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야! 이것 좀 놔봐!!!"

다짜고짜 끌고 나온 한유한이라는 놈.

"지금 니가 나 끌고갈 상황 아니라고!!!"

힘은 무식하게 쎄서 아플 지경이다.

"알아."

뒤도 안돌아보고 대뜸 하는 소리에 화가 나서 손을 뿌리치려고 내쳤지만...

"젠장.."

무식하게 힘만 쎈 놈은 뿌리쳐지진 않았다.
그대로 길거리에 서서 인상을 찌푸리자 녀석이 묻는다.

"소란이가 마음있는거 알았나보네?"

화가났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그래. 처음부터 이상했어. 만났을땐 확신이었지. 그 눈빛, 그 표정, 그 말투.

"차찬현만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몰라?"

차찬현은 바보니까 모르겠지만 잡아먹을 듯 쳐다보는게 맘에 안들었다.

"뭐. 소란이가 얌전하게 생겨서 그렇지 못한건 있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하는 한유한.

"야. 넌 아무렇지도 않아? 상대가 남자잖아! 넌 걱정도 안돼??"

내 질문에 한유한은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한다.

"그래. 물론 니네 형이 좀 걱정이긴 하다."

씩 웃는 얼굴에 정말 너무 화가나서 소리쳤다.

"그게 아니잖아 개새끼야!!!!!!"

내 외침에 유한이는 웃음을 거두고 내게 말한다.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그걸 방해할 이유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없어."

손을 놓아준다. 뭔가 지뢰를 밞은양 축 쳐진 표정이 이상했다.

"도와줄 이유도 없지."

내 말에 한유한은 내게 한걸음 다가와 말한다.

"글쎄. 그건 어떨까?"

싸한 눈으로 날 보는게 맘에 안들어 같이 노려보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둘이 좋다는데 매정하게 그러지말고 나랑 놀러나 가자~"

그렇게 말하고는 녀석은 나를 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형은 바보다. 항상 싱글벙글 웃을줄만 알았지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는 그런 바보다.
그런 바보가 감정에는 솔직해서 매번 다치고 온다.
마음 아파하는걸 보는건 굉장히 쓰리고 아픈데.. 해줄 수 있는건 무엇하나 없었다.
그냥.. 지나가길.. 그냥 괜찮아지길.. 빌고 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뭐..? 남자? 서로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가지고 노는거라면 어떻게 해야하지..?

"걱정마. 우리 소란이는 그런애 아니니까."

음식점에 들어와서 지멋대로 시키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 내 앞에서 한유한이 말한다.

"어떻게 믿어?"

"흠.. 그것도 그렇네."

또 저 표정이다. 아까처럼 뭔가를 생각해 쓸쓸해지는 듯한 저 표정.
대체 뭐하는 새끼인지 감이 안잡힌다.
생각에 잠겨있던 녀석이 날 쳐다보다 픽 웃으며 창밖을 내다본다.

"아아- 오늘 원래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 놀러갈 생각이었는데."

싱글벙글 웃으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녀석이 맘에 안들었다.

"그럼 놀러가지 왜 끌고온거냐?"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투덜댄다.

"신서리 나쁜 놈이 들고 튀었거든."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까 냅다 달린 애들 중 하나인가보다 생각했다.

"왜 너도 한소란처럼 좋아하냐?"

내 농담반 빈정반 식의 말에 아무말도 없었다.
진짜인가 생각할때쯤 녀석이 웃으며 말한다.

"그럴리가 없잖아."

뭔가 뒤틀려있는 듯한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뭔가가 이상한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이형제.. 뭔가 이상해..

"야. 너네 뭔가 이상해."

"뭐가?"

"그냥.. 막 싸이코패스같아. 솔직히 좀 무서워."

내 말에 한유한은 박장대소 하더니 말한다.

"아까 날 죽일듯 노려보던 놈이 이젠 내가 무섭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땐 니가 더 이상해."

때마침 음식이 나오고 대화는 끊겼다.
그리고 한유한은 그날 하루종일 날 끌고 다녔다.

음식점 - 영화관 - 게임센터 등등등.
쉴 틈 없이 돌아다닌 녀석은 쇼핑도 엄청 해대서 날 짐꾼으로 써먹기까지했다.

"야! 너랑 나랑 오늘 초면 아니었냐!?"

한유한은 앞서 가다 짐을 한가득 들고있는 날 돌아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친구잖아!"

저 새끼 언젠가 꼭 한소란 떼놓고 죽이고만다.

"너 두고봐."

"넌 그렇게 화낼때 귀엽더라."

소름이 쫙 돋아 가만히 있자 한유한이 키득거리며 말한다.

"농담이야."

"....난 너네 형제가 싫어."

진짜 제대로 잘못 걸린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차찬현이 집에 있었다.

"왔어? 늦었네?"

그야.. 한유한이 지네집까지 셔틀로 써먹었으니까.. 라는 말은 한마디도 못한채 기분 나빠져서 침대에 들어눕자 차찬현이 말한다.

"나 소란이랑 사귀기로 했어!"

행복하다는듯 발그레해진 얼굴이 부끄럽다는 듯.
기분 좋아보여서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축하해."

이젠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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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4 23:19 | 조회 : 866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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