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우와아..."

크고 웅장한 궁 안은 들어가보니 더 굉장했다. 여러가지 장식들이 덧대어지고 곳곳에 비단이 휘감겨있어서 아름다웠다.

신기해서 이것도 만지고 저것도 만져보았다. 전부 화려한 것들 뿐이다. 보석, 진주, 꽃. ...얼마나 많은돈을 썼을까. 여기엔...누가 살았을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황궁을 세운 황제가 총애하던 후궁이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병으로 앓다 죽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까 이곳에서는 유독 정원하고 꽃 같은 식물들만 시들시들해져서 갈색으로 메말라있었다.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흠, 이제 내가 이 궁의 안주인이 되었으니 이곳을 잘 메만져 주어야 할것 같다.

어디보자...일단 저 꽃에도 물을 주고, 복숭아 나무는 예쁘니까 그것도 관상용으로 기르는게 좋겠다. 그리고 해바라기도...

"아."


머리를 손으로 탁 쳤다. 깜빡 잊고 있었다. 사람들을 모아야한다는 것. 내 나라의 백성들을 다시 끌어모아야 된다는것.


"마마. 왜...요? 무슨일이라도 생겼나요?"


"응... 그러고 보니까 잊고 있었어. 난 내 나라를 세우고 싶어."



"네??"


아리는 그말을 듣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면서 누군가 없는지 살펴보고는 내쪽으로 달려와서 자신의 입에 손가락을 댔다.
그런데 정말, 진짜다. 난 내 나라를 세우고 싶다. 백성들을 모아서 세우고싶다. 그럼...그렇게 된다면 황제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입가에 웃음이 나왔다. 빨리 절망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내가 증오하는 사람에게 할수있는 최고의 복수를 하고 싶다. 아리는 이상한듯 날 쳐다봤다. 나는 왜 그렇게 쳐다보냐며 물었다. 그리고...아리는 투명하게 눈에 눈물이 고인것 처럼 날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아리에게 시선을 거두고 땅바닥을 보다가 발끝으로 흙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해바라기였다. 이건 또 내 과거랑 무슨 관련이 있지. 나는 물끄러미 그림을 쳐다봤다. 난 무표정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다시 아리를 쳐다봤다. 아리도 무표정이다. 난 멍하니 아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내 신발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마마."


"..."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바닥만 보았다. 해바라기잘그렸네.


"이상해요...그러니까 제가 알던 분이 아닌것 같아요."


"해바라기 씨를 가져와줘. 간식으로 먹을거야."


나는 아리의 말을 무시하고 아리의 물음과 전혀 상관없는 대답을 내뱉었다.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냥 빨리 자고 싶었다. 그리고 해바라기 씨를 하나만 먹고 싶었다.


"...네. 고소한걸로 가져오겠습니다."



나는 떠나는 아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궁안으로 들어왔다. 어쩐지, 이런 화려한 궁안에 있는 내가 어울리지 않았다. 내 모습이 주변에 있는 유리에 비춰보인다. 초라하다. 화가 난 나는 갑자기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바닥에 누웠다.



차갑다...



...그 날도 그랬었지.










.
.
.
.
.


눈이 오는 날, 하얗고 예쁜 눈이 수북히 쌓인 작은 정자에서 한 아이가 책을 읽으며 오들오들 떨고있었다. 걸치고 있는것은 얇은 가을옷 한장 뿐이라 보기에도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그리고 아이의 앞에 긴 수염을 가진 중년의 왕이 앉아있었다. 그는 아이하고는 상반되게 호랑이가죽으로 장식한 커다란 망토를 둘러쓰고 따뜻해 보이는 털옷을 겹겹이 껴입고 있었다. 엄청난 추위에도 그옷을 입으면 굉장히 따뜻할것 같았다.


"쯧, 틀렸어! 여기 부분이 틀렸다고."


"아, 아...죄,송해요...죄송합니다..."

아이는 호통을 맞자 고개를 떨구면서 책을 덮고 다시 외우기 시작했다. 눈이 그쳤다. 아이는 빨갛게 피가 서린것 같은 눈으로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감 있게 하란 말이다!!"


쾅. 왕이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이는 깜짝놀라서 반사적으로 머리 부분을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왕이 뭐하냐는 듯이 계속 빤히 쳐다보자 손을 내리고 허리를 핀채 외우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의 눈은 곧 눈물이 흘러내릴것 같이 위태로웠다.


"그거 오늘 다 외워. 안 외우면 저녁은 없다. 다 외워야지 먹을수 있는거야."


"그, 그치만 사흘간 계속 굶어서..,이번만 먹으면 안될까요...한번만..."


"먹고 싶으면 외워!"


아이는 움찔했다. 그리고 많이 앙상해보이는 몸을 피며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외우기 시작했으나, 초인도 아니고 아이가 빽빽하게 온통 한자로 뒤덮인 두꺼운 책을 모두 외울수 있을리가 없었다. 졸졸 이어지던 말소리가 끊기고 한참 생각하다가 포기한듯 나뭇바닥을 쳐다보았다. 왕은 몹시 화나서 지금 아이를 때리고싶지만 간신히 참고 있는듯한 기색이었다.


아이는 왕이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종아리를 걷고 정자에 있는 굵은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왕에게 주었다. 왕은 나뭇가지를 받아들고 아이의 종아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아이는 새빨개진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참고있었다. 종아리살에서는 피가 터져서 흘러내렸고 아이는 이미 울룩불룩해 흉한 자신의 손톱을 뜯었다. 손톱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며칠후, 아이가 공원을 산책하려고 돌아다니려던 찰나에 왕의 눈에 뛰고 말았다. 아이는 여전히 얇고 팔랑거리는 옷을 입고 있었다. 왕이 가까이 다가오자 아이는 몸을 수그렸다. 그리고 절뚝대면서 짧은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에휴, 저렇게 볼품없어서야 나중에 왕이 될수나 있을런지. 왕실이 걱정되는군."

왕이 퉁명스럽게 툭, 내뱉었다.



"허,ㅎ.,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러나 잘 갈수 없었다. 몇번이고 넘어지고 일어나려고 힘을 쓰다 시간만 더 지체하게 되었다. 그동안 왕이 아이에게 뭐라고 무엇인가 말을 더 했지만 이이는 듣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절뚝대는 다리로 겨우 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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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21 00:09 | 조회 : 2,226 목록
작가의 말
다화미

시오 황제한테 복수하는거 빨리 보고싶으니 진도를 빨리 나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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