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황궁 안은 몹시 분주했다.

바다너머 먼곳에 있는 서왕국 대신들과 공주가 황궁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오는 이렇게 황궁 안이 떠들썩할때가 제일 무서웠다.
일이 쌓여서 황제가 예민해지면 화풀이로 시오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시오는 그런것이 참 무서웠다.







"으음...그...어쩌다보니까 대신들과 공주님을 맞이하는건 내가 맡게 되었어...."


"하아...그러니까 그게 원래 황후마마께서 하실일 아니였어요??"




아리는 시오와 연회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황후의 같잖은 사정때문에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업무를 맡게 된것에 분노하고 있는중이었다.



"아, 그니까 황후마마께서 새 옷을 고르느라 바쁘니 이 모든 업무를 맡으라 하셨다? 이 말이죠?"


"으응..."


아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고 황후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다.


"으으!! 원래 우리 마마가 하실일은 조금밖에 없었는데!!! 황후 때문에 업무가 두배로 늘어났어요!..."


"그래도...어쩔수 없잖아. 그리고 나, 어차피 할일도 없었어."


시오는 방긋, 하고 작게 웃으면서 서류들을 집어들었다.
아리는 서류들에 서명을 휘갈기면서 쉬지않고 수다를 떨었다.



"어휴, 후궁마마한테 일 시키시는 황제폐하도 너무하세요. 또,또 뭐만 하면 손에 잡히는대로 던지시고...때리시고... "


"그렇게 늘어놓고 보니까 굉장히 많네."


시오는 무의식적으로 툭, 하고 내뱉었다.

아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렇죠! 그렇죠?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에...?"

시오는 얼떨떨했다.

'사실은 나도...무의식적으로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던건가....?'


"..."


'아니야. 이게 뭐가 힘들어. 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시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복잡한 마음에 글씨를 휘갈겼다.












"이야...역시 서왕국 사람들...화려하네요."


확실히 그들의 행차와 옷들은 화려했다.

하지만 이제 곧 황제를 마주쳐야 하는 시오는 큰 불안감을 느꼈다.


'가야 된다.'

시오는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고 연회장 안에 큰 탁자에 앉았다.










서왕국 왕족들과 대신들이 탁자에 앉으니 사람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온갖 산해진미와 서왕국 특유의 해산물 요리와 수프들이 줄을 지어 들어왔다.


'와아, 맛있겠다...'


시오는 혹시라도 황제에게 꼬투리를 잡힐까봐 젓가락을 조심히 움직였다.





그리고 손 씻는 물이 담긴 그릇이 탁자에 놓였다.


밥먹기 전 그릇에 손씻는 문화는 서왕국의 문화이기 때문에 서왕국과 이웃이 아니었던 시오는 그 문화를 잘 몰랐다.


그래서 때마침 목이 너무 말랐던 시오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물을 마시고 말았다.




시오는 물을 마시고 나서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된다는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은근한 비웃음을 입가에 띠고 있었고 황제만 이 얼굴을 굳힌채로 무섭게 시오를 째려보고 있었다.


저 눈.

시오는 황제의 저 눈이 무슨뜻인지 안다.




'어떡하지? 지금 죄송합니다라고 말할까...? 아, 어,떻게...해야하지?'

시오는 당황해서 손을 덜덜 떨면서 잡았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황제는 더 무섭게 째려보았고 다른 사람들은 대놓고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시오는 어떻게 식사를 마쳤는지도 모른채 허둥지둥 연회를 끝마쳤다.








사람들이 떠나고 황제와 시오만이 남았다.

시오가 눈치를 보면서 스윽, 일어났다.



그런데 황제도 일어나면서 시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시오는 불안해하면서 계속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황제가 시오 앞에 섰다.

황제는 눈을 내리깔고 시오를 한참동안 내려보았다.


"...."



그리곤 갑자기 시오의 목덜미를 콱 잡아서 황제의 눈과 시선이 마주치게 했다.


시오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목을 압박하는 손 때문에 숨쉬는게 어려워졌다.

"으윽...."


"너, 왜 그렇게 했어? "


"자...잘 몰라서..."




"일부로 그런거지?"



"아,아니에요...."


황제는 시오의 목덜미를 더 세게 쥐었다.


"윽..."



"맞잖아. 나 망신주려고 그렇게 한거잖아."




"아,니...아니에요...흐윽..."


시오는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숨쉬는게 힘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기절할지도 모른다.



시오의 숨이 점점 가빠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자 황제는 시오를 놔주었다.



"켁, 커흑ㄱ..,"



황제는 시오를 무표정한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시오야. 다음에도 그딴식으로 할거지? "


"아니요...자,잘할게요......정말...정말로..."

시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물을 떨궜다.



"보기싫어."


황제가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고 가버렸다.




마음이 많이 비참해졌다.


시오는 나 자신이 한심해졌고 심장은 갈가리 찢기는것처럼 아팠다.



"흑...으흑ㄱ...난...왜,왜이런거지...못하겠어..아빠...엄마...못하게서요... .후으..."


시오는 돌아가신 엄마아빠를 부르면서 울었다.
닦고 닦아도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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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2 18:44 | 조회 : 2,476 목록
작가의 말
다화미

매화마다 흑역사를 갱신중인 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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