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시험 끝났다고 풀어지지 말고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서리륻 데리고 교실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유한이랑 소란이가 서있었다.
보기 힘든 일란성 쌍둥이인 둘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밝은 성격의 유한이와 묵묵한 성격의 소란이 덕에 구분하는게 크게 어렵진 않다.

"안녕!"

당황스런 만남에 겨우 인사를 내뱉자 유한이가 말한다.

"오늘 놀러가자!"

당황의 연속에 뭐라 대답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자 서리가 대신 대답한다.

"안돼."

서리의 단호한 대답에 유한이는 울상을 지으면서 말한다.

"아 왜! 맨날 너네만 놀러 다니고. 같이 놀아 쫌!!!"

서리는 유한이의 말에 소란이를 쳐다본다.

"데려가."

소란이는 서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유한이를 질질 끌고 간다.

"야! 좀 놔봐! 야! 한소란!!!"

그렇게 둘을 보내버린 서리는 내 팔을 잡아 당긴다.

"얼른 가자."

둘과는 다른 방향으로 밖으로 나온 우리둘은 전날 우리집에 미리 가져다 놓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놀이공원으로 출발했다.

"뭐부터 탈거야?"

지하철로 이동하는 와중에 핸드폰으로 놀이구를 검색하며 물었다.
서리는 핸드폰의 화면을 아래로 내리더니 하나를 집는다.

"이거 타자."

"하늘 열기구?"

열기구 모양의 기구가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어린애들도 탈 수 있는 아주 안전한 놀이기구...

"타자."

타자며 나를 올려다보는 서리가 귀여워서 어린애들이 타는 기구면 어때 하는 심정으로 그래라고 대답했다.

"아. 우리도 저거 살까?"

놀이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머리띠를 가리키자 서리는 말도 안하고 나를 질질 끌고간다.

"서로한테 골라주기 할래?"

"그럴까."

서리한테 잘 어울리는걸 찾다가 고양이 귀가 달려있는 검은 머리띠를 발견했다.

"너한테 이거 어울릴거 같아."

웃으면서 서리에게 머리띠를 씌워주자 서리는 강아지 귀가 달려있는 머리띠를 까치발을 들고 내게 씌워준다.

"넌 그거."

"뭐야. 왜 강아지야?"

"강아지랑 잘어울려."

"개같다는건가."

"굳이 말하자면 멍멍이상이라는 거지."

싱긋 웃는 서리가 너무 귀여웠다.
고양이 귀 쓰고 웃으니까 100배는 더 귀엽다..!!!

"내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런거 쓰면 안된다!?"

"쓸일도 없을텐데."

머리띠는 서로에게 선물하자며 내가 다 계산하려는걸 막은 서리는 결국 또 반반을 내버렸다.

"가끔 양보좀해."

"너도 안하잖아."

부정할수가 없지만 그래도 맘에 안들어 토라져있자 서리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바로 앞에 가게로 뛰어간다.

"자."

그리고 얼마 안있어 딸기맛과 초코맛 아이스크림 두개를 사온다.

"뭐야?"

"딸기맛 좋아하잖아. 기분 풀라고."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도 빤히 보고있자 서리는 맘에 안드나 싶어 또 나를 가만히 본다.

"왜그래? 딸기맛 싫어?"

결국 질문을 내뱉는 서리의 아이스크림 두개를 다 뺐고 볼에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여긴 밖이잖아!"

화내는 표정도 귀엽네.

"그와중에 내가 좋아하는맛 사온게 기특해서. 가자."

씩 웃으며 말하며 아이스크림을 돌려주자 서리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받아든다.

"와. 애기들 엄청 많다."

소풍을 온건지 열기구를 타기 위해 아이들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진짜 귀엽다. 그치."

내 말에 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너도 저럴때가 있었을텐데."

"그러게. 나도 저럴때가 있었을텐데. 그런데 니가 훨씬 더 귀여웠을거 같아."

소풍에 들떠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들어가 평소보다 약간 더 무거운 가방을 매고 뒤뚱거리며 줄을 서있을 서리를 생각해봤다.

"크... 다음에 어릴때 사진 보여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빨개진 얼굴을 숨겼다.

"생각해보고."

서리의 대답에 서리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꼭 보여주는거야? 알았지?"

서리는 그런 나를 보며 어쩔 수없다는 듯이 말한다.

"니 사진도 보여주면."

"얼마든지!"

어릴때 서리의 사진을 생각하며 즐겁게 줄을 기다린 끝에 놀이기구를 탔다.
놀이기구는 시시했지만 빙글 빙글 돌아가며 보이는 풍경이나 시원한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리랑 마주 보고 앉아 시간을 보내는게 너무 좋아서 평소라면 절대 타지 않았을 놀이기구였지만 만족스럽게 타고 내려왔다.

"우리 다음에 또 타자."

"지금은 아니고?"

"음.. 저녁때 타도 괜찮을거 같아."

"그러자."

"다음엔 뭐탈까?"

놀이공원 지도를 보며 다음엔 뭘 탈지 고민하다 문득 드는 생각에 혹시나 했다.
친구들이랑 가도 무서운 놀이기구는 타지않는 서리.
혹시 그런쪽으로 약한게 아닐까 싶어서 내뱉어 봤다.

"롤러코스터 타러갈까?"

싫다고 하면 귀신의 집이라도 데려가서 꺅꺅대는 서리를 보고 싶다는 찰나의 생각을 할때.

"그러자."

너무 흔쾌히 대답해서 이게 아닌가 싶었지만... 우선 롤러코스터를 타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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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02 12:56 | 조회 : 938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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