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연회장 사건이 일어난 후로 시오는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무서워...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아리는 그런 시오를 정성껏 보살피며 약과 몸에 바를 약들을 준비해주었다.


"마마. 죽 좀 드세요."


"...미안. 오늘은 밥맛이 없네. "


"뭣좀 드세요. 마마는 너무 마르셨어요."
.

확실히 시오의 몸은 툭 치면 쓰러질것 같이 앙상했다. 최근들어 안그래도 마른 몸이 더 살이 빠져서 해골같이 말라있었다.



"괜찮아."



아리는 그래도 음식을 버릴수는 없다며 죽을 먹고, 먹으면서도 시오에게 정말 안 먹을거냐며 연신 물어보았다.


"저기...마마. 제 7황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한 시녀가 황급히 달려와서 말했다.


"7황비??...7황비가 있었나...?"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후궁마마가 제 7황비가 되셨습니다."


...
시오에게 나쁜말을 내뱉었던 후궁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그 후궁이 7황비가 되었구나. 하긴, 황제폐하께서 유독 아끼셨으니까...

그럼...이제 나보다 높은 분이네."




때마침 벚꽃이 수놓아진 화려한 옷을 입은 7황비가 후궁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차와 과자가 차려진 다과상에 방석을 깔고 앉았다.



".. .안녕하신가."


"안녕하십니까...황비마마."



"그래."


황비가 눈으로 후궁전을 천천히 살피고 초라하게 야윈시오를 내리깔아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되서 어째?"


"...예?"

시오는 방금 내가 뭘 들은거지, 하면서 당황한 눈으로 황비를 보았다.

황비는 누가 봐도 기분나쁜 비웃는 듯한 미소로 시오를 보고있었다.


"아...아니다. 괜한말을 했구나."


"..."


"듣자하니까. 흐음. 손씻으라고 마련한 물을 마셔버렸다면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드려고 하는 질문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시오는 생각했다.


"...네..."



"내가 이 말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잘 들어라, 시오. 황제의 위상을 깎아먹는짓은 제발 하지 말라고. 알겠나? 너의 행동이 곧 황제의 행동이다."


그러는 황비는 이웃나라 사람들 앞에서 계속 무언가를 쏟거나, 잘못먹거나, 깨뜨렸다.

시오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웃나라 사람들이 시오처럼 비웃지 않고 사랑스럽고 인간미있는 사람으로 봐주었다는것.


시오는 폭발해버렸다.



"말을 좀 가려서 하는게 어떠실까요?"


"...뭐라고?"


"예전에 윗 위치였던 나의 기분은 생각도 하지 않는군요."

시오는 작게 중얼거렸다.



"...."


아.

시오는 딱딱하게 굳었다못해 분노로 인해 일그러진 황비의 얼굴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하."


시오가 뭐라 할틈도 없이 황비는 코웃음만 치고는 쌩, 가버렸다.










최악이다.



시오는 최악의 기분으로 두려움에 떨면서 후궁전에 틀어박혀있었다.


'왜..왜 그런 말을 했,지...나 미쳤나봐....이제 황제폐하가 무슨 벌을....'



"후궁마마!!"


아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주 급한 기색이었다.
아리는 숨을 몰아쉬며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황제폐하께서 갑자기 마마께 얼른 오시라고 말씀하셨어요!...무,무슨 일일까요?!"



"...그래...얼른 가봐야겠어."


시오는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시오야."


"네..."


"저번에 그딴식으로 안하겠다고 했지?"


"네."


"근데 왜 이래?"


"..."

황제가 업무를 처리하는곳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시오는 너무 무서워서 바닥에 깔린 비단무늬만 죽어라 쳐다보고있었다.

황제가 생각을 정했는지 한숨을 쉬고 말했다.

"황궁 앞 중심에 볏짚을 깔아두고 3일동안 아무것도 주지마라. 무엇하나라도 주는 사람은 엄벌에 처하겠다."



"!!"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음."


병사들이 넋이 나간 시오를 질질 끌고갔다. 그리고 황궁 중심부에 까슬한 볏짚을 깔고 시오를 앉혔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시오가 그 자리에 계속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비가 내렸다.


"추워..."


시오는 극심한 추위로 몸을 덜덜 떨면서 중얼거렸다.
옷은 젖어서 더러운 냄새가 났다.


그때, 7황비가 시녀들이 들고있는 우산을 쓰고 시오에게 다가갔다.


"마마, 근데 후궁도 참 독하네요. 그쵸?"


"후궁이 안그래도 자기가 아직도 다른 나라 왕자인줄 알고 거들먹거리는게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이번에 따끔하게 벌받아서 마음 좀 고쳐먹었으면 좋겠어요."




'다 들려...'

들릴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말한것인지, 모르고 그냥 한건진 모르겠지만, 황비는 은근한 미소를 띠면서 '잘 들었지?' 라는 눈빛을 건네고 있었다.


"그래도 전에 나보다 높은분이었는데 너무 그러지 마."

황비가 선심쓰듯 말하자 시녀들이 눈을 크게 뜨면서 소리를 질렀다.

"마마는 너무 착하신것같아요!!"


'착하다...라.'

시오는 코웃음을 쳤다. 자신에게 했던 그간의 행적들을 생각해보면 그녀는 절대 착하다고 할수 없었다.

'나한테만 그렇게 못되게 군건가.'









하루가 지나도록 비는 계속 내렸다.


"이,제 하루만 더..."

시오는 몸에서 열이 나는것같이 뜨거웠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팠다. 옷은 더러워져서 땀인지 눈물인지 비일지 모를 액체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심한 감기.

시오의 눈앞이 아롱거리고 시야가 뿌얘졌다.


"후궁마마!"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시오의 시야에선 뭉개져보여 형체조차도 잘 보이지 않았다.

'온몸이 쑤시고 어지러워....어라, 누구지.'



그 사람은 점점 가까이 왔다.



"괜찮으십니까??"



"날....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었나?"



"네?"


시오는 그 말을 끝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마마!!"


그 사람은 시오를 잡아주면서 끌어안았다.

"죄송합니다...일단은 아무것도 드릴수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는게 낫겠군요."











"으음...? 여긴 어디지?..."


"마마! 일어나셨습니까?"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의원이 서 있었다.


"쉿. 후궁마마는 절대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영양실조에 감기에요. 마마, 약 챙겨드십시오."


"어...네..."

의원이 사라지고 방안에는 둘만 남게 되었다.


"저기....당신이 절 데리고 온건가요?"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래도 황제의 호위무사인 것 같았다. 화려한 군복과 여러가지 인장 같은것들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편하게 말하셔도 됩니다."


"고마워."



호위무사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름은?"


"이현이라고 합니다. 현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구나.."



시오는 한참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후마마, 또 업무를 미뤄두고 계실거야... 나라도 가봐야해."

"지금 상태가 너무 안좋으십니다. 그리고 그 일을 왜 마마가 하십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황제가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놀고먹는 후궁이라고 하지 않으니까.

시오는 턱끝까지 올라온말들을 삼키며 웃었다.


"가볼게.



그리고...고마워 현아. 너 없었으면 생명이 위독했을지도 몰라. "


"..."


시오는 문을 열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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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3 18:45 | 조회 : 1,797 목록
작가의 말
다화미

부족한 소설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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