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띠-’
전자 기타음으로 시작해 고막을 찢을 듯한 보컬의 샤우팅이 이어졌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알람을 끄고 침낭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목욕용품을 챙겨 잠바를 대충 껴입고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이라 목욕탕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샤워를 하고 아침으로 목욕탕의 대표 음식인 계란을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됐다, 목욕탕에서 사용한 물건을 베란다에 걸어 말린 후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30분, 걸어서 10분을 가면 출판사가 나온다.
베스트셀러가 있기도 하고, 마이너 작품을 내기도 하는 평범한 출판사이다.
한 달에 한 번은 회사에서 상의하며 작품을 수정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경비원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이어폰 끼고 있을걸.’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길 간절히 바랐지만, 현실에서의 이어폰은 주머니에서 이리저리 엉켜있었다.
남자는 큰 키에, 비싸 보이는 시계를 차고 있었다.

“처음 뵙는 얼굴인데 앞으로 잘 지내요.”

남자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목례를 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세요?”

그는 굳이 옆에 있는 버튼을 놓고 내 앞에 있는 수직으로 된 버튼을 눌렀다.
나는 대답 대신 꼭대기 층을 눌렀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식은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그는 그 사이에도 계속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대답을 바라는 말투는 아니었다. 자문자답 형식의 말투가 엘리베이터 안을 채웠다. 그날따라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느껴졌다.

‘띵’

문이 열리고 수다스러운 남자가 내렸다.
그가 마지막 발을 엘리베이터에서 때는 순간 나는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
소설의 내용에 대해 회의를 하고 나니 어는 세 점심이었다.

“점심같이 하시겠어요?”

신입으로 보이는 직원이 내게 물었다.

“…아니.”
“아…네.”

신입생의 민망함이 감도는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전철역에서 사온 만쥬를 직원 휴게실에 몇 봉지 뒀다.
컴퓨터실은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해 그곳으로 향했다. 따로 챙겨놓은 만쥬를 키보드 옆에 놓고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만쥬 하나를 입에 넣고 씹었다.
끈적한 크림이 입천장과 혀, 치아 사이를 꽉 채웠다, 지금 이 상태에서 입을 벌리면 거미줄이 쳐져 있는 입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달달한 냄새가 목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 코로 올라왔다.
분명 많이 씹었는데 삼킬 때가 되면 덩어리를 삼킨 느낌이 든다.

“한입만...”

나는 속으로 놀라는 타입이라 몸을 떨진 않았다, 하지만 굉장히 많이 꿈에 나올 정도로 많이 놀랐다.
고개를 조심히 돌려 문쪽을 보니 남자가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남자와는 달리 복슬한 갈색 머리가 푸들을 연상시켰다. 검은색 뿔테 안경은 편견적인 시선으로 보면 컴돌이 같았다.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는 마른 몸을 부각시켰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은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의자는 다른 곳에서 가져왔는지 컴퓨터실의 의자와 색이 달랐다.

“강희준이에요.”
나는 만쥬를 봉지째 넘겨주었다. 만쥬를 받은 그는 해맑게 웃어 보이고는 신발을 신은 발로 의자를 끌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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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09 01:55 | 조회 : 1,311 목록
작가의 말
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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