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황제는 서류를 쌓아놓은 탁상 앞 집무실에 앉아서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 맘에 들려고 그렇게 입은건가.'

황제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시오가 영악하게 느껴졌다.

'그 조그만 것이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지.'



그리고 황제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7황비를 보지도 못한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7황비는 여기저기에 비단을 매단 옷을 만지며 불편한듯 낑낑거렸다.

그제야 눈치를 챈 황제는 그녀를 돌아봤으나 평소처럼 7황비가 썩 달갑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방해한 그녀에게 짜증이 나려고 했다.


"여긴 왜 왔지?"


7황비는 밝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폐하, 저에게 보석이나 패물 같은 것을 조금만 주실수 있겠습니까?"


"....뭐?"


당연히 줄것이라고 생각한건가. 7황비는 기대에 찬 눈을 반짝거리며 황제에게 달라붙었다.


"아시다시피, 저희 집안이 가난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금만..."


"안된다."



"...예?"


가뜩이나 처리할 서류들도 많아 피곤한 상태인 황제는 7황비를 보며 7황비의 다음 부탁과 응석들을 생각하고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눈을 감고 가라고 손짓했다.


"그치만..."


"가라니까."


"..."


기가 죽은 7황비는 자신이 이렇게 된게 다 시오 때문이라고 씩씩거리고는 떠나버렸다.










"후궁마마."


현이 시오를 불렀다. 소박한 냉궁에서는 대접할것이 차와 콩떡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현은 시오 곁에 계속 붙어있었다.


"으응, 무슨일이니?"


"조금 있으면 등불놀이를 한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아리는 급하게 나서서 설명했다.

"제가 귀족분들 놀이는 잘 모르지만, 등불놀이는 잘 알죠! 등불에다 자신이 바라는 소망을 쪽지에 써서 매달고 하늘에 올리면 된답니다. 근데... 정말....너무 아름다워요. 천개 쯤 되는 등불들이 밤하늘에 올라가는데.... 제가 5살때 본거여도 기억에서 사라지지가 않아요. 15년만에 다시 한거니까 마마는 모르시겠네요."


"....아름답겠네."


"그렇죠, 정말 예쁘다니까요! 이것도 괜찮은것 같아요.등불놀이해서 황제 꼬시기!"


"목소리 낮추렴, 아리야."

아리는 흥분해서 차를 홀짝거리면서 자기 무릎을 콩콩 두드렸다.


"좋습니다. 그걸로 하죠."



"들으셨죠? 장군님도 좋다하시잖아요!"



"그게 아니라..."

갑자기 나온 시오의 말 한마디에 현과 아리가 모두 시오를 쳐다봤다.


"난 그런게 있으면 이번엔 현이하고 가고 싶었어."



"..."


현은 귀까지 새빨개져서 차를 연신 마셔대었고, 아리는 구석에서 방석을 모아 그 장면을 지켜봤다.


시오는 살짝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등불놀이 말고 작은 축제 같은거. 등불놀이는 큰 축제잖아."


"그...어쨌든 같이 가고 싶으시단거 아닙니까?"




"...그게.....아니...쨌든...! 너희는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내 계획대로 움직여. 그 작은 축제는 나중에....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



"에잉. 아쉽다."


그말에 시오가 아리를 돌아봤다.

"...아리 너 방금 뭐라고 그랬니?"


그러나 아리는 이불을 정리하면서 넉살 좋게 대답했다.

"하핫! 아무것도 아니에용!"







터벅, 발소리가 멈췄다. 황제였다.

"꽤 재밌게 노는구나."


차가운 목소리.

시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황제를 똑바로 응시했다. 언제나 들어도 그 낮은 목소리는 무서웠지만 시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하려고 애썼다.

황제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인 아리와 현을 훑어보고는 다시 시오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냉궁하고 가까운 궁에 있는 1황비에게 뭣 좀 물어보려고 왔는데 하도 시끄러워서 왔다."


"....."


황제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1황비의 궁과 냉궁은 가깝지도 않고 가깝다고 해도 소리가 들릴리가 없었다. 시끄러웠다면 냉궁에서 울어대는 여자들이 더 시끄러웠다.


"꽤 재밌게 사네? 이런곳에서도."


"아주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등불놀이 이야기를 하던데. 같이 보러 갈건가?"


"네, 감사합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시오의 궁 분위기는 딱딱해졌고 현은 뒤돌아서가는 황제의 뒤통수를 죽을듯이 노려보았다.

그런 현을 말리려고 하듯 시오가 그의 팔을 쥐고 고개를 저었다.


"마마, 옷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따뜻한걸로...할게요."


"...그래. 부탁한다."


시오는 겨우 일그러진 표정을 풀고 방석위에 털썩 앉았다.


'일이 이렇게도 안풀리는걸 보니 아무래도 난 운이 안좋은걸까. 아니면 운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건가.'

좋았던 기분이 다시 우울해졌다. 시오는 이불에 풀썩 누웠다.

'머리아파...'

그리고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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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8 21:11 | 조회 : 2,35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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