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3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목욕탕엔 강희준이 있었다.
시련은 아무리 한꺼번에 온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련인가?’

알몸으로 초면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강희준은 상관없어 보였다. 열쇠로 물품 보관함을 잠근 후 빠른 걸음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자주 오시나 봐요!”
“네.”

그는 욕탕에 들어와서도 내 옆자리를 차지했다.

“목욕탕에서 누굴 만나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더 반갑네요!”

강희준의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아래로 쳐져 있었다. 안경이 있던 자리 역시 앞머리로 가려져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에 안 찔리나?’

“작가님?”
“죄송”

그를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렸지만 굳이 볼 곳도 없어서 그냥 눈을 감았다, 옆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눈을 감으면 실례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나는 서로 얼굴만 몇 번 본 사이였고, 아는 사람이라 말할 수도 없었다.
어두워진 시야에 마음이 편해졌다.

“작가님도 여기 주변에 사시나 봐요!”
“……”
“전 요 앞에 아파트 단지 아세요? 거기 살아요! 작가님도 거기 사시죠? 오다가다 몇 번 봤어요! 저희 회사 작가님인지는 오늘 알았는데, 너무 많이 마주쳐서 저도 모르게 말을…”

강희준은 쉴 틈 없이 입을 움직였다.
하지만 난 답해줄 수 없다.
그 사실에 가슴이 조여왔다.----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
“그까짓 게 모라고 아직도 질질 끌어? 벌써 1년도 더 된 일이야! 그냥 좀 참아!”

학창시절 난 말하는 걸 좋아했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면 행복했다.
하지만 학급이 올라갈수록 나는 타인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 나는 학업과 성장통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타깃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같이 놀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가 받는 괴롭힘을 어떻게 해주진 않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본 교무실 선생님들도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단임과 가족들에게 말을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의 괴롭힘은 무관심으로 바뀌었다. 고2로 올라가면서 반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괴롭힘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사라졌다.
나는 타인과 말을 하기는 했지만 뒤에서 내 험담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먼저 들었다.
말을 할 때마다 목에 가시가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나는 어떤 목소리로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사람들의 수많은 목소리 사이에서 내 목소리만을 잊어버렸다.
학교에선 무리해서 말을 했지만 집에선 목소리를 내기 싫었다, 나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가족들은 조용해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처음 가족한테도 립 서비스는 필수란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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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09 20:13 | 조회 : 1,044 목록
작가의 말
뉴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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