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하.. 미치겠다.

"야."

"뭐."

"너 진짜..."

아까부터 계속 이런 상태이다.
한유한은 갑자기 날 불러내더니 카페에 앉아서 아까부터 마시지도 않는 음료수를 빨대로 휘휘 젓고만 있다.

[OO카페로 나와. - 한유한]

'이 새끼는 진짜 갈거라고 생각해서 보내는건가. 아니 그전에 번호는 어떻게 안거야???'

찝찝해서 나왔더니 계속 저상태다.

"사람을 불러냈으면 용건부터 말해."

안그래도 차찬현 때문에 보기 껄끄러운 사이인데 왜 쟤 앞에 앉아있어야 하나 싶었다.

"아. 됐어. 그냥 갈래."

일어나려고 하자 한유한이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는다.

"앉아."

빡치지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또 다시 말이 없어진 한유한은 아까부터 계속 창 밖만 멍하니 볼 뿐이었다.

"나 사실 아까 카페 갔었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싶었더니만 뱉어내는 말은 내 화를 돋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음료수를 한입도 못마셨어."

하지만 뒷말을 듣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는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정말 남일 얘기하듯한 말투..

"넌 왜 그렇게 니 일에 남일 대하듯 말해?"

내 말에 아직 나를 보진 않았지만 빨대를 휘젓던 손이 멈췄다.
또다시 흐르는 정적이 참기 힘들어서 그대로 한유한을 잡아끌고 카페를 나왔다.

"야! 나 아직 다 안마셨어!"

"그게 중요한걸 보니 괜찮네."

"뭐!?"

한유한을 끌고 도착한 곳은 사격장이었다.

"내가 좀 잘하는데 핸디라도 붙여줄까?"

"허.. 사격하면 또 한유한이지! 필요없어!"

이제야 웃는 얼굴로 비비탄 총을 받아 들고 자세를 갖춘다.

"지고 울지나 마라."

자신만만하게 쏜 첫발은 정확하게 관통해 점수판에 5점을 기록한다.
봤냐는 듯 의기양양하게 나를 보길래 나도 따라서 쐈다.

"끝이냐?"

똑같은 점수를 올리자 한유한과 나는 서로를 한번 쳐다보고 그 이후엔 무아지경으로 총을 갈겨댔다.

"하하하하. 자신 있다면서?"

"그래도 너보단 좋은 점수 받았거든?"

둘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점수에는 도달하진 못했다.
하지만 딱히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우리 이번엔 저기 가자."

"저번부터 생각했는데 너 체력괴물인듯."

"그런가?"

사격장 아래에 있는 인형 뽑기 기계로 가서 동전을 바꾸고 기계에 동전을 넣었다.

"이 형이 저 큰거 하나 뽑아주지."

"한유한 까불다 개털된다."

"내 실력을 봐라!"

자신만만하게 말한거 치곤 뽑아놓은 만원을 1000원 빼고 다 탕진한 한유한.

"너 되게 못한다."

"조용히해!"

이글 거리는 눈으로 마지막 동전을 밀어넣는 녀석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앗!"

"비켜봐봐. 그렇게 하는거 아니니까."

귀여운 판다 인형은 아까부터 한유한이 건들여놔서 거의 출구 가까이에 걸쳐있었다.
크레인이 움직이고 판다 인형을 들어올려 정확하게 출구로 떨어트렸고 기계가 만원을 먹고서 드디어 인형을 뱉어냈다.

"자."

"와... 너 되게 잘한다!"

신기하다는 듯이 판다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귀여웠...

'아냐. 무슨 생각하는거야. 저녀석을 상대로.'

"왜?"

"저녁먹으러가자."

"사주냐?"

"불러낸 니가 사."

"뭐.. 주문은 해줄 수 있어."

"말이나 못하면..."

한숨을 푹 내쉬고 저녁을 먹었다.
간단하게 분식집에서 떡볶이랑 김밥 등을 먹고 나서는 다시 또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야! 그만 사!! 저번에 그렇게 옷 사놓고 또 사냐!?"

"아 왜! 이건 다른 옷이야!"

"구라치지마! 비슷한 옷이 한가득인데!!!!"

"이런 패션이라곤 눈꼽만큼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

"야! 한유한!"

정말 뭐에 홀린 사람마냥 사제낀 놈은 마지막이라며 한군데를 더 들어갔다.

"진짜 이거 사고 가는거다."

"네~"

전혀 안듣고 있는거 같았지만 이번엔 강제로라도 끌고 나갈 생각이었다.

"이거 이쁘다. 입어봐야지."

여러개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간 놈과 근처 의자에 털썩 앉아버린 나였다.

'이 가게 악세사리도 파네.'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서서 악세사리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 중 검은색 나비 모양의 귀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귀걸이여서 눈에 띄지도 않을거 같은데 왜 만들걸까 싶은 귀걸이었다.

'한유한 귀 뚫었지 않았나?'

"작은거면 걸리지 않을려나?"

뭔가에 홀린듯 그 귀걸이를 사기 위해 카운터로 갔다.

"영수증 버려드릴까요?"

"네."

계산하고 있을때 탈의실 문이 열리고 한유한이 나온다.

"야! 이거 어때!?"

"별로야."

"진짜?"

"어."

"그럼 기다려봐!"

한유한은 다시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 부시럭 댔다.

"안지치나.."

"여기요~"

"아. 감사합니다."

한유한은 그 후로 5개의 옷을 갈아입었고 3개의 옷을 질렀다.

"한유한! 같이 좀 들어!"

"싫어~"

결국 또 한유한네 집 앞까지 셔틀로 써먹혔다.

"오늘 고마웠어."

한가득 쇼핑 봉투를 내게서 받아가며 한유한이 말한다.

"야."

"응?"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다 작은 종이백을 손에 쥐어줬다.

"뭐야 이게?"

"무슨일인진 모르지만 힘내. 나 간다."

한유한은 아무말도 안했고 나 역시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둘은 헤어졌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왔어?"

"....뭐야. 한소란이 왜여기있어??"

집에 오니 아까 질리도록 보고 온 얼굴이 또 있어서 기분이 나빴다.

"데이트!"

"....맘대로해라."

피곤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고 아까 한유한의 얼굴을 떠올렸다.

"보면 볼수록 다르게 생긴 형제야."

어딜보나 똑같은 두사람은 이젠 닮았나 생각까지 들정도로 다르게보인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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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23 16:54 | 조회 : 855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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