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콘이를 버리고 왔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하지만, 그것을 떨치고 나왔다. 옷 가게로 보이는 가게가 나올 때까지 목표 없이 그냥 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 세계의 하늘은 황사 하나 없는 새파란 하늘이었다.

아, 뿌연 하늘이 아니야. 진짜 다른 세계인가 봐.

왜 이런 거로 다른 세계인 것을 자각하는지는 자신도 잘 이해되지 않지만, 하늘은 정말로 예뻤다. 하늘을 보고 걷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죄송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상대분이 소리쳤다.

“치한이야!!!”

아니, 잠깐. 난 그냥 부딪힌 것뿐이라고.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내 선량하고 불쌍해 보이는 눈을 바 봐!

“꺄아아아악!!!”

누가 보면 괴물인 줄 알겠어. 약간 상처받았다고...

상대의 외침에 누가 봐도 기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나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그분들에게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잡혀버렸다.

젠장..... 이래서 밖이 싫었어.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마법을 쓴다면 이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캐릭터는 만렙은 옛 그저께 찍은 상태이니까.

나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저는 그냥 길을 지나갔을 뿐이에요-

서럽게 잡혀버린 나는 그대로 수갑을 차고 감옥에 갇혀버렸다. 콘이한테
빨리 가서 바지 입혀야 하는데. 아니면 우리 콘이 감기 걸리는데. 만약 진짜로 우리 콘이한테 감기에 걸린다면 나는 너희들을 모두 조질거야.

감옥에는 철장을 사이에 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창문 밖 하늘은 아까와 같았다.

하늘도 내 마음 같지 않네. 서럽다.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가 갇혀있는 감옥 앞으로 왔다. 콘이였다.

너, 내가 걱정됐구나!

감동할 뻔했다. 그 뒤에 있던 기사의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왜 요즘 변태가 이렇게 많이 잡힌담.”

아, 너도 잡힌 거구나. 변태로. 미안해, 내가 잡혀버려서 옷을 못 가져다주었네.

콘이의 화이트 라이프를 위해 열심히 PK는 나만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 없겠다. 어차피 오늘 빨간 줄이 하나 그어져 버렸으니까. 내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었다.

콘이를 보며 복잡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콘이를 데려온 기사가 철장을 두드렸다.

아, 시끄러워.
“너희 두 놈 다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어차피 못 빠져나가겠지만.”

.....그럼 왜 말한 거야.

감옥에 조용히 콘이하고 같이 잡혀있는데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나는 왜 잡힌 거였지?

상태창이 울렸다.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다.

-그 이유는 정 해월님의 가면이 이상하고 수상하고 또 이상하기 때문이죠.

이 자식, 이상하다를 두 번이나 말했어.

그런데 진짜로 그런 이유라면 너무 속상한데. 이래 봐도 이 가면은 마신이 저주를 건 거라고. 모양은 이상하지만 내구도와 버프는 정말로 사기인 친구이다. 가면의 대단함을 알지 못하는 당신, 불쌍해요!

그나저나 수갑이 너무 불편하다. 나는 이상한 취미도 나쁜 짓도 하지 않아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수갑을 차고 있을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내 상태는 아주 힘들고 답답하고 모든 걸 부셔도 정당방위라며 웃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이다.

띠링

내 상태창은 할 말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또 울렸니?

-정 해월님의 두 번째 공략 대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까?
1. 기다린다.
2. 도망친다.
3. 첫 눈에 반한다.
4. 감옥에 평생 갇힌다.

왜 번호가 밑으로 갈수록 이상한 것 같을까. 일단 나는 1번, 기다린다를 선택했다. 2번도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함부로 나갔다고 공개 수배지가 붙여진다면 굉장히 곤란함으로 1번을 선택했다.

확실히 상태창의 말대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누군가가 내 앞에 도착했다.

오, 생각보다 잘 생겼어. 게임 속이며 공략 대상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얼굴에 매우 많은 버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나는 깨달은 게 있었다. 이 세계에는 얼굴이 내 취향인 인물이 굉장히 많은 것을.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헉, 목소리도 내 취향.

"너, 왜 그렇게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는거지?"

응, 성격은 얼굴과 반비례.

내 가면이 어때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사실, 나도 굉장히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처음보는 상대에게 그럴 말을 들을 정도로 이상하지는.... 음.... 빈말로도 이상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 음... 그래, 나도 이걸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 그 얼굴로 나를 분리수거도 하지 못할 변태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보지 말아줄래. 네가 더 그런다면 내가 이 감옥을 부실 수도 있어.

원래 사람은 너무 착하게 살면 안된다고 했어.

- 정 해월님은 착하게 안 살았잖아요.

오늘따라 처음 만난 상태창의 말이 많네.

6
이번 화 신고 2019-12-08 17:51 | 조회 : 945 목록
작가의 말
집이 최고야

두 번째 공략 대상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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