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오늘 학교가기 전부터 소란이랑 뭘하며 놀지 어떤 대화를 할지 그런걸 생각하며 행복했었다.

"떨어져."

"너 되게 예민하다."

그런데 왜 저것들이 같이 따라온걸까.

"아 좀 하지마!"

"왜에~ 그러지말고~"

우리는 그대로 카페에 들어왔다.
마실거를 시키고 간단한 디저트도 시켰다.
앞의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하고 장난도 치고 분위기도 좋아보이는데 정작 나는 소란이랑 저 둘을 보고만 있을뿐 대화가 한마디도 없었다.

'사라져라 방해물들아!'

침울해져서 빨대로 컵안의 음료수만 휘휘 저었다.

"한유한."

소란이가 유한이를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소란이는 싱긋 웃으며 유한이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런 소란이를 유한이 또한 웃으며 가만히 보다가 유한이가 두 손을 들더니 말한다.

"네네~ 알겠습니다."

유한이는 찬빈이의 팔을 잡았다.

"뭐야?"

찬빈이가 뭐냐는 듯 쳐다보자 유한이는 싱긋 웃으며 찬빈이를 끌고 나가버렸다.

"어..?"

내가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당황스레 소란이를 보자 소란이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한다.

"나갈까?"

당황한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데이트...!! 방해꾼이 없는 데이트!!! 소란이랑!!!!!!'

너무 흥분해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누가 방망이로 심장을 뚜까뚜까 패고 있음이 틀림이 없었다.
숨도 못쉴거 같이 흥분해서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건 맞는지 의식하며 숨을 내쉬어야만했다.

"우리 이제 어디갈까?"

소란이의 질문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분명 오늘 나올때는 되게 여러군데를 생각하고 나왔는데 정작 나오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보같은 나.. 제발 생각하란 말이야!'

아무말도 하지 않는 나를 소란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내 손목을 잡고 앞장서기 시작했다.

"어..?"

소란이는 그대로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조용한 만화카페였다.

"오늘 신간 나온다고해서. 괜찮으면 같이갈래?"

소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소란이는 날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왔냐? 신간 챙겨놨다."

"고마워요 형."

단골인지 알아보는 사장님과 자연스레 책을 받아든 소란이는 날 보며 말한다.

"원하는 책 있어?"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소란이는 근처 책장에서 만화책 5권을 꺼낸다.

"그럼 이거 봐봐. 재미있을거야."

소란이는 싱긋 웃으며 말한뒤 나한테 가자고 말한다.
만화 카페는 룸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방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고 폭신한 매트리스 쇼파에 앉아 볼 수 있었다.

"자."

소란이가 건낸 책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1권이 아니었다.

"이거 1권 아닌데?"

소란이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

뭐가 괜찮은지는 몰랐지만 책을 펼쳤다.

책 제목은 '독수리 오형제.'
처음 시작은 남자 주인공이 요리를 하는 장면이었다.
요리를 엄청 잘하는 남자 주인공은 형제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실세였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보고 있는건 다름아닌 그 집의 둘째.....

"응?"

좀 더 책을 넘기자 둘째와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가 펼쳐진다.

"어...?"

너무 당황스러워서 살짝 곁눈질로 소란이를 보자 소란이는 아까 받은 신간을 엄청 열심히 보고 있었다.

'이거 뭐야.. 말로만 듣던 BL인건가..!?'

왜 이걸 나한테 준건가 싶어 혹시 내가 좋아하는걸 들킨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거절인건가..?'

왠지 침울한 느낌에 뒷장을 넘기자.

'으아아아...!'

키스장면이 있었다.
술에 취한 둘째가 셋째에게 들이대 입을 맞추고 침대 위에서 셋째 위에 올라탄다.

[맘에 안들어.]

약간 눈물이 맺힌 둘째는 셋째를 향해 말한다.
셋째는 그런 둘째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한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둘째는 셋째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한다.

[사랑해줘.]

셋째는 몸을 일으켜 둘째의 턱을 잡고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난 뒷장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멈췄다.

'여기서 더 넘기면 그렇고 그런 장면이 나온건 아닐까..'

넘기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소란이가 내게 묻는다.

"어때?"

당황한 나는 말을 더듬었다.

"어..어!? 재..재미..어..재미있네.."

어떻게 반응하면 좋았을까 싶을때 소란이가 내 왼쪽 볼을 조심스레 손으로 감싼다.

"거부감 없어?"

소란이의 말에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BL에 대해서가 아닐까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널 좋아하는걸...'

내 마음이 전해진걸까 소란이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더니 그대로 입이 맞춰졌다 떨어진다.
짧은 입맞춤에 아쉬워 소란이를 쳐다보자 소란이는 다시 입을 맞춰온다.
서서히 열린 입으로 말캉한 혀가 들어온다.

처음 느끼는 타인의 혀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따뜻한 혀는 내 혀와 얽히면서 점점 더 뜨거워졌다.
찌릿한 느낌이 옆구리부터 타고 내려와 중심에 다다르고 어쩔줄 몰라 숨을 멈추자 혀가 입 안을 나간다.

"숨을 멈추면 안돼."

소란이의 말에 거칠게 숨을 내뱉자 다시 입을 맞춘다.
미끌거리는 입안이 뜨거운 숨이 날 정신없게 만든다.

"하아.."

소란이가 다시 떨어지고 뜨거운 얼굴에 열기를 느끼던 내게 말한다.

"내가 싫어?"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소란이는 싱긋 웃으며 입에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그럼 우리 사귈까?"

소란이의 말에 눈물이 그렁 그렁 맺혔다.
그런 내 눈에 눈물을 닦아주며 소란이가 입을 맞춰온다.
이젠 뜨거워서 정신이 나가버릴거 같은 열기를 띈 혀가 내 입안을 돌아다닌다.
내 혀를 빨아들이기도 하고 얽었다 풀었다 하며 농탕질을 치다 입천장을 훑고 진한 여운을 남긴채 떨어진다.

"잘부탁해."

소란이의 말에 소란이의 품에 안겼다.

'미치겠다. 어떡해..!!'

너무 잘생겨서 미쳐버릴거 같은 이 남자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열심히 외치기 시작했다.

'제발! 주인님 인생 망칠 생각하지말고 가라앉으라고!!!!'

너무 좋았지만 오늘도 나는 쥐구멍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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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3 00:26 | 조회 : 803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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