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시계를 보니 오후 5시였다. 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왔다.
만쥬 다음으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입이 텁텁했다. 물을 마시려고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엔 누군가 있었다, 사람의 전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사람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훔쳐보는 모습으로 휴게실을 둘러보았다. 아침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그 남자였다.

‘마주치면 골치 아파.’

어쩔 수 없이 1층 출구에 있는 자판기로 진로를 바꿨다.
//
겨울이라 벌써 해가 지고 없었다. 차가운 공기가 히터 바람으로 뜨거워진 머리를 식혀주었다.
건물 앞엔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집까지 지하철로 40분을 갈 건지, 버스로 1시간을 갈 건지 고민하던 중 버스가 도착해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버스 입구에서 줄을 섰다.
교통카드를 찍으려 하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버스를 잡으려 애썼다.

“잠시만요!”

버스 기사의 얼굴을 보니 기다려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띡.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
“…”

나는 느릿느릿 지갑을 열어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카드를 떨어트렸다 그 사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금세 내 뒤에 서있었다.

“감사…하아…합니다.”

강희준은 가쁜 숨을 내쉬며 버스 기사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카드를 찍고 맨 뒷줄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네.”

남자는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저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대화를 주고받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가 입을 때기 전에 얼른 이어폰을 위에 꽂았다. 그리고는 이어폰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갈 정도로 핸드폰의 음량을 키웠다.
강희준은 나의 뜻을 이해했는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
사람을 만나 말을 하는 건 나에게 무엇보다 큰 칼로리를 소모하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그나마 내일부터는 집에서 있을 수 있어 위안이 됐다.
오랜만에 말을 많이 해서 입에 먼지가 낀 느낌이 들었다. 출판사 자판기에서 입을 축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답답함을 없어 주지는 못했다.
나는 베란다에 걸려있는 목욕용품을 챙겨 다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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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09 02:04 | 조회 : 1,362 목록
작가의 말
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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