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일요일.
정말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있었다.

"유한아!"

"안녕."

"아... 소란인가?"

"응."

한소란. 한유한과 쌍둥이이며 동생이다.

"여기서 보니까 새롭다."

우리가 만난 장소는 서점이었다.
키가 크기도 크고 엹은 머리색 때문에 더 눈에 띄는 소란이는 책을 읽다가 인사를 건냈다.

"그런가?"

사실 유한이는 둘째치고 소란이랑은 약간 어색하다...
서리랑 비슷한 성격이긴 하지만 서리보다 말이 없기 때문이다..

"유한이 어쩌고 혼자 있어?"

그리고 소란이는 귀찮은걸 정말 싫어해서 앞 뒤 다 짤라먹고 말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죽었어."

지금처럼...

"어...어?"

"어제 게임하다 밤새서 죽었어."

자고 있다는 뜻이구나..
아직도 소란이는 내겐 너무 어렵다.

소란이가 보고 있던 책을 들었다.
참고서들 사이에 있는 이 책은 소설인듯 보였다.
내용은 숫자도둑이 나타나 망가져버린 공식을 바로 잡고 문제를 풀어가는 그런 내용인거 같은데 의외로 흥미진지해서 빠져 들었다.

"너."

소란이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빠져들었던 책에서 눈을떼고 소란이를 본다.

"서리랑 사겨?"

"어...!?"

뜬금포 터지게 날아온 핵폭탄이 퍼버벙 터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비밀 연애는 아니었다. 어른한테만 안들키면 무난하지 않을까 하긴 했었다.
말을 안하려고 안한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미뤄졌을 뿐이다.

"그....응..."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긴장감이 맴돌았다.
손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소란이만 쳐다봤다.
싫어하고 경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게 내 친구라면 이라고 생각해본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떨지 잘 모르겠다. 긴장감이 맴도는 순간 소란이가 말한다.

"유한이한테는 말하지마."

어째서. 라고 물어보려다 그냥 알았다고 했다.

"너 괜찮아?"

"뭐가?"

"아니.. 그런거 거부감 없냐고..."

소란이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옆에 참고서를 몇권 더 집더니 한마디 던지고 사라졌다.

"너네가 달라지는건 아니잖아. 나 갈게."

그대로 소란이는 사라졌다.

"후우..."

긴장이 풀리고 주저 앉을뻔했다.
정신차리고 서리에게 상황을 보고하자 서리에게서 예상치도 못한 답장이 날아왔다.

[알고있을줄 알았어.]

"나만 몰랐던건가.."

이 둘은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가 유한이나 나나 잘 모르는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이이잉]

휴대폰이 울리고 서리의 이름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아직 서점이야."

[엄마가 오늘 저녁에 삼겹살 먹자는데 너도 올래?]

"엇. 그럼 디저트 사가야겠다! 케이크 좋아하시니까 사가지고 갈게."

[너 아트몰 서점이지?]

"응!"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데릴러 갈게.]

데릴러 온다는 서리의 말에 보던 책을 내려놨다.

"어? 안그래도 되는데."

[보고싶어서.]

그리고 이어지는 서리의 한마디에 소리지를뻔했다.

"기다릴게."

달달해서, 귀여워서, 사랑스러워서!!
이런걸 팔불출이라고 부르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통화가 끝나고 바로 참고서만 계산해서 1층으로 내려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10분정도 지나니 서리가 버스에서 내리는게 보였고 바로 달려갔다.

"오느라 힘들었지."

"버스가 데려다 주는데 힘들건 없지."

"카페가서 케이크 사고 뭐 마시고 갈까?"

"응. 그러자."

다시 아트몰로 들어와 1층 카페에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소란이는 왜 혼자 온거래?"

서리의 질문은 아까 내가한 질문과 비슷해서 소란이의 대답을 떠올려봤다.

"유한이가 죽었데서."

"게임이라도 했데?"

난 전혀 못알아들었던 소란어를 어떻게 알아듣는걸까 신기해서 보자 서리는 갸웃거리며 나를 본다.

"너 어떻게 알아먹는거야?"

"그렇게 어렵진 않아."

"...어려워...."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둘은 통하는게 있는가 싶다며 울리는 진동벨에 음료를 가질러 갔다가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고보니까 소란이가 유한이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그랬어."

아까 소란이의 말을 전해주니 빨대를 휘휘 젓던 서리가 동작을 멈춘다.

"뭐.. 짐작은 가는데.."

또 나만 모르는건가 싶어서 서리를 쳐다보자 서리는 나를 그냥 가만히 바라본다. 결국 답답해진 내가 물었다.

"이유가 뭔데??"

서리는 음료를 쭉 빨아들여 마시고는 말한다.

"민감한 문제니까 나중에 소란이나 유한이한테 들어."

대체 그게 뭐길래...
더이상 캐물어봤자 신서리 성격에 말해줄거 같지 않아 그냥 다물어버렸다.
유한이의 비밀이 뭔지 궁금하지만 결국 알길이 없었다.


+


"요즘 신서리랑만 논다니까."

뾰루퉁해진 얼굴로 침대에서 유한이가 뒹굴고 있었다.
소란이는 책상에 앉아 책을 보다가 힐끔 힐끔 유한이를 쳐다본다.

"둘이 뭔가 수상해."

소란이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어버렸다.
휴대폰을 가지고 열심히 누군가의 사진을 보는 유한이는 즐거워보인다.

"넌 어떻게 생각해?"

소란이가 드디어 입을 열고 유한이에게 물었다.

"뭐가?"

여전히 사진을 보며 대답하는 유한이에게 소란이가 다시 말을 걸었다.

"서리랑 사귀는거 같아?"

유한이의 손이 멈추고 소란이를 쳐다본다.

"그..그럴리가 없잖아! 두..둘다 남자라고!"

소란이는 유한이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뭐..뭐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소란이는 조용히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야! 한소란."

"아. 나갈거면 올때 물 좀 떠다줘."

"야!"

소란이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불안한지 눈동자가 흔들리던 유한이는 물을 뜨러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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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04 23:31 | 조회 : 854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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