들어가면 되던 순간 그들의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 !!!! ”

아빌을 비롯한 기사들도 깜짝 놀라 말을 멈추었다.
분명 눈앞에 있던 세이브 존은 사라지고 새하얀 주변만 보였다.

세이브 존에 들어간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기사단장이 새하얗게 변한 세이브 존 밖을 보며 사색이 돼 소리쳤다.

“ 올라의 저주다! ”

올라의 저주, 겨울의 마물인 올라가 부리는 저주였다.
올라는 새하얀 눈보라로 시야를 가리고 살갗이 어는 강바람을 일으켜 사람들을 독에서 끔찍하게 죽게 만든 뒤 양분을 흡수하는 번거로운 마물이었다.
올라의 저주는 몹시 위험하지만 올라의 개체수가 많지 않아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면 만날 일이 없었다.

“ 아, 아직! 안 들어온 사람이 있습니다..! ”

“ 테이먼, 레오, 펠이 안 보입니다!! ”
기사들도 사색이 되어 없는 이를 찾았고 그 중 기사 한 명이 더 외쳤다.

“ 아, 아빌 백작님도 없습니다! ”

“ ...이런 젠장! ... 구하러 갈 순 없다.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목숨을 버리는 행위다. ”

기사단장이 욕 짓거리와 함께 잔혹한 말을 내뱉었다.
기사단장의 말에 기사들은 저마다 밖을 안절부절하며 내다 볼 뿐 어쩌지는 못 했다.
세이브 존의 사람들은 부디 그들이 올라의 저주를 이겨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

“ 이, 이건 설마.. 올라의 저주?! ”

올라의 저주에 갇힌 기사 한 명이 손을 떨며 주변을 살폈다.
하나 둘 씩 올라의 저주임을 알아채자 기사들은 더없이 공포에 질렸다.

‘ ...마물의 기운이 잘 안 느껴져. ’

거센 눈바람 속에 숨어버린 마물은 마치 이 눈바람과 하나같았다.
공포에 질려 허우적거리는 기사들을 보며 아빌은 무섭게 외쳤다.

“ 정신 차려! 올라의 저주에 대해 설명해. ”
아빌의 매서움에 기사 한 명이 정신을 차리고 올라의 저주에 대해 빠르게 설명했다.
기사의 설명을 들은 아빌은 꽁꽁 어는 눈바람 속에서 검을 빼들었다.

“ 그럼, 올라를 죽이면 이 저주에서 벗어난다는 거군. ”

“ 하, 하지만.. 이..이제 여기에 독이 퍼지기 시작했을 겁니다. 너무 많이 움직이면 독이 더 빨리 퍼질 겁니다.. ”

“ ... ”

아빌은 혀를 차며 주변을 계속 살폈다.
아무리 살펴도 인간의 몸으로는 더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을 처리하려면 적어도 기를 느끼기 편한 완전체의 모습을 가져야 했다.

“ 흡..흐으...허엉.. 싫어.. 죽기는 싫어.. ”

“ 누군 죽고 싶은 줄 알아?! 닥쳐 좀!! ”

“ 끕흡...흐..뭐?!.. 이 새끼가.. !! ”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기사들은 서로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고 아빌은 그럴수록 초조해져갔다.
섣불리 움직이면 저는 몰라도 기사들은 위험했다.
그렇다고 안 움직이고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저는 독을 계속해서 리스크로 뱉어내기는 하겠지만 기사들은 버틸 수 없다.
기사들을 살리려면 독보다 빨리 올라를 처치해야 하고 그러려면 인간의 몸으로는 불가능했다.

“ ... ”

“ 끅.. 흐으..살고 싶어!!...누가, 누가 좀.. ”

기사 한 명이 눈물을 흘리며 외쳤고 아빌은 제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말에서 내린 아빌은 기사들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 여기서 생길 모든 일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나. ”

“ 흡..예, 예? ”

“ 대답해라. 여기서 있을 일에 너희가 비밀을 지키겠다면 내가 살려주겠다고 맹세하지. 그러나 너희가 맹세할 수 없다면 나 혼자 살아서 돌아가겠다. ”

아빌의 말을 들은 세 기사는 멍하니 아빌을 바라보다 동시에 대답했다.

