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살아있어?"

볼을 쭈욱 잡아당겨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서리.
시험도 막바지라 이해는 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반응이 없다.

"우리 내일 시험 끝나는데 데이트할까?"

움찔.
약간의 반응을 보이며 서리는 나를 본다.

"가자. 갈래."

서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갈지를 물어봤지만 이미 또 다른 세상에 계신듯 보였다.

"자. 그럼 내일이 마지막 시험이니까 힘내고."

"네~"

시험기간엔 서리네집에서 공부를 한다.
끝나자마자 서리네집으로 가서 자고 오기도 하고 저녁 먹고 오기도 한다.
그래서 서리네 부모님과는 굉장히 친한편.

"저왔어요~!"

"왔어? 오늘 간식은 롤케이크야~"

"저 그거 엄청 좋아해요!"

"다행이다~ 싫어하면 어쩌나 했어."

"아주머님이 주시는건 다 좋아요!"

"정말? 우리 서리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데 서리가 방으로 들어가자 나도 따라 들어갔다.

"넌 엄마랑 너무 친한거 같아."

침대에 풀썩 누워서 서리가 대답한다.

"미래의 장모님이 되실지도 모르잖아."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자 서리는 기가차다는 듯이 말한다.

"시어머니겠지."

"그럴리가."

서로 웃고 있지만 이 상황이 결코 웃음으로 무마될 상황은 아니란걸 알고 있었다.

"됐어. 지금은 피곤하니까 차차 나중에 생각해보자."

베개에 얼굴을 묻은 서리는 그대로 잠들듯 보였다.

"많이 피곤해?"

내 질문에 서리는 대답이 없었다.
아마 이미 잠들었을것이다.

방 밖으로 나가자 아주머니가 식탁에 롤케이크와 우유를 담아 가져오려고 하시는게 보였다.

"제가 들고 갈게요~"

"그럴래?"

"네~"

"서리는?"

"잠깐 잠든거 같아요."

"니가 고생이 많아."

"별말씀을요~!"

쟁반을 들고 들어와 포크로 롤케이크를 조금 잘라 입에 넣었다.
달콤한 카스테라빵의 식감과 바닐라향, 그리고 달콤한 생크림이 입안에 퍼져 맛있었다.

"오. 되게 부드럽다."

우유랑 먹으면 이게 또 꿀맛 아니겠는가.
한손엔 롤케이크를 들고 책을 펼치니 다시 덮고 싶었다.
그래서 진짜 덮어버리고 핸드폰을 들었다.

"내일 어디가지."

서리랑 사귄지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우리가 한 데이트는 집데이트, 영화관, 카페, 식사 정도였다.

"내일은 일찍 끝나니까.."

어디를 갈지 검색하는 도중 침대에서 부시럭 거리던 서리가 한마디 던진다.

"놀이공원..."

"어?"

"가자."

놀이공원이라..
한번도 간적이 없었나? 생각하다가 다른 친구들을 껴서 간적은 있어도 둘이서 간적은 없다는걸 깨달았다.

"응. 그러자."

다시 핸드폰을 두드렸다.

"이용권이랑.. 오 이건 패키지네. 식사까지 같이 되어있는 팩은 또 처음봐."

이거 저거 알아보고 있는데 서리가 침대에서 나와 내 옆에 기대 앉는다.

"어떤게 좋아?"

내가 묻자 서리는 멍하니 휴대폰을 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미간을 찡그리며 짜증난다는 듯이 핸드폰을 노려본다.

"흠.. 그럼 그냥 기본으로 끊자."

"이거 내가 살게."

"싫어."

"고집부리지 말고."

"싫어."

"너..."

살짝 고개를 들어 날 보는 서리에게 싱긋 웃어주었다.

"싫어."

다시 한번 싫다고 말하자 서리는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내 볼을 쭈욱 잡아 당긴다.

"아바바!!"

"반반. 이외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신서리!"

"뭐."

"......."

확고한 표정에 꼬리를 내리고 그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고 싶었는데..."

아쉬워서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 거리자 서리가 내 팔을 두어번 흔든다.
서리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쪽-

소리가 나게 입에 입맞춰준다.

"반반."

얄미운 내 연인은 귀여움으로 무장해 나를 미치게 만든다.

"너...너...!!"

"왜."

"크으...!! 아니야..."

처음 시작은 이런게 아니었던거 같은데... 어느새 귀여움에 매료되어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자 그럼 이제 공부하자. 내일 시험만 끝나면 다 끝이니까."

서리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마 요근래 봤던 표정중에 제일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책을 폈다.
내일은 정말 즐겁게 보낼 수 있을거 같다.

"기대된다 그치."

"시험도 잘보면 좋을텐데 그치?"

"크읍... 그...렇지..."

우선 눈 앞에 놓인 시험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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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30 16:57 | 조회 : 951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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