“ 맹세합니다! 맹세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뭐든 다 걸고 맹세합니다!! ”
“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백작님!! ”
“ 제 가문이든 뭐든 다 걸겠습니다!! 제발!! ”

대답을 들은 아빌은 다시 한 번 강조를 하며 기사들에게 맹세할 것을 요구했고 기사들은 그에 다시 맹세했다.
그렇게 까지 하고 나서야 아빌은 제 몸을 크게 부풀렸다.
피부에서는 흑색의 털이 자라나고 꼬리가 생기며 갈기가 목으로부터 튀어 나왔다.

“ 허..허억!! ”

이를 본 기사들은 경악에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아빌을 바라보았다.
말들마저 놀라 하마터면 도망갈 뻔 했다. 정확히는 무서워서 얼어버린 것이었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흑 사자로 변한 아빌은 몸의 털을 세우며 기를 느꼈다.
아빌의 금안이 번들거리며 허공을 강하게 직시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앞으로 튀어 나가자 아빌이 서 있던 자리는 강한 눈바람이 일어났고 기사들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빌은 튀어나가자 마자 크게 뛰어 허공을 이로 세게 물었다.

“ 끼에에에엑!!!! ”

제 이로 박혀드는 묵직한 이물감에 아빌은 더 세게 이로 물었다.
그러자 새하얀 눈바람 속에서 은신했던 올라가 제 모습을 드러내며 푸른 피를 뿜었다.

“ 끼엑!! 끼에에!! ”

제 이에 물렸음에도 버둥대는 올라에 아빌이 고개를 흔들어 땅으로 내던졌다.
올라가 푸른 피를 눈에 묻히며 처절하게 굴렀다.
강하게 땅에 박힌 올라가 몸을 떨며 기자 아빌은 빠르게 달려가 이로 다시 물어 던지고는 낙하하는 시점에 맞춰 제 뒷발로 올라를 나무에 박았다.
그러자 올라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터져 함께 부러진 나무에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본 기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 하고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아빌을 바라보았다.

“ 보스켓 백작님이.. 티어..”

“ ... 꿈인가?.. ”

기사들이 지금 이것이 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 하며 아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새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아빌이 천천히 걸어왔다.
기사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잠시 문득 당황했다.

“ ..왜.. 눈바람이 안 멈추지? ”

한 기사가 의문스럽다는 듯 질문하자 그 순간 그의 옆으로 큰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 카아아악!! ”

아까 전의 올라보다 더 격상한 존재인 프리오가 기사의 옆에서 입을 벌렸다.
기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 하고 제 머리를 삼키려는 프리오를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콰득.

“ !!! ”

프리오의 날카로운 이의 박힌 것은 기사의 머리가 아닌 아빌의 팔이었다.
당장이라도 잘릴 것 같은 고통에 아빌이 이를 강하게 물었다.
아빌이 제 검 집으로 프리오의 관자놀이를 빠르게 내리치자 프리오가 팔을 놓으며 뒤로 물러났고, 아빌은 이를 놓치지 않고 검을 세워 프리오의 얼굴을 깊게 그었다.
올라보다 더 푸른색을 띄는 프리오의 피가 쏟아졌고 프리오는 괴로운 듯 몸을 휘청였다.

“ ...윽..”

끝을 내려던 아빌은 팔로부터 퍼지는 괴로움에 공격을 하지 못 했고 프리오는 겁에 질려 빠르게 몸을 숨겼다.
프리오가 사라지자 그제야 눈바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백작님!!! ”

아빌이 제 팔을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자 기사들이 말에서 급히 내려와 아빌의 상태를 확인했다.
프리오에게 물린 팔은 티어로 간신히 버텨 잘리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너덜거리며 피가 쏟아졌는데 그 피가 서서히 얼어가는 것이 보였다.
프리오의 독이 아빌의 피를 타고 서서히 퍼지자 아빌의 몸은 순식간에 겨울 공기처럼 차가워졌다.

“ 백작님!!! 백작님!!! ”

그 독에 대항하듯 아빌이 목구멍에서 치솟는 피를 내뱉었다.
아빌의 새빨간 피가 눈을 적셔나갔고 기사들은 사색이 되어 아빌을 빠르게 업었다.
눈바람이 사라지자 세이브 존에 있던 기사단장과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빌의 흐릿한 시야로 보였다.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비교도 되지 않는 고통이 아빌의 몸과 정신을 잠식해 갔다.

“ 백작님!!! 정신 잃으시면 안 됩니다!!! ”

끝없이 피를 내뱉으면서 가늘게 이어지던 의식이 기사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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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20 17:47 | 조회 : 1,019 목록
작가의 말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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